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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짓는 정보, 인터넷에만 의존해선 안 되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손웅익의 작은집 이야기(32)

‘어디서 살 것인가?’라는 주제로 지방 도시에서 강의할 때의 일이다. 제법 큰 강의실이었고 시작할 때 수강생이 거의 들어찼다. 그런데 첫째 시간이 끝나고 휴식시간에 갑자기 수강생들이 몰려왔다. 자리가 부족했으므로 늦게 온 사람은 양쪽 통로와 뒤쪽에 빼곡히 둘러섰다. 첫 시간을 들은 수강생이 주요한 정보를 알려주는 강의라고 지인들에게 전화를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그날 강의는 전원주택에 대한 이야기였다. 땅을 고르는 법부터 법적 규제에 대한 사항, 구조, 디자인, 인허가 절차, 공사계약과 시공 시 주의사항 등의 이야기였다. 즉, 전원주택에서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시작부터 입주까지 전체 프로세스를 알려주는 강의였다. 강의 후반에 질문과 답변이 계속되었고 강의가 끝나고도 여러 명이 다가와서 이런저런 질문을 했다. 심지어 개인적으로 몇 명을 모을 테니 앙코르 강의가 가능하겠느냐고 묻기도 했다. 집과 관련된 여러 가지 주제의 강의를 하고 다니지만 그날은 여느 날보다 수강생이 더 적극적이었다.

전원주택에서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시작부터 입주까지 전체 프로세스를 알려주는 강의를 했다. 공업도시이고 오래전에 개발된 아파트 밀집지역이었는데 여느 날보다 수강생이 더 적극적이었다. [사진 pexels]

전원주택에서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시작부터 입주까지 전체 프로세스를 알려주는 강의를 했다. 공업도시이고 오래전에 개발된 아파트 밀집지역이었는데 여느 날보다 수강생이 더 적극적이었다. [사진 pexels]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우선 그 지역은 공업도시이고 오래전에 개발된 아파트 밀집지역이다. 오랜 세월 아파트에서 살았고 그동안은 직장 때문에 도시를 떠나지 못한 사람이 많다. 이미 퇴직했거나 퇴직을 앞둔 사람도 있다. 이제 그들은 도시를 떠나 늘 꿈꾸던 전원생활을 하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고 속 시원히 물어볼 데가 없던 것이다. 그날 수강생들은 평소 자주 들었던 많은 건축 용어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했고 전체 진행 과정에 대해 알게 된 것을 고마워했다.

강의를 다니다 보면 건폐율, 용적률, 건축면적, 연면적 등 친숙한 건축 기본용어의 정의조차 정확히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 않다. 목조로 지은 집이 좋은지 콘크리트 집이 좋은지, 집을 짓는데 돈은 얼마나 들어가는지 묻기도 한다. 설계는 어떻게 하고 허가는 어떤 절차로 진행되는지, 시공자 선택은 어떻게 하는지 거의 알지 못한다. 알지 못하면 두렵다. 평생 처음 집을 짓는다면 정확한 프로세스와 믿을 수 있는 업체 정보를 알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다. 그래서 그들은 건축전시회를 찾아다니고 서점에서 건축 관련 책을 산다. 그러나 책으로 공부하자니 어렵고 건축 자재 전시회를 가보면 더 헷갈린다.

수많은 자재가 저마다 우수한 성능을 자랑하니 오히려 선택이 어렵다. 새로운 자재와 특별한 공법이 계속 등장하지만 검증되지 않았으니 선뜻 선택할 수도 없다. 대체로 너무 많은 정보를 접하게 되면 비전문가는 헷갈리기 시작한다. 그래서 집을 지어 본 지인에게 건축사와 시공자를 소개받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제대로 소개받으면 행운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재앙이 된다. 그런 이유로 집을 지으려면 건축 기본 용어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고 전체 진행일정과 시점마다 챙겨야 할 주의사항을 알고 있어야 한다.

우선 국토교통부에서 제공하는 땅에 대한 법적 정보 사이트로서 ‘토지이용규제정보서비스(LURIS)’가 있다. 토지이용계획 난에 지번을 넣으면 지목, 토지면적, 개별공시지가, 지역지구 등의 지정 여부, 지적도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그 필지에 적용되는 건폐율, 용적률, 행위제한 정보, 지역, 지구 안에서의 행위제한 등을 상세히 볼 수 있다. 또한 각 용어에 대한 설명도 잘 되어 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대부분 규제사항이나 법적인 요건이다. 그러나 이러한 법적 정보 외에 건축주가 꼭 알고 싶어 하는 정보로는 주택의 구조, 내 외부 디자인, 인허가 절차, 공사비 산정과 공사계약, 감리, 시공 시 주의 사항 등이다. 주택 구조만 해도 조적조, 목조, 철근콘크리트조, 경량철골조, 조립식구조 등으로 다양하다. 구조마다 장단점이 있고 시공 기간도 다르고 공사비도 차이가 난다. 그러나 이러한 실무진행과 관련해 알기 쉽고 객관적인 판단이 가능하게 집대성해 놓은 사이트가 없다. 대부분 건축자재, 시공업체의 사이트, 개인 블로그, 카페 등에서 부분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 전원생활을 꿈꾼지만, 책으로 공부하자니 어렵고 건축 자재 전시회를 가보면 더 헷갈린다. [사진 pixabay]

많은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 전원생활을 꿈꾼지만, 책으로 공부하자니 어렵고 건축 자재 전시회를 가보면 더 헷갈린다. [사진 pixabay]

이러한 정보 중에는 편협되거나 오류도 있다. 그것은 수많은 의학 정보가 인터넷에 넘쳐 나는 것과 유사하다. 그러한 의학 정보를 검색한 것으로 비전문가가 병을 진단할 수 없고 약을 지을 수 없다. 결국 정확한 진료를 위해서는 의사를 만나야 한다. 건축도 마찬가지다. 공사를 제외하고 설계의 시작에서 입주까지 전체 과정은 건축사에게 문의하면 된다.

건축사는 해당 필지에 대한 법적인 규제나 가능용도, 규모 등에 대한 정확한 안내가 가능하다. 건축주의 요구에 맞는 구조와 디자인을 제공하고, 인허가를 대행한다. 설계도서에 따른 공사비 내역서를 작성한다. 설계도면은 복잡하며 여러 분야의 공사가 동시 또는 정해진 순서대로 시공되어야 하므로 현장에서 문제 발생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건축사가 공사감리를 한다. 결국 좋은 건축을 위해서는 좋은 건축사를 만나는 것이 답이다.

프리랜서 건축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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