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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겨울밤 잠 못드는 병, 낮에 햇볕 많이 쬐면 도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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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7호 32면

생활 속 한방

최근 직원 중 한 명이 점심시간에 가끔 식사를 거르고 수면 카페를 간다고 말해 놀랐던 적이 있다. 보통 피곤하면 사무실에서 잠깐 눈을 붙인다고 생각했는데, 돈을 써 가면서까지 수면 카페를 간다는 게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이 이야기를 접한 이후 주변을 살펴보니 수면 카페와 같은 시설이 꽤 들어섰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수면장애 환자 5년 새 35% 증가 #잠 못 이루는 폐경기 여성들 취약 #잠 부족 땐 골밀도 줄어 골다공증 #너무 많이 자도 뇌졸중 위험 높아

사람은 일생의 30%를 자는 데 사용한다. 수면을 통해 낮 동안 쌓인 신체적·정신적 피로를 푼다. 잠을 잘 자지 못하면 피로해소가 안 돼 면역력이 떨어지고 질환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이러한 이유로 수면장애는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 OECD국가 중 두 번째로 수면 짧아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수면 산업이 뜨고 있는 것도 숙면하지 못하는 현대인들의 상황을 대변한다. 수면 산업, 즉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수면과 경제의 영문 합성어)’ 시장은 올해 3조원 규모로 커졌다고 한다. 수면 산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현대인들의 숙면에 대한 욕구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잠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만, 생업에 종사하다 보면 잠은 뒷전이 되기 일쑤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수면 시간은 7시간 41분으로 201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일본(7시간 22분)에 이어 두 번째로 짧다. OECD 평균이 8시간 22분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41분이나 부족하다.

국내 수면장애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4년 41만3194명이었던 수면장애 환자는 지난해 56만2823명으로 14만9629명 증가했다. 5년 사이에 환자가 약 35% 늘었다. 수면장애 환자는 특히 더운 날씨보다 추울 때 많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요즘 같은 시기에는 더욱 주의해야 한다. 성별로 보면 지난해 여성 수면장애 환자는 32만6590명이었으며, 남성은 23만6233명이었다. 그중에서도 50대 여성 환자가 전 연령대 중 가장 많았다. 이는 폐경 등으로 호르몬 분비 감소에 따른 정서적인 문제가 원인으로 해석된다.

보통 수면장애라고 하면 잠에 잘 들지 못하는 불면증을 떠올리지만 기면증과 과다수면 등도 수면장애라고 할 수 있다. 과도한 수면은 오히려 잠을 깊이 자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시간(하루 평균 7~8시간)과 질을 충족시켜야 숙면했다고 할 수 있다.

수면이 부족할 경우 뼈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폐경기 여성에게는 더욱 그렇다. 최근 폐경 여성 1만108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미국 뉴욕 버팔로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면시간이 하루 5시간 이하인 여성은 7시간 이상인 여성에 비해 골밀도가 1.37배 낮았고 골다공증 위험은 1.94배 높았다.

폐경기 여성이 적정한 수면을 못 하면 튼튼한 뼈를 유지하도록 해주는 ‘칼시토닌’이라는 호르몬의 체내 분비가 줄어든다. 칼시토닌은 노화가 진행된 뼈를 없애는 파골세포와 새로운 뼈를 생성하는 조골세포의 균형을 이루는 역할을 한다. 칼시토닌이 부족하면 뼈를 재생산하는 과정에 문제가 생기며 결국 뼈가 약해진다. 폐경기 여성에게 적정 수면 시간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수면시간이 과도하게 길 경우도 주의해야 한다. 과도하게 잔다는 것은 다양한 요인으로 잠을 깊이 자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 이러한 현상을 다룬 흥미로운 연구도 있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7~8시간 정상 수면하는 여성에 비해 9시간 이상 수면하는 여성의 뇌졸중 유병률이 3배가량 높았다. 이 연구결과는 SCI(E)급 국제학술지 영국의학저널 오픈(BMJ Open)에 게재된 바 있다.

연구팀은 질병관리본부의 5·6기 국민건강영양조사(2010~2014년) 자료를 토대로 자가 설문지를 통해 뇌졸중의 진단 여부와 수면 시간에 응답한 1만7601명의 자료를 수집했다. 대상자 집단을 하루 평균 ▶6시간 이하 ▶7~8시간 ▶9시간 이상 그룹으로 분류하고 사회인구학적 특성과 질병력, 생활 습관, 정신건강 요인을 혼란변수로 설정해 뇌졸중 유병률을 비교했다. 그 결과 9시간 이상 수면하는 그룹이 7~8시간 수면하는 그룹에 비해 2배가량 높은 뇌졸중 유병률을 보였다. 특히 여성에서 유병률 변화가 도드라졌다. 7~8시간 수면하는 여성 그룹보다 9시간 이상 수면하는 여성 그룹은 약 3배 높은 뇌졸중 유병률을 보였다. 반면 남성의 경우 모든 변수를 보정해도 수면시간에 따른 뇌졸중 상대위험도 차이는 없었다. 결국 잠을 깊이 자지 못해 이어진 과도한 수면이 뇌졸중 유병률을 높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의 수면시간이 상당히 길다고 생각하는 여성은 병원을 찾아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햇볕 쬐면 비타민D 생겨 뼈도 튼튼해져

그렇다면 수면장애가 발생하기 쉬운 겨울철에 숙면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겨울은 일조량이 적은 만큼 낮에 충분히 햇볕을 받아야 한다. 점심시간 등을 활용해 30분가량 산책하는 것을 추천한다. 낮에 햇볕을 쬐지 못하면 수면을 조절하는 멜라토닌 분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잠을 깊이 자는 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 비타민D 합성도 어려워진다. 비타민D는 칼슘 대사를 조절해 뼈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관여한다. 비타민D가 부족하면 골다공증을 비롯한 기타 관절질환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비타민D는 햇빛을 받아 피부에서 대부분 합성된다.

또 수면 습관을 점검해야 한다. 우선 기상 시간을 일정하게 지켜야 한다. 불규칙한 수면 패턴이 반복되면 수면장애로 이어지기 쉽다. 잠들기 1시간 전에는 TV와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주로 스마트폰에서 많이 나오는 블루라이트가 멜라토닌의 분비를 억제해 수면을 방해한다.

‘눈 감고 떴더니 아침’이라고 말하는 현대인들이 많다. 수면은 엄밀히 ‘의식과 무의식이 교차하는 활동’이다. 그 시간 동안 신체는 다양한 영향을 받으며 재생된다. 무의식의 시간일지라도 의식적으로 올바른 수면 습관을 들이는 노력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면 어떨까.

박종훈 안산자생한방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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