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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주방·도심농장·배달 앱 결합 땐 시너지…아시아 공략 ‘배민’ 가치 높아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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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7호 06면

우아한형제들 몸값 4조대의 비밀

국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1위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이 독일 배달 앱 업체 딜리버리히어로(DH)에 매각됐다. 국내 스타트업의 성가를 인정 받은 기록적인 인수·합병(M&A)이다. 더불어 40억 달러(약 4조7000억원)라는 인수가도 화제가 됐다. 자산이 배달 앱인 ‘배달의민족’과 브랜드 가치뿐인데 기업가치를 과도하게 평가한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배달 앱 시장이 중요 변곡점을 맞고 있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는 반박과 부딪히고 있다.

여러 요리사들 입주한 공유주방 #우버의 창업자 캘러닉도 도전 #배달 앱의 자양분 될 도심 농장엔 #아마존 등이 대규모 투자 나서 #성장률 연 5%대 동남아 시장서 #DH, 배달 통한 외식 확대에 베팅

우아한형제들이 상장사였다면 이번 인수 금액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시가총액 순위 52위에 해당한다. GS(4조9431억원, 24일 기준)·현대건설(4조7271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우아한형제들의 현금창출 능력만 보면 이번 매각가를 이해하기 쉽지 않다. 지난해 매출은 3192억원, 영업이익은 585억원이었다. 주가수익비율(PER)로 따지면 80.3배에 이른다. 네이버(46.2배)·엔씨소프트(27.9배)·넷마블(41.1배) 등 국내 간판급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보다 2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PER이 높으면 주가가 고평가, 낮으면 저평가됐다는 뜻이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특히 배달 앱 업계는 낮은 진입장벽과 독과점 위협 등 여러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 그런데도 딜리버리히어로가 4조7000억원이라는 거액을 우아한형제들에 안긴 것은 배달 앱 시장의 패러다임에 변화가 일고 있어서다. 현재 배달 앱 시장은 공유주방, 도심 수직형 농장 등의 등장으로 ‘마일스톤(milestone, 도로에서 방향을 가르키는 표지로 미래 성장 가능성과 사업 방향성 등의 척도)’으로 여겨지고 있다.

공유주방에선 여러 요리사들이 이용료를 내고 입주해 자신의 브랜드를 내건 음식을 만들어 배달·판매한다. 경쟁력 있는 요리사를 발굴해 새로운 외식브랜드를 만드는 식당 창업 인큐베이터로서도 작동한다.

동남아시아 승차공유 분야를 휩쓸고 있는 그랩은 그랩키친을 만들고 공유주방과 배달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기 시작했다. 공유주방과 배달 앱의 결합은 보편화될 전망이다. [사진 그랩]

동남아시아 승차공유 분야를 휩쓸고 있는 그랩은 그랩키친을 만들고 공유주방과 배달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기 시작했다. 공유주방과 배달 앱의 결합은 보편화될 전망이다. [사진 그랩]

우버의 창업자 트래버스 캘러닉이 지난해 공유주방 기업 ‘클라우드키친’을 세운 것도 이런 가능성을 엿봐서다. 이에 그랩도 그랩키친을 내놓고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영국의 벤처투자자 마이클 모리츠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 칼럼에서 “딜리버루 등 배달 앱이 공유주방을 운영하고 있으며, 저임금 자영업 배달원을 사용해 지역 식당에 폭풍을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나아가 아마존 등이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는 도심 수직형 농장도 배달 앱 생태계에 새로운 자양분이 될 수 있다. 도심 수직농장으로 농산물 재배는 물론 유통·음식조리·판매·배달로 이어지는 새로운 가치사슬을 구축할 수 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딜리버리히어로는 이런 변화의 가운데 아시아 시장 공략을 염두에 두고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했다. 인도네시아·필리핀·말레이시아·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대체로 연 5~6% 수준이며, 평균 연령은 20대로 젊다. 소득 증가로 생활 수준이 빠르게 높아지는 데 비해 요식업과 도로·철도 등 사회 인프라는 탄탄하지 않다. 배달 앱은 단순히 식당·소비자 중계 서비스에서 벗어나 요식업 플랫폼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배달 앱은 오토바이로 사업장의 문부터 사용자의 집까지 이어주는 ‘라스트마일’ 서비스다.

딜리버리히어로는 우아한형제들 인수로 라스트마일을 장악해 음식뿐만 아니라 쇼핑·심부름·탁송 등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다. 일종의 포털로서 광고 수입을 확보할 수 있고, 자체 결제망을 확보하면 쇼핑 시장으로 보폭을 넓힐 여지도 있다. 딜리버리히어로로선 우아한형제들을 단지 한국의 배달 앱 회사가 아닌, 아시아의 외식산업을 바꿀 지렛대로 보고 통 크게 배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제2, 제3의 우아한형제들을 꿈꾸는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이라면 이 지점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산업의 변곡점을 포착해 다음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기술력, 창업자의 역량을 입증해야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확률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심종선 삼정KPMG 회계사는 보고서에서 “미래의 불확실성은 계획을 통해 합리적인 수준까지 통제할 수 있다”며 “명확한 마일스톤과 그에 필요한 활동, 팀의 역량, 수익 추정의 객관적 자료가 있다면 비즈니스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창업자의 비전과 사업모델이 해외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다면 규모를 더욱 키울 수 있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모여 유니콘 기업이 되기 때문에 의식주 등 포괄적 분야, 해외 등 큰 시장을 겨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적자를 보더라도 꾸준한 성장세와 투자자를 설득할 수 있는 창업자의 역량, 소통능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유니콘(Unicorn) 기업

기업가치 10억 달러(약 1조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을 뜻한다. 스타트업의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를 넘어설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는 의미에서 상상 속의 동물인 유니콘에 비유했다.

엑시콘(Exicorn)

투자회수를 의미하는 엑시트(Exit)와 유니콘(Unicorn)의 합성어로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을 통해 유니콘 기업에서 다음 단계로 성장한 스타트업을 의미한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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