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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에듀] 현직 교사 전망 “과제형 수행평가 폐지 땐 무임승차 줄고 지필고사 늘 것”

중앙일보

입력

교실 내에서만 모둠평가, ‘무임승차’ 감소 기대

서울 양강중 이경아 교사(국어)는 몇 년 전부터 모든 수행평가를 교실 내에서만 진행했다. 내년부터 과제형 평가를 폐지한다는 교육부의 이번 발표가 나기 훨씬 전부터다. 교육부가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요령으로 ‘과제형 평가를 지양하라’고 공지한 2016년부터 학생들에게 과제형 수행평가를 하지 않았다.
국어 시간에 진행되는 수행평가는 독서활동과 독후감 쓰기, 인물 관계도나 시화 그리기, 시나 수필을 읽고 모방하는 작품을 쓰거나 책을 읽고 인상적인 장면을 그리는 활동 등이다. 이 교사는 “수행평가의 취지는 구체적 상황에서 학생들이 실제로 행동하는 과정이나 결과를 평가하는 것”이라며 “교실 내 평가로 그 과정을 충분히 고려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과제형 수행평가로 꼽히는 모둠 활동도 수업 시간 중에 소화한다. 토론을 위한 모둠 활동을 할 경우, 흔히 ‘부모 과제’로 불리는 사전 자료 조사를 이 교사가 맡는다. ‘키즈존’이나 ‘반려견 입마개 착용’과 같은 사회적 이슈 중 모둠별로 토론 주제를 고르게 하고, 교사가 미리 준비한 자료를 배부한다. 1차 자료를 조원들이 읽고 각자 찬성과 반대 입장을 정해 수업시간에 글을 쓰는 과정에서 읽기와 쓰기 실력을 평가하고, 이후 각자가 쓴 내용을 가지고 토론하고, 발표자의 말을 경청하는 태도에서 듣기와 말하기 실력을 평가한다.
교실 모둠 활동의 장점은 학생들의 참여 여부를 교사가 지켜볼 수 있다는 점이다. 수업시간마다 학생들의 참여도를 꾸준히 기록했고, 같은 모둠이라도 기여도에 따라 각자 다른 점수를 줘 ‘무임승차’를 차단했다.
그는 “모둠 활동은 국어 과목의 ‘주장하는 글쓰기’와 ‘토의·토론’ 등을 배울 때 필요하다”며 “교내 수행평가로도 모둠 활동은 가능하기 때문에 과제형 수행평가가 폐지된다고 해서 모둠 활동이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둠활동, 교실 내 평가로 제한돼 #수업시수 적은 과목 지필고사 늘어나 #글쓰기 훈련과 수업 집중·학습목표 이해 중요해져

수업시수 적은 과목 지필고사 늘어나…. 과제 순기능 사라져

일부 교사들은 과제형 수행평가 폐지에 난색을 보이기도 했다. 고교에서 통합사회를 가르치는 김진우 교사는 과제형 수행평가가 폐지되면 내년부터 수행평가를 줄이고 지필고사 비중을 높이며 문제 난도를 높이는 과목이 생길 것이라 예상했다.
그는 “개정안의 취지는 이해한다”면서도 “주당 수업시간이 많은 국·영·수 등 주요 과목과는 달리, 주당 한 두시간 내외로 이수 단위가 작은 수업시간은 진도 나가기도 빠듯해 과제(숙제) 없이 교실 내에서만 수행평가를 하려면 시간이 부족하다.”며 “현행 수업시간에 맞춰 과제형 수행평가 없이 수행비율을 조절하면 내 과목의 경우 기존 ‘7(수행):3(지필)’에서 ‘3(수행):7(지필)’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필고사에서 변별력을 가지려면 문제 난도도 올라가게 돼 학생들이 공부해야 하는 시간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덕소고 김수길 교사(도덕, 좋은교사운동 소속)는 과제형 수행평가의 순기능이 사라지는 데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과제형 수행평가는 학생들의 자발성을 자극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토론대회에 대립하는 쟁점을 과제로 준비하는 과정에서, 상대 조를 이기기 위해 방대한 자료를 스스로 찾고, 시간을 충분히 들여 고민하고 연구하는 과정에서 자기 주도적인 학습을 하는 역량이 길러진다.”고 말했다. 이어 “교실 수업에서 제한된 시간만으로는 이런 식의 훈련을 하기가 어렵다”며 “무조건적인 폐지보다는 역기능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유지하는 쪽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한된 시간 내 교실 수행평가, 주의점은

과제형 수행평가가 폐지되면 모든 수행평가는 교실 내에서 이뤄지게 된다. 제한된 시간 내 제한된 교실 공간에서 이뤄지는 수행평가를 잘 치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경아 교사는 “국어의 경우 교실 수행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능력은 글쓰기”라며 “시험을 위한 글을 써 제출하는데 청소년 은어나 구어체를 사용하는 학생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문장 끝에 ‘ㅋㅋ’를 붙인다거나 ‘김첨지는 츤데레다’라고 쓰는 식이다. 다양한 주제에 대해 짧은 글쓰기를 미리 자주 써보는 연습을 해두면 수업시간에 실시되는 글쓰기 수행평가에도 당황하지 않고 대비할 수 있다.
내가 치르는 수행평가가 어떤 학습 목표의 달성을 위한 것인지 사전에 확인하는 것도 고득점을 위한 방법이다. 교과서의 단원 별 학습 목표를 미리 살펴보면 수업시간에 어떤 수행평가를 치를지 감을 잡을 수 있다. 예컨대 새 학기 3단원 학습 목표에 ‘주장하는 글쓰기를 할 수 있다’라고 나온다면, 이와 관련된 수행평가가 출제될 거라 예상할 수 있다. 이 교사는 “학기 초에 많은 교사가 한 학기 동안 어떤 수행평가를 치를지 ‘수행평가 안내문’을 배부한다”며 “이를 잘 보관해두고 수시로 확인하라”고 조언했다.
학생 스스로 열심히 수행평가를 위해 노력했는데 점수가 저조한 경우 역시 학습 목표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 원인일 때가 많다. 김수길 교사는 “비판적·창의적 사고력 향상이라는 학습 목표의 달성을 위해 낸 수행평가에 주장과 근거 제시 없이 일방적인 이야기의 나열만 늘어놓는 경우 낮은 점수를 받게 된다”며 “학생 입장에서는 열심히 썼지만, 노력의 방향이 잘못된 것으로, 반드시 교사의 출제 의도를 이해하라”고 조언했다.

이지은 객원기자는 중앙일보 교육섹션 '열려라 공부' 'NIE연구소' 등에서 교육 전문 기자로 11년간 일했다. 2017년에는 『지금 시작하는 엄마표 미래교육』이라는 책을 출간했으며 지금은 교육전문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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