[Focus 인사이드] 한·중·일 ‘잠수함’ 삼국지…북한도 '핵무기’ 잠수함으로 도전

중앙일보

입력 2019.12.31 11:00

Focus 인사이드 

동북아 바닷속의 뜨거운 잠수함 경쟁

동북아시아를 포함한 서태평양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뜨거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중·일의 영유권 분쟁,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의 영유권 분쟁, 대만해협을 사이의 긴장, 그리고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등이 바다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다. 경쟁은 수중의 지배자인 잠수함 경쟁을 통해 물속에서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중국 쥐랑(JL)-2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중국 쥐랑(JL)-2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동북아 잠수함 경쟁은 진행 중

지난달 6일 일본 고베의 가와사키 중공업 조선소에서 소류급 잠수함의 진수식이 있었다. 이날 진수한 잠수함은 일본 해상자위대의 주력인 소류급 잠수함의 마지막이자 12번째 함정이었다. 이 잠수함과 앞서 건조된 한 척은 다른 소류급 잠수함들보다 뛰어난 성능을 지녔다.

소류급 잠수함은 재래식이라 불리는 디젤-전기추진 방식의 잠수함이며, 수중에서 배터리를 소모하지 않고도 잠항할 수 있도록 스털링 엔진이라는 공기불요추진(AIP)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두 척은 기존의 납 배터리와 스털링 엔진 대신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납 배터리보다 높은 전기밀도를 가지고 있어 더 멀리 갈 수 있다. 충전 속도도 훨씬 빨라져 스노클을 사용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일본의 소류급 잠수함 [사진=미 해군]

일본의 소류급 잠수함 [사진=미 해군]

일본은 소류급에 이어 새로운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다. 건조가 시작된 헤이세이(平成) 29년(2017년)에서 따와 29SS라 불리는 신형 잠수함은 소류급의 외형을 많이 유지하지만, 내부는 새로운 설계를 채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류급 마지막 두 척에 채택된 리튬이온 배터리와 함께 신형 소나 등 최신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29SS는 수상 배수량 기준 3000t으로 소류급에 비해 100t가량 커졌지만, 수중 배수량은 소류급의 4200t보다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29SS의 건조는 동북아에서 가장 뛰어난 잠수함으로 지역 해상 경쟁에서 우위를 굳히려는 일본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중국의 093A 유안급 디젤-전기추진 잠수함 [사진=sinodefence.com]

중국의 093A 유안급 디젤-전기추진 잠수함 [사진=sinodefence.com]

핵잠수함과 재래식 잠수함을 포함하여 60여 척을 보유한 중국도 전력 강화를 늦출 의향은 없어 보인다. 중국은 지난해와 올해 신형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인 쥐랑(JL)-3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워싱턴타임스는 24일(현지시각) 익명의 미 국방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중국이 22일 북부 보하이해에서 잠항 중인 진급(晋級) 탄도미사일 잠수함에서 쥐랑-3을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쥐랑-3는 중국 해군이 새로 건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095형 탄도미사일 잠수함에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쥐랑-3는 최대 10개의 탄두를 탑재하고 사정거리는 약 9000㎞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재래식 잠수함 개발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중국 해군의 최신형 재래식 잠수함은 3000t급인 039A형과 039B형이다. 이들 잠수함은 공기불요추진 시스템이 장착돼 수중작전 능력을 향상했다.
중국과 대만 해협을 두고 대치하고 있는 대만은 외국에서 잠수함 도입이 어려워지자 자체 건조를 결정했다. 대만이 2025년 무렵 진수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는 잠수함은 배수량 3000t 정도의 재래식 잠수함이다. 미국은 대만의 잠수함 건조를 돕기 위해 자국 업체들의 협력을 허가했다.

북한도 신형 잠수함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탄도미사일 탑재가 가능한 신포급에 이어 새로운 탄도미사일 탑재 잠수함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도 태평양 함대에 신형 재래식 잠수함을 배치하고 있다.

7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새로 건조한 잠수함을 살펴보고 있다.[사진=조선중앙TV 캡쳐=뉴시스]

7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새로 건조한 잠수함을 살펴보고 있다.[사진=조선중앙TV 캡쳐=뉴시스]

국산 3000t급 시대를 열었지만...

지난해 9월 14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국산 잠수함 도산 안창호함의 진수식이 열렸다. 도산 안창호함은 우리나라의 첫 독자 설계이자 3000t급 잠수함 사업인 KSS-3의 첫 함정이며, 국내 기술로 설계되고 제작되어 그 의미가 남다르다.

KSS-3는 3단계로 나누어 진행된다. 도산 안창호함은 배치(Batch) 1에 속하는 함정으로 납 배터리와 공기불요추진 시스템을 갖추었다. 선체에 순항미사일을 탑재한 수직발사시스템(VLS)을 탑재한 것도 특징이다.

KSS-3는 배치2에서는 소류급 마지막 2척이나 29SS처럼 리튬이온배터리를 탑재할 예정이며, 수직발사기에 탑재하는 미사일 숫자도 늘어날 예정이다. KSS-3 배치3는 배수량을 더 키울 예정이지만, 수중 작전능력이 크게 향상된 핵 추진 잠수함으로 만드는 것이 검토되고 있다.

지난해 9월 대우조선해양에서 열린 진수식에서 공개된 도산 안창호함. 도산 안창호함은 우리나라 최초의 3,000톤급 잠수함으로 탄도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최신예 함정이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해 9월 대우조선해양에서 열린 진수식에서 공개된 도산 안창호함. 도산 안창호함은 우리나라 최초의 3,000톤급 잠수함으로 탄도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최신예 함정이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한국은 기존의 장보고급 9척과 손원일급 9척, 18척에 더해 대형인 KSS-3를 도입하면서 주변국 잠수함들과 견줄 수 있는 전력을 갖추게 되었다. 하지만, 어려움도 예상된다.

우선, 주변국 잠수함에 대응하기 위한 대잠수함 능력의 확충이 필요하다. 해군은 16대를 운용하고 있는 P-3 대잠초계기에 더해 세계 최고의 대잠초계기로 알려진 P-8을 도입할 예정이다. 함정에 탑재하여 운용할 수 있는 대잠헬기는 2013년 8대가 도입된 AW159 와일드캣에 이어 현재 2차분 8대 도입을 위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장비 확충보다 더 중요한 병력 확보에서 큰 어려움을 겪을 예상이다. 현재 해군은 전반적인 병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잠수함 승조원뿐만 아니라 수상함과 해상초계기의 조종사 모자르다. 그렇다고, ‘국방개혁 2.0’에서 정한 4만 1000명에서 병력을 더 늘리기도 어렵다.

인력 부족을 메우기 위해 자동화 수준을 높이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자동화 수준을 높이는 데는 엄청난 예산이 필요하고, 자동화 수준이 높아져도 함정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이렇게 병력 부족을 해결할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에, 여당의 연구소에서 낙관론에 기인한 모병제를 언급하는 것은 국가 안보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주변국의 위협과 변하지 않은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는 해군에게 필요한 것은 국가의 전략적 지원이다. 정치권의 정략적인 정책 남발로 국방을 위태롭게 하는 일은 없길 바란다.

최현호 군사칼럼니스트·밀리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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