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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넣고 설문 입력하면 끝! 자서전 만들어주는 사이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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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김정근의 시니어비즈(29)  

'노인 한 명의 죽음은 도서관 하나가 없어지는 것과 같다'는 아프리카 격언이 있다. 시니어들이 한평생 삶 속에서 익힌 경험들이 가족과 우리 사회의 큰 자산이라는 의미다. 과거에는 유명한 사람들만이 자서전을 남겼지만, 기술의 발달로 쉽게 자신의 인생과정을 후손에게 남길 수 있는 방법들이 등장하고 있다. 또 기술의 발달로 고령층의 현재 활동과 건강상태도 가족들이 쉽게 공유할 수 있는 것이 가능해졌다. 오늘은 시니어의 인생을 기록으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가족의 유대를 증대시키고 노후 삶의 질과 돌봄의 질을 높이는 관련 시니어 비즈니스를 소개하고자 한다.

자서전 제작 온라인 플랫폼, 라이프 저니 미디어(Life Journey Media)

라이프 저니 미디어 온라인 자서전 제작 과정. [사진 라이프저니]

라이프 저니 미디어 온라인 자서전 제작 과정. [사진 라이프저니]

라이프 저니 미디어는 시니어나 가족 또는 돌봄 제공자가 온라인 기반으로 자서전을 작성하도록 돕는 플랫폼이다.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라이프 저니 북스(Life Journey Books)라는 회사가 운영하고 있다. 자신의 추억을 담은 사진을 웹사이트를 통해 직접 입력하면 온라인이 관련 사진에 대해 질문하고, 시니어가 직접 내용을 입력하는 양방향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다. 시니어가 관련 사이트에 직접 접속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시니어로부터 허가를 받은 가족들이나 돌봄 제공자들이 접속해 자서전 관련 내용을 만들고 작성할 수 있다.

이 사이트는 시니어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시니어가 자녀 또는 손자녀에게 남기고 싶은 삶의 내용을 직접 만들 수 있다는 데 장점이 있다. 또 온라인 자서전제작 작업을 하면서 시니어는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돌아볼 수 있고, 기억을 되살리는 과정을 통해 정서적·인지적 활동을 할 수 있다.

온라인상에서 자서전을 만드는 순서는 간단하다. 이메일과 암호로 인터넷 사이트에 로그인한 후 사이트에서 나오는 질문에 대해 하나씩 답변하면 된다. 답변이 어려운 것들은 통과할 수 있고 나중에 자신이 한 답변들도 수정이 가능하다. 질문들은 음성으로도 나와서 모니터 글씨를 보기 힘든 경우도 이용할 수 있다. 자서전을 만드는 과정에 언제든지 온라인이나 전화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모든 작업이 끝난 이후에는 온라인을 통해 자신의 자서전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직접 책으로도 만들어져 배달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라이프 저니 미디어를 통해 직접 만든 자서전. [사진 라이프저니미디어]

라이프 저니 미디어를 통해 직접 만든 자서전. [사진 라이프저니미디어]

최근 이 서비스는 부모님 60세 생일기념 선물로도 사용되고 있다. 또 돌아가신 부모님을 기념하기 위해 자녀가 부모님의 사진을 모아 자서전을 만들기도 하고, 자신의 부모님이 만들었던 요리를 따로 모아 ‘가족 요리책’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디지털 타임캡슐기업, 미젠

미젠에서 제작된 사진앨범. [사진 미젠]

미젠에서 제작된 사진앨범. [사진 미젠]

두 번째 소개할 회사는 2015년에 설립된 시니어용 페이스북 미젠(Miigen)이다. 미젠의 공동설립자인 크레이그 렘몬(Graig Lemmon)은 자신이 부모님을 잃고, 부모님 유품을 정리하던 중 운동화 박스 안에 있던 부모님의 오래된 사진을 발견하게 되면서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원래 기술 분야에서 30년간 일해 왔던 크레이그는 부모님의 빛바랜 사진을 부모님 생전에 함께 공유하지 못한 것이 안타까워 부모님의 사진들을 스캔해 온라인상에 올리는 사업을 시작했다.

미젠은 디지털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시니어를 위해 집에 직접 직원이 방문해 사진을 스캔해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또 관련 사진들의 내용과 관련된 설명을 시니어 또는 돌봄 제공자의 음성으로 첨부할 수 있도록 했다. 만들어진 미젠의 개인 계정은 가족과 온라인으로 볼 수 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컴퓨터를 통해 자녀와 손자녀들이 언제 어디에서든지 사랑하는 부모님 또는 조부모님의 삶, 과거 자신들과 함께했던 추억을 공유할 수 있다.

미젠은 2019년 포브스에 의해 시니어를 위한 디지털 타임갭슐기업으로 불리며 ‘주목받는 스타트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한 미국 내 3800만명의 회원을 가지고 있는 최대 시니어 단체인 전미은퇴자협회(the American Association of Retired Persons)와 협력해 시니어를 위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시설에 있는 부모님의 활동과 돌봄상태를 공유하는 스토리케어(Storiicare)

[사진 스토리케어]

[사진 스토리케어]

마지막으로 소개할 기업은 돌봄시설에 있는 부모님의 활동, 식사, 치료, 건강상태 등을 디지털화해 시니어 돌봄서비스의 질 향상과 가족들과 돌봄 공유를 돕는 스토리케어(Storiicare)다. 스토리케어는 2014년에 설립된 영국기업이며, 개인이 아닌 기관이 사용하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스토리케어는 현재 시니어의 삶과 돌봄 상태를 디지털화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요양원이나 재가서비스 제공 기관이 매일 제공하는 시니어 관련 서비스들을 온라인에 사진과 설명, 데이터 등과 함께 기록해 디지털화하고 이를 함께 공유한다. 이를 위해 서비스제공 종사자들이 시니어를 만날 때마다 관련된 정보들을 온라인플랫폼에 직접 입력해야 한다. 이런 디지털화 작업은 서비스제공 종사자들의 초기 학습시간을 요구하지만, 기존 서류작업과 행정업무량을 감소시켜 이들이 더욱 돌봄에 집중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 현재 제공되는 돌봄서비스의 종류 및 결과들을 데이터화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돌봄서비스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추가로 스토리케어를 활용해 돌봄시설에서 있거나 집에서 돌봄서비스를 받는 부모님의 안부와 건강상태를 먼 곳에 있는 가족들도 함께 공유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시니어들의 돌봄서비스 만족도 향상과 가족 간 돌봄 유대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

강남대학교 실버산업학과 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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