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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청년들은 안다.베이징·상하이보다 선진이 뜬다는 걸

중앙일보

입력

필자의 직관적 체험담이다. 1994년 여름 처음 선전(深圳)에 가봤다. 베이징을 출발한 열차는 광저우까지만 연결됐다. 광저우(廣州)에서 7시간 넘는 시간이 걸려 간신히 선전에 도착했다. 고속도로가 있었지만 좁고 노면 관리가 안 돼 천천히 달려야만 했다. 겨우 140km 거리였다.

농민공들의 용광로였던 개혁일번지 선전 #ICT·인터넷 메카로 변신하며 대졸자 유입 #상하이·베이징은 외지 인구 감소 추세 잡혀 #남부 선전·광저우 청년층 유입되며 면모일신

선전의 첫인상은 어땠나. 그야말로 농민공 천지였다. 역사나 거리, 다리 밑 어디를 가나 농민공 천지였다. 개혁개방 일번지로서 신발·인형 등 저임의 임가공 산업이 꽃을 피우던 때였다. 광둥성 또는 인근 광시자치구, 푸젠성, 내륙 쓰촨성에서 온 남녀 농민공들이 지천이었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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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고생을 마다치 않고 절약이 몸에 밴 사람들이다. 월급을 고스란히 모아 고향에 부치고 나면 자신은 한 달에 한 번 목욕을 하든 단벌옷에 의지해 살든 개의치 않는 사람들이다. 그게 1994년 농민공의 첫인상이었다.

2010년 홍콩 근무 시절 취재차 종종 선전에 갔다. 선전은 당시 중국의 4대 도시로 부상하면서 빽빽하게 빌딩이 올라가고 있었다. 주요 산업도 전자제품으로 바뀌었다. 공사판에선 인부들 수요가 넘쳤고 농민공들은 어디서나 볼 수 있었다. 공장들도 더 많아졌다. 전자제품 조립공장에 다니는 농민공들은 여성 비율이 높았다. 쇼핑상가의 화장품이나 옷 매장에는 휴일 나들이 나온 여성 농민공들이 넘쳤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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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2019년 잇따라 선전의 하이테크페어 취재차 선전을 방문하면서 깜짝 놀란 게 있다. 건물들이 더 솟아오르고 도시가 말끔하게 정비된 것도 인상 깊었던 변화였지만 더 놀랐던 게 있다. 사람이 바뀌었다. 농민공들이 넘쳤던 거리에 농민공들이 거의 안 보였다. 대신 홍콩의 거리에서 만났음직한 젊은 청년 남녀들로 거리가 생기 넘쳤다.

중국 민영기업의 메카인 선전이 40년의 개혁개방 끝에 저임 임가공·조립산업의 기지에서 ICT·인터넷 비즈니스의 용광로로 변하면서 이 도시의 구성원들의 면면이 바뀐 것이다. 이들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지난 14일 『베이징인구청사진·베이징인구발전연구보고』가 발표됐다.  

베이징 인구가 2015년 이래 외지에서 유입된 인구가 줄어들고 있고 베이징의 상주인구도 2년 연속 감소했다는 내용이다. 이런 사정은 상하이도 마찬가지였다. 인구 조절 정책을 펴면서 신규 유입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상주 인구의 감소는 불가피한 측면은 있다. 21세기경제보도에 따르면 2020년 베이징시 당국은 2300만명 이내에서 조절하는 것을 정책목표로 하고 있다. 상하이는 2500만명, 광저우는 1550만명, 선전은 1480만명을 인구상한선으로 책정했다.

광저우와 선전은 완전히 딴판이었다.

지난 5년간 평균 15만명씩 외지 인구가 유입되고 있다. 2017년만 놓고 비교해보자. 베이징과 상하이는 각각 2만2000명·1만4000명이 줄었다. 반면 광저우와 선전은 45만5000명·62만명이 늘었다. 정책 변수를 감안해도 뚜렷한 인구 이동의 흐름이 감지된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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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인구 유입을 제한하는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왔을까. 민생은행지역경제연구중심에 따르면 큰 관련성은 없다고 본다. 상하이에서 흡수하지 않은 인력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베이징이나 상하이에 체류할 수 있으나 유입 제한 정책 이후 베이징과 상하이에 정착하기 어려운 젊은 층

둘째, 산업 전환과 기능 분산 정책에 따라 이동하는 산업계 인력  

셋째, 서비스업 종사자

선전시 전경. [출처 셔터스톡]

선전시 전경. [출처 셔터스톡]

민생은행연구중심은 첫 번째 부류의 광저우,선전 유입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봤다. 반면 두 번째와 세 번째 부류는 베이징·상하이 인근에서 흡수됐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베이징·상하이의 정책 요인으로 광저우·선전에 이렇게 많은 인구가 유입됐을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ICT와 인터넷 기업이 즐비한 선전에서 차이나 드림을 꿈꾼 이들은 어디 출신일까.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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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은행연구중심은 주로 서부 내륙의 중심 도시 출신이라고 지적했다. 청두나 우한 등 대학도시의 고급 인력들이 취업 기회가 많은 선전으로 유입된 것이다. 40년 전 선전으로 유입되던 서부 내륙의 농민공들 대신 그 권역의 중심 도시 출신의 고학력 인재들이 찾는 도시가 된 것이다. 중국의 발전 동력이 중국 남부 특히 선전을 중심으로 한 주삼각 벨트에서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는 이유다.

충칭시 전경. [출처 셔터스톡]

충칭시 전경. [출처 셔터스톡]

정용환 기자 narrativ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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