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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청, 전교조 반발에 '지필고사로 기초학력진단' 철회

중앙일보

입력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연합뉴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연합뉴스]

서울시교육청이 모든 중1, 초3 학생을 대상으로 지필고사 방식의 기초학력진단 검사를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했다. 학교학급에 따라 지필고사 대신 교사의 관찰 상담 등을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지필고사 방식을 반대한 전교조 등의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교육계에선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9일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모든 학생이 지필고사로 기초학력진단 검사를 하려던 계획을 수정해 다른 평가 방식도 활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학급별로 교사의 관찰·상담 등 평가 방법을 고르고, 이를 학업성적관리위원회에 제출하면 지필고사를 대체할 수 있도록 했다.

전날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초학력진단을 간단한 지필고사로 치러도 되고, 교사의 개별 관찰만으로도 기초학력진단이 가능하면 지필고사는 안 봐도 된다"고 밝혔다.

지난 9월 서울시교육청은 '2020 서울 학생 기초학력 보장 방안'을 발표했다. 여기엔 내년부터 초3, 중1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지필고사를 통한 기초학력진단 검사를 하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기초 학력이 뒤진 학생을 조기에 발견에 적극 지원하겠다는 취지였다.

서울 학생의 기초학력이 타·시도보다 낮다는 지적에 내놓은 대책이었다. 2016년 교육부가 발표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결과 서울시 중3, 고2 학생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6%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다.

지난 9월 전교조 서울지부 집행위원들이 서울시교육청 11층을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은 서울시교육청이 내년에 초3과 중1을 대상으로 기초학력 진단검사를 시행한다고 발표하자 "일제고사의 부활"이라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제공]

지난 9월 전교조 서울지부 집행위원들이 서울시교육청 11층을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은 서울시교육청이 내년에 초3과 중1을 대상으로 기초학력 진단검사를 시행한다고 발표하자 "일제고사의 부활"이라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제공]

하지만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한 지필고사가 포함된 계획에 대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는 “시교육청이 시행한다는 진단검사는 사실상의 일제고사로, 줄세우기와 낙인효과 등 교육적 부작용을 유발할 것"이라며 반발했다. 지난 9월 전교조 서울지부 집행위원들이 시교육청 11층을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지난달에는 교육감실을 점거했다.

이런 반발에 대해 시교육청은 기초학력진단 검사를 위해 이뤄지는 지필고사는 대다수 학생이 높은 점수를 기록하는 기초 시험이라며, 과거 이뤄진 일제고사와는 다르다고 강조해왔다.

조 교육감이 대책 발표 석 달 만에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한 지필고사를 포기한 데에는 이런 반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계획 철회를 알리기 전에 전교조 등 교원단체와 협의해왔다”면서 “지필고사의 취지를 설명했지만 반발이 여전했던 만큼 이를 수용한 것”이라고 전했다.

교육계에서는 지필고사를 다른 방식으로 대체할 경우 기초학력진단의 실효성을 줄어든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관계자는 “기초학력진단 평가의 취지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기초적인 데이터를 제공해서 학력 수준을 파악하자는 것”이라며 “각 학교, 학급마다 각자의 방식으로 평가할 경우 학생들의 학업 수준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청이 비판을 피하기 위해 타협안을 내놓고 후퇴했다”고 비판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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