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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지수 2200선 찍던 날, '지수 하락' 베팅한 개미투자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코스피가 2204.21로 장을 마감한 27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에 한창이다. [연합뉴스]

코스피가 2204.21로 장을 마감한 27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에 한창이다. [연합뉴스]

직장인 윤모(41) 씨는 지난 18일 인버스 ETF(상장지수펀드)에 650만원가량 투자했다. 인버스 ETF는 지수가 내리면 오히려 수익이 나는 '청개구리 ETF'로 하락장에 대처하는 상품이다. 거꾸로 주가가 오르면 손해를 보는 구조다. 윤씨가 투자한 이날은 코스피 지수가 장중 2200선을 찍던 날이다. 그는 "코스피가 2100선 부근까지 떨어지면 내다 팔 계획"이라고 말했다.

코스피 상승을 틈타 개인 투자자들이 인버스 ETF를 대거 사들이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은 이달 들어(1~27일) '코덱스(KODEX) 200 선물 인버스2X'를 158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12월 개인 순매수 금액 기준으로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을 합쳐 2위, ETF 중에선 1위다. 역방향을 뜻하는 '인버스'와 '2X'란 이름답게 지수가 하락하면 그 두 배만큼 수익이 난다. '코덱스 인버스'(573억원)도 시장을 통틀어 순매수 5위로 집계됐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가가 주가에 연동해 수익이 나는 일반 상품에 주로 투자했던 것과는 정반대다.

12월 개인이 사들인 인버스 ETF.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12월 개인이 사들인 인버스 ETF.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단기 고점 인식하는 듯"…레버리지 ETF는 팔아

최근 주가를 단기 고점으로 보고, 다시 떨어질 것이란 전망에 베팅한 개인이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코스피가 1900~2200선에서 움직이는 만큼 박스권 상단에 근접했을 때 인버스 ETF를 사면 돈을 벌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찍으면서 코스피도 단기에 급등했기 때문에 조정을 받을 것으로 보는 듯하다"며 "개인은 주가가 오르면 인버스 ETF를 사고, 레버리지 ETF를 파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레버리지 ETF는 주가가 오르면 그 2배 수익이 나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실제로 12월 들어 개인은 '코덱스 레버리지'를 2887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을 합쳐 4위 규모다. 올 하반기 하락장에서 용기를 내 레버리지 ETF를 담은 개인은 반등장에서 톡톡히 재미를 봤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덱스 레버리지'와 '미래에셋 타이거(TIGER) 레버리지', '킨덱스(KINDEX) 레버리지'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13%대다. 미·중 무역분쟁 여파에 코스피가 1900선까지 밀렸던 8월 26일과 비교하면 이들 상품 수익률은 39%대로 껑충 뛴다.

지금 시점에 인버스 ETF를 사는 게 좋을까. 전문가들은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미·중 무역분쟁이 1단계 합의에 도달하면서 국내 증시도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인버스 ETF는 시장 방향성에 베팅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황에 대한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며 "예상과 달리 지수가 움직일 땐 빨리 빠져나와 손실을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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