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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의 부동산 정책, 대통령이 나서도 쉽지 않은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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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김현예 복지행정팀 기자

김현예 복지행정팀 기자

“단순 아이디어를 발표한 건 아니다. 오래 생각해왔다. 확고한 의지가 있어서 이야기한 것이다. 빨리 실행안이 나와야 한다.”

[취재일기]

서울시 관계자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부동산 국민 공유제’를 이렇게 설명한다. 지난 27일 박 시장은 신년사에서 “서울부터 부동산 국민 공유제를 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안이 제대로 굴러가려면 두 바퀴가 필요하다. 부동산 불로소득과 개발이익 환수다. 이를 재원으로 서울시가 토지와 건물을 매입하겠다는 얘기다.

먼저 앞바퀴에 해당하는 불로소득 재원은 세금이다. 도마 위에 올린 건 종합부동산세(종부세)·재산세·취득세다. 종부세는 서울시가 손 못 대는 국세다. 재산세와 취득세만 지방세다. 이 세금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일까. 설명은 이렇다. “종부세 중 일정 비율을 중앙정부가 지방으로 내려주는 부분이 있다. 이 비율을 바꿀 수 있다. 재산세와 취득세는 조례를 바꿔서 기금으로 쓸 수 있다.”

중앙정부가 종부세를 서울시에 더 내려주려면 법을 바꿔야 한다. 박 시장 뜻대로 하려면 중앙정부 몫을 줄여서 서울에 주거나, 지방에 가는 파이를 줄여 서울에 줘야 한다. 다른 지자체에서 이를 받아들일까. 박 시장은 “종부세를 지금보다 3배로 올리자”고 한다. 박 시장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세금을 왕창 올릴 수 있을까.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말한다. “전국에서 가장 잘 사는 곳이 서울이다. 서울시 내년 예산이 40조원에 육박한다. 그 돈 다른데 다 쓰고 결국 임대주택 만들겠다고 국세를 더 달라고 하면 다른 지방이 가만히 있겠는가. 제로섬 게임이다. 대통령이 나서도 쉽지 않은 일이다.”

박 시장은 공시지가 인상을 주장한다. 이걸 올리면 종부세·재산세를 늘릴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지자체 권한 밖이다. 중앙정부 몫이다. 급격한 공시가격 조정에 안 그래도 시장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런 조치보다 공급을 늘리는 게 시급하다. 서울시 의회에 따르면 박 시장은 취임 직후인 2012년부터 정비사업구역 해체를 밀었다. 재개발·재건축 속도가 느려졌다. 393곳 25만 가구의 주택이 시장에 나오지 못했다. “40조 예산으로 임대주택 더 늘리지 이제 와 그러는가”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설득력이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울 시민은 실현 가능성이 있는 정책을 원한다.

김현예 복지행정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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