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 허민회 대표이사가 Mnet ‘프로듀스 101’(이하 ‘프듀’) 시리즈 순위 조작 논란에 대해서 “변명의 여지 없이 저희 잘못”이라며 사과문을 발표했다. 30일 서울 상암동 CJ ENM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허 대표는 “데뷔라는 꿈 하나만 보고 모든 열정을 쏟았던 연습생들과 프로그램을 응원해 주신 팬들과 시청자 여러분께도 이루 말할 수 없이 죄송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7월 ‘프듀 X’ 종영 직후부터 투표 조작 의혹이 제기된 지 다섯 달 만에 경영진이 처음으로 입을 뗀 것이다.
시즌4 순위 조작 논란 5달 만에 사과 #피해 연습생 금전적 보상 계획 밝혀 #“엑스원, 아이즈원 활동 재개 지원, #공정성 확보되면 오디션 다시 검토”
이날 CJ ENM 측이 약속한 것은 크게 세 가지다. ▶ 피해를 본 연습생에 대한 금전적 보상 ▶300억원 규모의 기금 및 펀드 조성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시청자위원회 설치 등이다. 피해자가 확정되는 대로 이들을 구제하는 한편 ‘프듀’ 시리즈로 벌어들인 수익을 모두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취지다. 하용수 경영지원실장은 “경찰과 검찰 수사 진행 중에는 외부에 드릴 수 있는 말씀이 한계가 있었다”며 “연말이 지나고 해가 넘어가게 되면 아티스트 활동 공백이 길어지고, 추가 피해가 커질 것이라 판단해 이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하 실장과 신윤용 커뮤니케이션 담당이 진행한 질의응답 중 주요 내용이다.
- 피해를 본 연습생은 누구인가.
- 연습생은 크게 수혜자와 피해자로 나뉜다. 데뷔를 해야 했는데 못한 연습생이 피해자고, 데뷔를 한 사람이 수혜자다. 누가 수혜자이고, 피해자인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확정되는 대로 피해 보상 절차에 들어갈 것이다. 2차 피해를 우려해 수혜자와 피해자 명단은 공개하지 않을 예정이다.
- 왜 피해자를 확정할 수 없나.
- 원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했다. 외부 온라인 문자투표가 실시간으로 이뤄지다 보니 제작진 중에서도 일부만 데이터 접근이 가능했다. 내부에 있는 데이터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원 데이터와 비교 및 대조 작업이 필요한데 여러 업체로 나누어져 있어 확인이 불가능했다. 이처럼 회사 조사로는 한계가 있어 수사를 의뢰했다.
- 엑스원과 아이즈원 활동은 어떻게 되나.
- 현재 두 팀은 활동이 잠정 중단된 상태다. 최대한 빨리 활동을 재개하기 위해 소속사 및 멤버들과 협의 중이다. 이들도 피해자다. 아이즈원의 경우 데뷔 후 1년 넘게 활동한 만큼 조속히 활동을 재개하는 것이 심적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 ‘아이돌학교’도 조작 논란도 있었는데.
- 수사 중인 상황이라 말씀드리기 힘들다. 수사가 어느 정도 진행되면 말씀드리겠다.
- 문자투표에 참여한 시청자에 대한 피해 보상은.
- 현재 통신사에 기술적으로 일괄 환불 조치가 가능한지 문의한 상태다. 환불 외에도 기부 등 다른 방안도 함께 검토 중이다.
- 펀드 기금 300억원은 어떻게 마련했나.
- ‘프듀’ 시즌 1~4에서 발생한 이익과 향후 발생할 이익을 포함한 금액이다. 모두 CJ ENM와 관련된 금액으로 소속사나 연습생들에게 분배되는 몫은 제외했다. 외부 독립된 기관에 운영을 맡길 예정이다. ▶해외 진출 기획사 및 아티스트 자금 지원 ▶작곡가 및 언더그라운드 창작자 지원 ▶중소기획사 신인 발굴 및 육성 ▶K팝 연구소 설립 및 지원 등에 쓰일 계획이다. 최소 5년 이상 장기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 현재 재판 중인 PD 3명은 내부 징계를 받았나. 고위 관계자 개입 의혹도 있는데.
-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내부 감사를 이중으로 진행하기는 어려웠다. 내부 인사 규정 역시 재판 결과가 나와야 처벌이 가능하다. 현재 업무에서 배제된 상태로 정직 등 징계가 내려진 상황은 아니다. 고위 관계자는 개입돼 있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또 나타날지도 모르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봐야 알 것 같다.
- ‘쇼미더머니’ 등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은 어떻게 되나.
- 공정성과 투명성이 확보될 때까지 진행하지 않을 계획이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합작한 법인 빌리프랩 관련 오디션 역시 현재 구체적으로 확정된 내용은 없다. 참관인 제도를 도입한 데 이어 시청자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투명성을 강화할 예정이다.
-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방송사가 아티스트 제작 및 유통에 손을 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 안 하는 것이 답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공정성과 신뢰성이 확보된다면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그들을 통해 전 세계에 K팝을 알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케이콘 등 CJ ENM이 오랫동안 해왔고, 할 수 있는 일을 할 기회를 놓는 것 자체가 K팝의 글로벌화를 위해서도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