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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필요" vs "후회할 것" 류현진을 보는 두 시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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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류현진. [AFP=연합뉴스]

류현진. [AFP=연합뉴스]

메이저리그(MLB)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류현진(32)을 4년 총액 8000만 달러(930억원)에 영입한 것을 두고 미국·캐나다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팀에 꼭 필요한 계약”이라는 긍정적인 의견과 “나중에 후회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뒤섞여 있다.

‘토론토 4년 8000만 달러’ 논란 #AL 양키스와 레드삭스 넘어서야 #젊은 투수들 멘토 역할까지 기대 #유망주 성장하는 3~4년 내다 봐

토론토의 류현진 영입을 비판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의 나이다. 캐나다 매체 토론토선은 지난 24일 ‘토론토는 류현진과 3년 계약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 투수가 나이를 먹으면 리스크도 그만큼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썼다. 버스터 올니 ESPN 칼럼니스트도 25일 ‘내년이면 류현진은 33세가 된다. 토론토는 (4년 후 36세가 되는) 류현진과의 계약을 후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다가 류현진은 왼 팔꿈치와 어깨를 수술한 이력도 있다.

미국 스포츠매체 SB네이션의 MLB 분석 커뮤니티에는 1988년부터 2013년 사이에 활약한 MLB 투수들의 FWAR(팬그래프 사이트의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를 분석한 자료가 있다. 이 데이터에 따르면, 투수들은 보통 23~24세에 MLB에 올라와서 26세에 정점을 찍는다. 이후에는 하락세를 이어가다 35세 이후 은퇴 수순을 밟는 게 평균적인 사이클이다.

류현진의 현재가치는 올 시즌 MLB 전체 평균자책점 1위(2.32)에 오른 것이다. 그의 미래가치를 정확히 예측할 순 없지만 계약 후반부에는 은퇴에 가까워지는 나이가 된다. 이 때문에 비관적인 전망이 꽤 나오고 있다.

토론토의 차세대 투수로 꼽히는 트렌트 쏜튼은 강속구를 던지지만 정교함이 부족하다. [로이터=연합뉴스]

토론토의 차세대 투수로 꼽히는 트렌트 쏜튼은 강속구를 던지지만 정교함이 부족하다. [로이터=연합뉴스]

토론토는 당장 내년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기대할 만한 팀이 아니다. 토론토는 올해 아메리칸리그(AL) 동부지구에서 4위(67승 95패·승률 0.414)에 그쳤다. 동부지구에서 1~3위를 차지한 뉴욕 양키스, 탬파베이 레이스, 보스턴 레드삭스 등의 전력은 내년에도 강력하다. 류현진을 데려왔다고 해서 토론토가 당장 이들을 이길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2022년 이후에는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류현진이 토론토 마운드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구단은 기대하고 있다. 미국 야구잡지 베이스볼아메리카(BA)는 2020년 토론토 투수 유망주로 네이트 피어슨(23), 시메온 우즈 리차드슨(19), 알렉 마노아(21) 등을 소개했다. 모두 강속구를 장착한 투수들이다. 특히 피어슨은 시속 160㎞이 넘는 공을 던져 미래의 에이스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또 올해 선발로서 29경기를 뛴 트렌트 쏜튼(26)도 있다. 쏜튼은 올해 6승 9패, 평균자책점 4.84를 기록했다.

토론토의 차세대 투수로 꼽히는 네이트 피어슨은 강속구를 던지지만 정교함이 부족하다. [사진 피어슨 SNS]

토론토의 차세대 투수로 꼽히는 네이트 피어슨은 강속구를 던지지만 정교함이 부족하다. [사진 피어슨 SNS]

송재우 해설위원은 “토론토의 젊은 투수들은 대부분 파워를 앞세운다. 제구력과 공 배합 등 싸우는 능력이 부족한 편”이라며 “류현진은 ‘왼손으로 던지는 그레그 매덕스’라고 표현할 만큼 MLB에서도 수준 높은 피칭을 한다. 류현진의 강한 멘털과 뛰어난 기술이 젊은 투수들에게 훌륭한 교과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토론토의 차세대 투수로 꼽히는 시메온 우즈 리차드슨은 강속구를 던지지만 정교함이 부족하다. [사진 리차드슨 SNS]

토론토의 차세대 투수로 꼽히는 시메온 우즈 리차드슨은 강속구를 던지지만 정교함이 부족하다. [사진 리차드슨 SNS]

토론토에서 류현진은 리더가 될 가능성이 크다. 빅리그에서 7년을 뛰면서 숱한 부상을 이겨냈다. 지난해 LA 다저스에서는 월드시리즈도 경험했다. 산전수전을 겪고 토론토 최고 몸값(연평균 2000만 달러·233억원)을 받는 류현진에게 젊은 선수들이 배울 게 많다. 토론토가 8000만 달러를 투자한 이유에는 ‘투수 류현진’뿐 아니라 ‘멘토 류현진’의 가치도 담겨있다.

류현진을 중심으로 마운드가 정비된다면 토론토도 무시할 수 없는 전력을 갖추게 된다. 토론토 타선의 미래는 충분히 밝다. 블라디미르 게레로의 아들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20), 크레이그 비지오의 아들 캐번 비지오(24), 단테 비셰트의 아들 보 비셰트(21) 등 특급 유망주들이 이미 뛰어난 재능을 보여줬다. 송재우 위원은 “토론토는 ‘스텝 바이 스텝(step-by-step·단계적인)’ 리빌딩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당장 내년에는 성적이 안 나올 수 있지만, 2~3년 후에는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줄 것이다. 최소한 ‘류현진의 계약 마지막 해(2023년)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전진하고 있다”라고 예상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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