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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조 1주택자 세금 전면폐지” 프랑스 왜 韓과 반대로 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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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12월 31일 신년 기자회견을 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 대통령은 1주택자에 대한 거주세 폐지 및 법인세·소득세 감면 등 대대적인 세제개편을 추진 중이다.[AP=연합뉴스]

지난 2018년 12월 31일 신년 기자회견을 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 대통령은 1주택자에 대한 거주세 폐지 및 법인세·소득세 감면 등 대대적인 세제개편을 추진 중이다.[AP=연합뉴스]

프랑스가 2주택 이상 보유자를 제외한 1주택 거주자의 '거주세(la taxe d'habitation)'를 2023년까지 전면 폐지할 방침이다. 집값을 잡겠다며 실소유 중심의 1주택자의 부동산 보유세(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높이는 한국 정부의 선택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추세다.

◇2023년까지 거주세 전면 폐지  

프랑스의 르파리지앵은 28일(현지시간) "정부가 1주택자에 대한 거주세를 2023년까지 전면 폐지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프랑스 헌법평의회가 정부의 이같은 방침이 담긴 2020년 예산안을 27일 대부분 승인한데 따른 발표다. 이에 브루노 르 마리 프랑스 재무장관과 제랄드 다르마냉 예산장관은 합동 성명서를 내고 "2020년까지 아직 거주세를 내고 있는 20%에 속하는 사람은 2020년 재정법에 따라 2021년부터 단계적으로 세금부담이 줄어들고 2023년에는 모두 감면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브루노 르 마리(오른쪽) 프랑스 재무장관과 제랄드 다르마냉 예산장관이 지난 9월 26일 파리에서 열린 2020년 예산안 발표 기자회견장에 나란히 앉아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브루노 르 마리(오른쪽) 프랑스 재무장관과 제랄드 다르마냉 예산장관이 지난 9월 26일 파리에서 열린 2020년 예산안 발표 기자회견장에 나란히 앉아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는 부동산에 대해 지방세로 크게 토지세와 거주세를 거두고 있다. 토지세는 빌딩, 창고, 주택 등 모든 영구건축물 소유자에 대해 매기는 세금이다. 거주세는 주택에 실제 거주하고 있는 집주인, 세입자, 무상거주인에게 부과하는 세금이다. 2017년 집권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 따라 단계적으로(2018년 30% →2019년 65%→2020년 80%) 거주세를 감면해왔다. 이번 조치는 거주세 폐지를 위한 마지막 단계로 평가받는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거주세가 전면 폐지될 경우 2240만가구가 170억유로(약 22조원)에 달하는 세금을 감면받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2주택 이상과 휴가용 주택은 예외  

그러나 프랑스 정부는 2주택 이상 보유자 및 별장 등 휴가용 주택에 대해서는 거주세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르파리지앵은 "2주택 보유자나 해변 및 산지에 주택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거주세를 내야 한다"고 전했다. 다주택자들에 대한 거주세까지 폐지할 경우 자칫 부동산 시장의 혼란을 야기하고, 주택이 투기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주택 보유자와 레저용주택 보유자에 대해서는 기존대로 토지세와 거주세를 부과해 세부담을 유지하는 반면, 무주택자와 1주택자의 거주세는 폐지해 실수요자의 세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거주세가 지방세의 하나인 만큼 지방자치단체의 강한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프랑스의 영문매체 더로컬은 "중앙정부가 거주세를 폐지하면서, 지방 정부는 구멍 난 세수를 2주택자로부터 채우려 할 수 있다"며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은 역으로 더 많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마크롱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최근 한국 정부의 부동산 보유세 인상 기조와는 반대라는 점에서 더 이목을 끈다. 한국 정부는 1주택자의 부동산 보유세율 자체를 올리진 않았지만 최근 국토교통부의 공시지가 현실화로 인해 실수요자인 1주택자의 체감 세금은 다소 높아진 상황이다. 여기에다 지난해 9·13 대책과 올해 12·16 대책을 통해 고가주택과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율과 세 부담 상한이 높아짐에 따라, 다주택자가 아니더라도 고가의 1주택을 소유하고 있을 경우에는 세 부담이 높아졌다.

◇마크롱이 노리는 건 중산층 구매력 향상 

OECD 국가 가운데서도 부동산 보유세가 높은 편인 프랑스 정부가 거주세를 전면 폐지하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거주세와 소득세 감면이 중산층의 구매력 증대로 이어져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가 경기침체로 고통받던 2017년 대선에서 거주세와 법인세를 포함한 대대적인 세금 감면을 공약했다. 집권 첫해에 '부유세'로 불리는 '연대세(ISF)'의 부과 대상을 대폭 축소하고, 자본소득에 대한 누진세를 폐지하는 세제개편안을 통과시켰다.

2018년 12월 프랑스 북서부 몬타본 지역에서 바리케이트를 치고 시위하고 있는 노란 조끼 시위대. 이 유류세 인상에 반대하며 거리로 나온 노란 조끼 시위대의 저항은 마크롱 대통령의 퇴진 시위로까지 번졌다. [AFP=연합뉴스]

2018년 12월 프랑스 북서부 몬타본 지역에서 바리케이트를 치고 시위하고 있는 노란 조끼 시위대. 이 유류세 인상에 반대하며 거리로 나온 노란 조끼 시위대의 저항은 마크롱 대통령의 퇴진 시위로까지 번졌다. [AFP=연합뉴스]

그러나 지난해 친환경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한 유류세 인상으로 "부자들만 감세 받고 중산층은 쥐어짠다"는 비판에 직면하자, 유류세 인상 포기와 함께 감세의 혜택이 중산층에게 더욱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거주세 폐지도 저소득층의 소득세 감면과 함께 중산층의 감세 혜택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2017년 5월 마크롱 정부 출범 이후 경제·사회 전반의 개혁 정책에 힘입어 경기회복세는 뚜렷한 것으로 파악됐다. 프랑스의 경제성장률은 2012년 이후 3년간 0.2~0.7%에 머물렀으나 2015년 1.2%로 회복한 이후 2017년 2.3%로 크게 상승하면서 2011년 수준으로 회복됐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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