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만에 매출이 '억'…! 법관이 직접 경매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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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랩

중국판 ‘블랙 프라이데이’로 불리는 솽스이(双十一) 기간 동안 많은 왕홍들이 활약했는데요. 대표적으로 ‘중국 립스틱오빠’라 불리는 리자치(李佳琪)*가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에는 기존의 왕홍들과는 다른 색다른 분들이 등장했다는 소식입니다.

*리자치(李佳琪): 중국의 남성 뷰티 크리에이터로, 색조 화장품 라이브 방송으로 유명세를 탔으며, 천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음.

솽스이가 지나고 한달 후에 쇼핑행사 '솽스얼(双十二; 문자 그대로 12월 12일에 진행하는 쇼핑행사)'이 찾아왔습니다. 솽스얼의 규모는 솽스이에 미치지 못하지만 다양한 할인 행사로 소비자의 주머니를 노리는데요. 이 날 진행한 라이브 경매 방송에서 시간 당 매출액이 무려 1억 위안(약 166억 원)을 호가하며 이슈가 되었습니다.

칭다오 오션뷰 룸

닝보시(宁波市) 중급인민 법원에 따르면 온라인 라이브 방송(直播; 즈보)를 이용한 사법 경매에서 무려 1억 위안의 매출액을 달성했다고 합니다.

1시간 내 1억 위안 달성에 네티즌들이 축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억 위안을 넘었다니(破亿了; Linnn___님)!", "1억 돌파(过亿哇; 吃肉包的小土豆님)", "1억 넘었다(破亿了; ^_^泡泡牛님)", "(⊙0⊙)와, 억 돌파했다(哇，破亿了; 小生a爬爬님)", "다이훠왕이다(带货王啊; 吃肉包的小土豆님)", "최강(경매)마켓의 두분이십니다(最强店小二; ^_^泡泡牛님)" [사진 The Paper/甬派客户端]

저장성(浙江省) 닝보(宁波) 중급인민법원(中级人民法院; 이하 ‘닝보법원’)은 12월 12일 오전 9시부터 시작한 라이브 방송에서 50여개의 경매 물건을 선보였는데요. 후난웨이스(湖南卫视; 호남위성) MC와 두 분의 법관님 입담 덕분에 경매 시작 1시간 만에 1억 위안(약 166억원)을 돌파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경매는 바로 ‘칭다오 오션뷰 룸’이었는데요. 56% 할인된 가격으로 당일 경매에 등장한 부동산 매물 중 가장 할인율이 높았습니다. 가성비는 물론, 구입 제한도 없습니다. 돈만 있다면 누구나 사고 싶은 매력적인 매물인 셈이죠. 이 경매물은 64건의 입찰을 받았으며, 최종적으로 460만 위안에 팔렸습니다.

법원이라는 특수성 덕분에 중개자가 없어 차액을 챙기는 일도 없다 보니 비교적 저렴한 가격이 가능했다는 분석입니다.

아리경매 사이트(阿里拍卖)에서 닝보중급인민법원(宁波中级人民法院) 법관 2명(왼쪽과 가운데)과 후난웨이스(湖南卫视) MC가 라이브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 하단에는 매물로 나온 '칭다오 오션뷰 룸' 소개 사진을 배경으로 네티즌들이 실시간으로 참여하여 댓글을 쓰고 있는 화면. [영상 펑파이신문(澎湃新闻)]

이번 라이브 경매에는 경매참여자뿐 아니라 단순히 라이브 방송을 구경하는 네티즌도 많았는데요. 몇가지 눈에 띄는 경매폼목 중에서 '삼림'은 네티즌의 관심도가 가장 높음 품목이었습니다.

177만 위안(약 2억 9천 5백만원)만 있으면, 이 넓은 삼림이 모두 당신의 소유! (只要177万，你就能拥有一片森林。)

법관이 방송 중 위와 같은 표현으로 경매 참여자들의 주목을 끌었는데요. 안후이성(安徽省) 쉬안청(宣城)에 위치한 삼림은 총 1088종의 식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소개되었습니다.

향장(香樟; 녹나무과의 일종으로 재질이 단단하고 향이 좋아 불상이나 선박의 재료로 사용됨), 단풍나무, 나한송(罗汉松; 공기정화에 좋은 식물로 최근 한국에서도 실내 인테리어용으로 많이 활용) 등 없는 나무가 없을 정도입니다. 어느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요? 다양한 종류의 나무가 서식하는 숲이 매물로 나오자 중국 네티즌들은 법관들이 마치 '도라에몽*'같다며 놀라워했습니다.

*도라에몽: 2010년 기준 전 세계 누적 판매 부수 2억 1천만 부를 자랑하는 어린이 만화 〈도라에몽〉의 캐릭터, 고양이 형태의 만능 로봇. 비밀의 4차원 주머니 속에서 마법처럼 도구들을 꺼내놓기로 유명.

똥차 버리고 벤츠로 갈아타자

실용적인 S클래스 벤츠도 네티즌들에게 인기가 많은 경매 중 하나였는데요. 시중에서 90만 위안(약 1억 5천만원)상당의 벤츠 경매 시작 가격은 겨우(?) 32만 위안(약 5천 3백만원)에 불과해 입찰자들을 불타오르게 만들었습니다. 46건의 입찰을 거쳐 최종 가격 54만 8천 위안(약 9천 123만원)에 경매를 마칠 수 있었죠.

대도시의 재테크 대상 '주차장(주차공간)'과 '휴대폰 번호'도 경매에 등장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주차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일이 많습니다. 중국 대도시의 상황도 다르지 않은데요. 중국 대도시에서는 주차장(주차공간)이 없으면 차량 구입을 할 수 없어 재테크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번 경매에서 4곳의 주차장이 등장하여 열렬한 환영을 받았습니다. 3만 4천위안(약 567만원)으로 시작한 입찰은 4만 위안(약 666만원)으로 판매되어 성공적인 입찰을 했다는 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길상(吉祥)을 표시하는 숫자 '3'이 반복된 휴대폰 번호는 8만 9천 위안(약 1500만원)에 낙찰되었다. [사진 남방도시보(南方都市报)]

가장 뜻밖의 경매는 ‘휴대폰 번호’ 입니다. 중국에서는 특별한 의미가 담긴 번호라 하여 ‘징하오(靓号)’라 불리는 번호를 웃돈을 주고 사기도 합니다. ‘3(중국에서 숫자 '3'은 길상(吉祥)을 뜻하기도 함)’이 반복되어 포함된 이 번호는 비싼 가격에 아무도 관심 없을 것이라 예상되었는데요. 놀랍게도 무려 8만 9천 위안(약 1500만원)이라는 주차장보다 더 높은 가격에 낙찰되었습니다.

두 법관도 ‘*다이훠여왕(带货女王)’, ‘다이훠이거(带货一哥)’로 거듭나

진정한 장인은 환경을 가리지 않는다고 하죠. 이번 경매가 높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배경에 MC의 리드도 훌륭했지만, 법관들의 언변도 한 몫 했다는 평입니다.

*다이훠(带货): 스타, 셀럽이 어떤 상품의 유행을 일으키는 것을 가리키는 신조어

(왼쪽) 인저우법원집행국(鄞州法院执行局) 법관(法官) 추이즈용(崔志勇), (오른쪽) 닝보중급인민법원집행국(宁波中级人民法院执行裁决处) 서장(处长) 진서우(金首); 아리경매 사이트(阿里拍卖)에서 사진의 법관 2명이 진행을 맡았다. [사진 펑파이신문(澎湃新闻)]

닝보법원은 2012년 7월부터 수수료가 없는 온라인 사법 경매를 시작한 최초의 법원입니다. 2014년 하반기까지 닝보법원의 경매율은 100%를 유지했습니다. 2019년 11월 말까지 닝보법원의 경매 플랫폼은 4,3811 회의 경매를 완료했으며, 거래액은 700억 위안(약 11조 667억원)을 초과(거래율은 95% 이상)했습니다.

닝보법원 외에도 여러 법원들이 라이브 방송으로 경매를 진행했습니다. 지린성(吉林省) 창춘시(长春市) 난관취(南关区)인민법원에서도 솽스얼 기간에 라이브 경매로 모피코트를 팔았습니다. 저장성(浙江省) 항주시(杭州市) 푸양취(富阳区)인민법원에서는 벤츠를, 산시성(山西省) 푸청시(普城市) 중급(中级) 인민법원에서는 골드바를 경매에 내놓기도 했죠.

지린성(吉林省) 창춘시(长春市) 난관취(南关区)인민법원에서 솽스얼(双十二) 기간인 12월 2일, 라이브 방송을 통해 모피코트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 왼쪽에는 '12.02 창춘시(长春市) 난관취(南关区) 인민법원 라이브방송 중(长春市南关区人民法院直播间)'이라 적혀있다. 오른쪽 화면에는 '인기가 가장 많았던 모피코트는 81회의 입찰 경쟁을 거쳐 최종적으로 6610위안(약 110만원)에 낙찰되었다(人气最旺的有81次出价最后以6610元成交)'고 적혀있다. [사진 梨视频 공식웨이보 방송화면 캡처]

법관들의 귀여운 모습도 네티즌에게 인기

엄숙하고 경건한 태도로 일관할 것 같은 법관은 라이브 방송에서 색다른 모습으로 네티즌의 사랑을 받기도 했습니다. 한 네티즌은 “심판이 실제로 인터넷 라이브 방송 MC로 전업하면 리자치정도는 거뜬할 것(要是法官大大们真的去做主播，可能都没李佳琦什么事了吧。)”이라고 극찬하기도 했습니다.

런화이시(仁怀市) 인민법원의 법관(왼쪽)이 MC가 설명하는 '손가락 하트'를 이해하지 못해 머뭇거리고 있다. [사진 펑파이신문(澎湃新闻)]

런화이시(仁怀市) 인민법원의 법관은 라이브 방송을 하며 “조금 긴장된다(有点紧张)”, “손가락 하트(比心)같은 건 못해요” 등 다소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하지만 경매가 시작되자 적극적인 태도로 경매물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설명했다는 후문입니다.

항주시(杭州市) 장간취(江干区) 인민법원의 법관(왼쪽)이 열정적으로 경매물을 설명하는 모습에 네티즌이 입력한 ’장간(江干) 리자치(李佳琪)가 온라인 경매를 하고 있다!(江干李佳琪在线拍卖)“는 문장을 MC(오른쪽)가 설명하고 있다. [사진 중국일보(中国日报)/인민법원보(人民法院报) 공식웨이보]

항주시(杭州市) 장간취(江干区) 인민법원의 법관은 경매물을 팔기 위해 열심히 설명했는데요. 그 열정적인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네티즌은 “장간(江干) 리자치(李佳琪)가 온라인 경매를 하고 있다!” 라고 너스레를 떨며 극찬 했습니다.

경매 대상은 모두 인민법원이 민사사건 집행 과정 중, 불법 채무자로부터 압류한 자산입니다. 인민법원은 압류자산들을 인터넷 경매 플랫폼을 이용하여 공개적으로 처분하는 셈입니다.

‘다이훠여왕’이라 불리게 된 닝보중급인민법원집행국(宁波中院执行裁决处)의 진서우(金首) 소장은 인터넷 사법경매 행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우리가 파는 것은 단순한 상품 이상입니다.
‘투명한 법 집행의 이념’이자, ‘표준화된 집행의 매커니즘’이며,
‘공평하고 공정한 사법의 초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 我们带的不止是货，更是阳光执行的理念、规范执行的机制、公平公正司法的初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