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폭발을 주제로 한 재난 영화 ‘백두산’이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영화는 북한 비밀 수용소ㆍ핵무기 탑재 탄도미사일ㆍ한국군 특수작전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등 북한 지역과 군사 분야 소재를 많이 다루고 있다. 현실감 있는 재현이 이뤄졌다는 호평을 받고 있지만, 일부 군 관련 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표현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용한의 배틀그라운드]가 팩트체크해봤다. (※영화 내용이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박용한 배틀그라운드] #7번 실패 '무수단' 계열 등장 #북한 핵무기 해체 가능한가 #중무장 미군이 한국군 습격
극 중 하정우는 특수 임무를 받고 북한으로 파견된다. 이때 대표적인 미 공군 기지 중 하나인 오산에서 항공기를 타고 이륙한다. 물론 오산은 한국 공군 작전사령부가 있고 한ㆍ미 양국 군대가 함께 근무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휘부만 있을 뿐 부대에 배치한 항공기와 실제 전투 병력은 미군으로 꾸려져 있다.
한국 공군은 청주ㆍ대구 등 다른 지역에 배치돼 있다. 올해 한국군이 최초로 도입한 F-35A 스텔스 전투기는 청주, F-15K 전투기는 대구 공군 기지에 각각 주둔하고 있다. 육군 항공작전사령부와 특수전 작전사령부는 경기도에 있다.
만약 한국군이 미군과 연합 작전을 한다면 오산 기지에서 떠나는 것도 불가능한 설정은 아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한국은 미국에 통보하지 않고 단독 작전을 펼친다. 따라서 오산 기지에서 한국군 특수부대가 출격하는 건 현실과 동떨어진 설정이다.
마찬가지로 한국군 부대가 C-17 글로벌마스터 III 수송기에 오르는 데, 이 수송기는 한국군이 보유하지 않은 기종이다. 미군이 허락하지 않으면 동원할 수 없다. C-17은 미 공군이 보유한 대표적인 장거리 전략 수송기로 동체 길이 53m, 최대 적재 무게 76t에 이른다. 화물을 가득 싣고 이륙할 때 동체 무게는 265t에 육박한다.
C-17은 호주ㆍ영국ㆍ인도ㆍ카타르ㆍ아랍에미리트(UAE) 등에서도 보유하고 있다. 한국군은 이보다 작은 C-130 허큘리스 계열만 병력과 화물 수송 목적으로 운용한다. 2018년 태풍 피해로 사이판에 교민이 고립되자 정부는 공군 C-130을 현지로 급파해 구호 작전을 펼쳤다.
한국 공군은 C-130보다 더 큰 대형수송기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독일과 스페인 등에서 실전에 투입한 A400M을 눈여겨 보고 있다. 이 수송기는 영화 ‘미션임파서블’에 등장했다. 미국이 2015년 단종한 C-17 재생산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경우에 따라 영화 속 설정이 지금은 틀렸지만 언젠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영화에서 한국군 부대는 우여곡절 끝에 핵무기를 탑재한 탄도 미사일을 찾아낸다. 겉모습을 보면 ‘무수단’ 계열로 알려진 화성-12형 미사일과 일치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시험 발사 현장을 찾아 살펴보기도 했던 ‘made in D.P.R.K’ 미사일이다.
화성-12형은 0.5~1t 무게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고, 최대 사거리는 6000㎞ 내외다. 북한은 무수단 계열인 화성-10형과 화성-12형을 각각 2016년과 2017년에 최초로 시험 발사했다. 그런데 같은 무수단 계열인 화성-10형은 시험 발사에서 7번이나 실패했다. 사실상 만들다 포기한 무기다. 화성-12형은 시험 발사에는 성공했지만, 최신형은 아니다.
북한은 신형 탄도미사일 화성-14형ㆍ화성-15형 개발에 성공했다. 화성-15형은 2017년 11월 29일 시험 발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1만㎞ 이상 날아가는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북한이 만약 핵무기를 실전에 배치한다면 영화에 등장한 무수단 계열이 아닌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할 가능성이 더 크다.
영화에서 북한이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하면서 핵무기 미사일을 마지막까지 은밀하게 보관했던 장소는 공장 지하로 드러난다. 북한에서 미사일과 같은 군수물자는 일반 공장과 달리 지하 공장에서 생산된다. 어느 정도 사실을 반영한 부분이다.
그러나 제작을 완료한 뒤 실전에 배치하는 미사일은 깊은 산골짜기나 공장에서 멀리 떨어진 지하 장소에 보관한다고 추정된다. 일반 주민이 쉽게 발견하지 못하고, 한ㆍ미 연합군이 첨단 정찰자산으로도 찾아낼 수 없도록 숨겨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전시에는 공단 지역은 우선 폭격 대상에 들어가기 때문에 아무리 지하라도 ‘공화국 보물’이라 불리는 핵무기를 숨겨둘 안전한 장소는 아니다.
한국군 특수부대는 북한 핵무기 미사일을 발견한 뒤 핵탄두를 분리한다. 이는 실제로 가능한 이야기다. 한국군과 미군은 대량파괴무기(WMD) 제거를 위한 연합 훈련을 정례적으로 실시한다. 북한군이 보유한 핵무기와 화학ㆍ생물학 무기를 확보한 뒤 해체한 뒤 이송하는 임무를 반영했다. 한국과 미국은 구체적으로 정한 절차를 각자 맡아 수행한다.
그렇다면 한국군이 핵무기를 해체하는 영화 속 설정은 사실에 부합될까? 이는 군사 비밀에 해당하기 때문에 ‘노코멘트’하겠다.
영화에선 한국군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두고 벌어지는 한ㆍ미 양국의 첨예한 대립도 그려진다. 전작권 행사가 가능한 상황인지 논란도 있다. 또한,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 전작권을 한국군으로 전환하는 절차를 한ㆍ미 양국이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런 논란을 떠나 한국군 대장이 지휘하는 합동참모본부(합참)에 무장한 미군이 들어와 지휘권을 빼앗는 장면은 현실과 크게 다르다. 미군은 합참 청사에 근무하지 않고 한국군 허가 없이 들어갈 수 없다.
한국군과 미군이 함께 근무하는 한ㆍ미연합군사령부(연합사)도 합참 근처인 용산 미군기지에 자리하고 있지만, 평시에는 작전을 지휘하지 않는다. 연합사는 주한미군사령부와 유엔군사령부가 이전한 평택 미군기지로 조만간 옮겨갈 계획이다.
영화는 대체로 현재 진행하는 한반도 정세를 개연성 있게 그렸다. 영화에서 다루진 않았지만, 북한이 핵무기 실험을 반복해 화산 분화가 일어난다는 주장도 있다. 북핵 실험장이 위치한 풍계리는 백두산과 꽤 떨어져 있어 마그마가 연결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북한 핵무기가 위력이 커지면서 핵실험으로 만들어진 인공 지진 때문에 백두산 분화에 영향을 줄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 바 있다.
박용한 기자, 영상=강대석·공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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