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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VIP 속 주얼리 경매, 진짜 존재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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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민은미의 내가 몰랐던 주얼리(32) 

백화점 상위 1% VIP 고객을 관리하는 전담팀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드라마 ‘VIP’. VIP’ 전담 부서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들이 관리하는, 1년에 백화점에서 수억 원대 이상을 사용한다는 VIP의 이야기, 그리고 그들을 위한 각종 행사가 전개되고 있다.

지난 8회에서는 프라이빗 주얼리 경매 행사가 진행됐다. 본격적인 경매 행사에 앞서 주얼리를 착용한 모델 쇼를 했다. 행사 중 공개석상에 참석을 원하지 않는 최상위 고객이 경매 참석을 희망하는 돌발상황이 벌어졌다. 최상위 고객은 국내 재벌서열 1위 기업의 여성 회장으로, 전담팀은 논의 끝에 대리인을 경매에 참석하게 한다. 최상위 고객은 별도의 스위트룸에서 스크린을 통해 경매를 지켜보며 응찰했다.

본격적인 경매에 앞서 주얼리를 착용한 모델 쇼가 진행됐다. [사진 민은미]

본격적인 경매에 앞서 주얼리를 착용한 모델 쇼가 진행됐다. [사진 민은미]

드디어 경매의 하이라이트인 40캐럿 레드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등장했다. 레드 다이아몬드는 (극중에서)가장 귀하고 비싼 보석으로 알려져 있고, 목걸이는 전 세계에 단 3개만 제작된 것이었다. 경매 시작가격이 10억 2000만원. 결국 최상위 고객에게 26억원으로 낙찰됐다.

보석이나 주얼리는 광고를 제외하고 주요신문이나 뉴스에서 관련 기사를 찾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가끔 해외신문의 일면을 장식하는 주얼리·보석 기사가 있다. 바로 경매에서 낙찰된 주얼리·보석을 다루는 기사다. 그래서인지 소더비(Sotheby’s), 크리스티(Christie’s)라는 경매 회사는 누구나가 한 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세계 경매시장의 양대 산맥이다.

외국에서는 이미 부동산, 미술품을 넘어 와인, 보트,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의 경매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고, 그 영역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특히 주얼리 경매는 소더비와 크리스티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소더비는 1744년 영국의 서적 판매 업자 사무엘 베이커가 런던에서 서적 경매를 시작하면서 문을 열었다. 크리스티는 소더비보다 22년 뒤인 1766년 스코틀랜드 출신 제임스 크리스티가 런던에 회사를 차리면서 경매 시장에 뛰어들었다.

최상위고객을 위한 별도의 스위트룸.

최상위고객을 위한 별도의 스위트룸.

스크린을 통해 경매를 지켜보며 응찰하고 있다.

스크린을 통해 경매를 지켜보며 응찰하고 있다.

VIP라는 드라마처럼 우리나라에도 주얼리 경매가 있을까? 답은 ‘있다’다. 하지만 외국과는 양상이 다르다. 우리나라 주얼리 경매의 시작은 밀수 보석류와 세금 체납자 압류품의 공매로부터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과거엔 주얼리 매장의 이벤트 행사나 재고 처리의 한 방법으로 경매를 활용했다. 그동안 주얼리 산업이 사치 산업으로 분류되는 바람에 예술품이나 투자의 대상으로 인식되지 못한 셈이다.

언론 또한 경매로 판매되는 고가 주얼리만을 기사화하는 바람에 경매는 고가의 주얼리만을 거래하는 특수한 시장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경우 경매를 통한 주얼리 유통이 비대중화 되는 실정이다.

그나마 최근들어 주얼리 경매가 본격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서울옥션의 소비자 경매와 한국주얼리옥션의 B2B 경매다. 서울옥션은 2000년대부터 산발적으로 진행하던 주얼리 경매를 2016년 1월부터 정기적으로 진행해 왔다. 그러나 현재 주얼리 경매는 진행하지 않는다. 2016년 10월부터는 새로운 온라인 경매 서비스인 ‘옥션블루’를 신설해 매달 미술품을 온라인으로 경매하고 있다.

케이옥션 또한 2019년 3월부터 본격적으로 주얼리 경매를 시작했다. 주얼리 경매의 활성화를 위해 주얼리팀을 총괄할 수 있는 전문가를 영입하고 감정과 가치평가 시스템을 구축해 놓았다. 주얼리 제품 위탁은 개인과 회사 모두 가능하며 회사는 파트너 계약을 통해 제품을 위탁할 수 있다.

주얼리 경매가 고가의 주얼리만을 거래하는 특수한 시장으로 인식되어 있지만 환금성의 가치와 더불어 영원히 지속할 수 있는 예술품으로 평가받기를 원하고 있다.

주얼리 경매가 고가의 주얼리만을 거래하는 특수한 시장으로 인식되어 있지만 환금성의 가치와 더불어 영원히 지속할 수 있는 예술품으로 평가받기를 원하고 있다.

케이 옥션 김성기 이사는 “주얼리 제품은 단순한 공산품이 아닌 자연과 인간이 만든 예술품”이라며 “천연보석 주얼리, 디자이너 주얼리 등이 환금성의 가치와 더불어 영원히 지속할 수 있는 예술품으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경매가 천연보석주얼리, 디자이너주얼리, 고가주얼리 유통의 새로운 에너지로 활용되기를 바란다”라고도 했다.

비록 주얼리 경매가 선진국에 비하면 한발 늦은 상황이지만, 주얼리 유통의 새로운 루트임은 분명하다. 주얼리 경매의 진행은 불투명하게 거래되던 중고 주얼리 등의 유통을 공정하게 양성화하는 효과가 있다. 출품된 주얼리에 대한 객관적인 가격정보 공개를 통해 구매자의 경쟁에 의한 낙찰자를 결정하고, 다시 그 거래정보가 공개되기 때문이다.

주얼리 유통구조에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선의의 경쟁체제가 만들어지면, 드라마 VIP처럼 40캐럿의 레드 다이아몬드가 실제로 국내 경매에서 거래되고, 그런 내용이 신문의 주요 면을 장식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주얼리 마켓 리서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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