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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 휘두르는 10~14세 범죄 “돈 없다” 하면 보상도 힘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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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일러스트=김회룡]

경기도 구리시에서 초등생이 또래 친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이 연일 논란이다. 가해 아동이 형사상 처벌 대상이 아닌 '촉법소년'(觸法少年, 10세 이상~14세 미만)이라 처벌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29일 경기북부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26일 오후 7시 40분쯤 구리시에서 초등학생 A양은 조부모 집으로 친구 B양을 부른 뒤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B양은 집 앞 복도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지던 도중 사망했다. 비명을 듣고 달려와 복도에서 B양을 발견한 경비원이 112에 신고했다.

중범죄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 촉법소년 

경찰은 A양을 긴급체포했지만 바로 가족에게 인계했다. 미성년자 범죄는 '소년법'에 따라 처리되는데 A양은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형사상 미성년자인 ‘촉법소년’이다.

‘14세가 되지 않은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는 형법에 따라 ‘촉법소년’에 대한 처벌은 불가능하다. 법원 소년부로 넘겨져 일반적인 형사사건 기소보다 수위가 낮은 보호관찰이나 소년원 수감 등 처분을 받게 된다. 전과기록도 남지 않는다.

실제로 경찰은 조사가 끝난 뒤 A양을 소년분류심사원으로 인치했다. 소년분류심사원은 비행 청소년을 위탁받아 수용하는 법무부 소속 기관이다.

A양은 B양을 흉기로 살해한 이후 범행 현장을 은폐하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듭된 경찰의 추궁에 A양은 혐의를 인정하며 "B양으로부터 험담 등 괴롭힘과 폭행을 당해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양이 계획적으로 범행했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 중이다.

[뉴스1]

[뉴스1]

지난 4년간 송치된 촉법소년 2만8024명

촉법소년에 의한 범행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9월 수원시에선 여중생 7명이 노래방에서 초등생을 폭행해 논란이 됐다.

여중생들이 초등생을 수차례 폭행하는 영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돼 공분을 샀는데 ,가해 여중생들이 모두 만 13세라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다. 지난 4월엔 차량을 훔치고 교통사고를 냈지만, 촉법소년이라 처벌받지 않았던 중학생 3명(만 12세)이 경찰에서 풀려난 지 2주 만에 차량을 훔쳐 소년원으로 보내졌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소년부로 송치된 촉법소년은 7364명이다. 2015년(6551명)에 비해 12.4% 증가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소년부에 송치된 촉법소년 수만 해도 2만8024명이다.

범행이 잇따르자 법무부도 촉법소년 연령을 만 14→13세로 낮추는 방안을 담은 '제1차 소년비행예방 기본계획(2019∼2023)'을 지난해 12월 발표했다. 지난 10월엔 이낙연 국무총리가 국회에 계류 중인 소년법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해 달라고 직접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법이 통과된다 해도 A양 같은 만 12세 이하 초등학생은 처벌할 수 없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보상받기도 애매…보상 금액 현실화 법 만들어져야

촉법소년을 법으로 처벌할 수는 없지만, 민사소송으로 이들의 보호자에게 보상금을 받을 수는 있다. 그러나 법원에서 피해자가 보상금 지급 판결을 받더라도, 실제 가해자 측 보호자가 해당 금액을 지급하는 건 다른 문제다. 조현수 변호사(법무법인 메리트)는 "'부모가 피해를 보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져도 가해자 부모가 경제적 능력이 안 되면 강제집행도 어렵다"며 "국가가 범죄 피해자 보상금의 일정 부분을 보상해주는 제도가 있긴 하지만 기금이 넉넉하지 않아 보상이 여유 있게 진행되진 않는다. 국가의 보상 금액 자체를 현실화시키는 부분이 법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모란·박사라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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