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경제 전망
정부의 12·16 대책으로 시세차익을 노린 ‘갭투자’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다주택자의 매물이 나오면서 집값이 다소 내릴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수급 상황만 놓고 보면 내년 주택시장에는 가격 상승 요인이더 많다.
전문가 62% 일반인 55% “상승” #시중 통화량 느는데 금리는 최저 #입주물량 32만6746가구로 줄어 #규제 영향 전국 집값 하락 전망도
우선 시중에 돈이 넘친다. 시중 통화량(M2)은 2017년 2471조2000억원에서 지난 9월 현재 2853조3000억원으로 확 늘었다. 기준금리는 역대 최저 수준이다. 여기에 외고·자사고 등의 일반고 전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등이 전세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운데 총선과 구조변경 확산 등이 집값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에서 풀리는 수십 조원대의 토지 보상금 역시 주택시장을 움직이는 에너지가 될 수 있다.
입주물량은 줄어든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2016년 30만656가구, 2017년 39만3667가구, 2018년 45만8628가구로 증가했다. 하지만 올해는 39만6398가구로 줄었고, 내년에는 32만6746가구로, 내후년에는 21만6016가구로 급감할 전망이다. 서울도 마찬가지다. 올해는 4만2892가구로 정점을 찍고, 내년 4만1512가구, 내후년 2만644가구로 줄어든다. 부동산 개발사업 통로도 좁아진다. 정부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저(채무보증·대출)에 대한 건전성 관리 방안’에 따라 내년 2분기부터 증권사의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채무보증 한도가 100%로 제한된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증권 업계의 부동산 PF 유동화증권 발행 잔액은 2014년 4조1000억원에서 2018년 말 13조7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물론 일반인도 서울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이 최근 부동산 시장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1년 후 서울 주택 매매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응답한 전문가 비율은 61.9%였다. 한국갤럽이 지난 3~5일 전국 성인 1006명에게 앞으로 1년간 집값 전망을 물은 결과 55%가 ‘오를 것’이라 답했다.
다만 잇단 규제에도 집값이 계속 오르면 더 강력한 규제가 나올 수 있다. 12·16 대책 발표 때 정부는 “이번 대책 발표 이후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주택 수요, 공급 측면에 걸쳐 2차 종합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총선 전에 또다시 대책이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이 같은 강력 규제 영향으로 내년 전국 집값이 0.08%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내년 주택 수요가 제한적일 것이란 예상도 있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주택시장의 새로운 소비 계층인 30∼40대는 소득 대비 금융부채가 많아 서울지역 주택 수요자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다만 지방은 미분양 주택 누적으로 어려움이 이어지겠지만 수요보다 공급이 빠르게 줄면서 올해보다 시장 상황이 다소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