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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가 "국난" 규정한 日저출산···한국은 그보다 더 심각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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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4일(현지시간) 중국 쓰촨성 청두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4일(현지시간) 중국 쓰촨성 청두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일본의 저출산 상황에 대해 “국난(國難)이라고 불릴 만한 상황”이라며 담당 각료에게 모든 정책을 총동원하라고 지시했다. 올해 일본에서 태어난 신생아 수는 3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아베 "정책 총동원해서 저출산 해결해야" #일본 신생아 출생 감소 폭 30년만에 최대 #총인구 감소 사상 처음 연간 50만명 넘어 #출산적령기 20~30대 여성 인구부터 줄어 #한국 합계 출산율 0.88…일본 보다 낮아

27일 NHK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전날 총리관저에서 저출산 대책을 담당하는 에토 세이이치 총리 보좌관과 30분간 회담한 뒤 “무슨 수를 써서라도 희망 출산율 1.8’ 정책 목표를 달성하라”고 지시했다. 일본 가임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는 1.42명으로 3년 연속 하락세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인구동태통계에 따르면 올해 태어난 아이 수는 86만4000명으로 전년 대비 5.92% 감소했다. 해당 통계가 작성된 1899년 이래 처음으로 90만명을 하회했다. 출생 감소율이 5%를 넘긴 건 지난 1989년 이래 30년 만이다.

이 때문에 일본의 올해 인구 감소는 사상 처음으로 5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올해 사망자에서 신생아 숫자를 뺀 인구 자연감소가 51만2000명에 달할 것이라며 총인구가 1억명 이하로 떨어지는 시점이 당초 예상(2053년)보다 더 빨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생아 수 급감의 원인으로는 출산적령기 여성 인구가 줄어든 점이 꼽힌다.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 세대(1947~1949년생) 이후 가장 많은 인구를 차지하고 있는 단카이 주니어 세대(1971~1974년생)가 45세 이상이 됐다. 출산적령기인 25~39세 여성의 수는 969만명으로 전년 대비 21만명 감소했다.

한국·일본 인구 비교.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한국·일본 인구 비교.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또한 올해 새로운 덴노(天皇·일왕) 즉위로 새 연호에 맞춰 결혼과 출산이 급증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혼인 수는 되레 전년 대비 0.59% 감소한 58만3000쌍에 그쳤던 점도 출산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했다.

인구가 감소할 경우 정부의 세수 부족·내수 시장 규모 축소·연금 고갈 등 경제적 문제가 발생할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국력이 저하될 수 있다. 더군다나 일본은 외국인에 대해 폐쇄적인 정책을 유지하기 때문에 해외 이주민이 유입으로 부작용을 상쇄할 가능성도 작다.

인구 감소는 이미 일본 실물 경제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빈집이 늘면서 곳곳에 사람이 없는 지역도 발생하고 있다. 오사카의 경우 열집 가운데 두 집 이상은 빈집으로 밝혀졌다. 일본의 빈집은 2013년 전체의 13.5%인 900만채, 2033년에는 그 비중이 30%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적인 투자자 짐 로저스는 지난해 일본 주식을 모두 팔면서, 일본 정부에 인구 감소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라고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그는 “일본이 현실을 외면하고 부채를 부채로 막는 정책을 지속하며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30년 뒤의 일본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쇠퇴하여 범죄와 폭동의 나라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아베 총리는 지난 20일 75세 이상 노인들의 의료비 자기 부담률을 10%에서 20%로 인상하겠다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연간 8000억엔(약 8조5000억원) 규모의 건강보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노인들의 대대적인 반발이 예상되는 사안임에도 아베 총리는 나이 대신 소득을 기준으로 각종 제도를 개편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도 일본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올해 3분기 전국 신생아 수는 전년 동기보다 8.3% 줄어든 7만3793명을 기록했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 출산율’도 0.88명으로 떨어졌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인구 감소가 예상된다.

마츠타니아키히코정책연구대학원대 명예교수는 “이미 가임 인구가 줄어든 상황에서 저출산 대책은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며 “오히려 인구 감소를 전제로 경제·사회 시스템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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