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서 노동권력 역전···민노총, 한노총 제치고 제1노총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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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이 국내 제1 노총 지위에 올라섰다. ‘노동 존중’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에서 민주노총이 세(勢)를 급격히 불린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노총은 1999년 11월 민주노총 합법화 이후 압도적인 제1 노총 자리를 유지했지만, 민주노총에 그 지위를 넘겨주게 됐다. 민주노총이 강성, 투쟁 일변도에서 벗어나 제1 노조 위상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여의대로에서 열린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노동개악을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주노총은 노동정책이 문재인 정부 전반기 내내 역주행했다며 노동 개악 중단을 촉구했다. [뉴스1]

지난달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여의대로에서 열린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노동개악을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주노총은 노동정책이 문재인 정부 전반기 내내 역주행했다며 노동 개악 중단을 촉구했다. [뉴스1]

2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노조에 가입한 근로자 수는 233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208만8000명)보다 11.6%(24만3000명) 늘었다. 노조원 수는 2017년 처음으로 200만명을 넘겼으며 2018년에도 큰 폭으로 늘어났다. 노조 조직률은 지난해 11.8%를 기록했다. 1년 전(10.7%)보다 1.1%포인트 늘었다. 2000년(12%)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노동조합원, 노동조합조직률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노동조합원, 노동조합조직률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민주노총이 증가세를 이끌었다. 2012~2016년 60만명대였던 민주노총 조합원 수는 2017년 71만1000명으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 한 해만 36.1%(25만7000명) 늘었다. 지난해 민주노총 조합원 종가 폭이 전체 노조원 증가 폭보다 크다. 한국노총 조합원 수는 2017년 87만2000명에서 지난해 93만3000명으로 7%(6만1000명) 증가했다.

정부의 ‘친노조’정책이 민주노총을 비롯한 전체 조합원 증가를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중요 국정 목표 중 하나로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존중받는 세상’을 꼽았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이 이뤄진 가운데 정규직 전환 희망 근로자가 민주노총에 많이 가입한 영향으로 민주노총 조합원 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민주노총의 불법 집회에 대해 정부가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등의 모습도 민주노총 세 확장에 영향을 끼쳤을 거라는 진단이 나온다.

상급단체별 조합원수.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상급단체별 조합원수.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민주노총이 최대 노총이 되면서 정부의 고민은 커질 수 있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민주노총이 불참하고 있어서다. 재계에서도 노사관계 경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향후 노사 관계가 대화와 협력보다는 투쟁과 대립의 분위기로 가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그런 만큼 민주노총이 제1 노조 지위에 걸맞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제 민주노총은 조직 내부의 이해관계 차원을 넘어서는 사회적 책임을 떠맡아야 하는 위상이 됐다”며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처우 차이가 큰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등에 민주노총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의 노동운동은 대기업ㆍ공공부문에 치우쳐 있다는 게 수치로 나타난다. 지난해 공공부문의 노조 조직률은 68.4%를 기록했다. 1년 전(63.2%)보다 5.2%포인트 급증했다. 민간 부분의 경우 2017년 9%에서 지난해 9.7%로 0.7%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또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의 노조 조직률은 지난해 50.6%다. 100~299명은 10.8%, 30~99명은 2.2%이며 30명 미만의 노조 조직률은 0.1%에 불과하다.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 및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서도 민주노총의 역할이 크다는 진단도 나온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민주노총 소속 대기업의 상당수는 중후장대(重厚長大)형 사양 산업”이라며 “미래지향적 산업 재편 과정에서 민주노총이 기득권을 놓지 않으면 노사 관계는 물론 한국 경제 전체가 활력을 잃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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