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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윈 우울한 경고 “어제만 돈 빌려달란 전화 5통 받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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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는 21일 상하이에서 열린 저장상인 연말 행사에 참석해 ’어제 하루 동안에만 돈 꿔달란 전화를 다섯 통이나 받았다“고 말해 곤경에 처한 중국 민영 기업의 상황을 대변했다. [사진 중국 바이두 캡처]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는 21일 상하이에서 열린 저장상인 연말 행사에 참석해 ’어제 하루 동안에만 돈 꿔달란 전화를 다섯 통이나 받았다“고 말해 곤경에 처한 중국 민영 기업의 상황을 대변했다. [사진 중국 바이두 캡처]

“하루 동안 돈을 빌려달라는 전화를 다섯 통이나 받고 지난 일주일 사이 부동산을 매물로 내놓은 친구가 열 명은 됐다.” 중국 민영 기업가의 상징인 마윈(馬云) 알리바바 창업자가 우울한 연말의 중국 경제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23일 홍콩 명보(明報)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마윈은 지난 21일 상하이에서 열린 ‘2019 세계저장(浙江)상인 상하이포럼 및 상하이저장상회 연말대회’에 참석해 강연했다.

“올해 대부분 기업인 어렵다 느껴 #중국경제 거대한 구조조정 직면” #미·중 무역전쟁 따른 상황 표현

마윈의 이날 강연은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빚은 늘어나며 중국과 세계 다른 나라들과의 관계가 나빠지는 데 대한 민영 기업가의 전망을 반영했다고 SCMP는 보도했다.

마윈은 중국 경제 하강에 따른 사업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비즈니스를 하는 이는 모든 해가 어렵다는 걸 안다. 지난 몇 년 동안은 일부 기업인이 그런 걸 느꼈다. 그러나 2019년은 아마도 대부분의 기업인이 어렵다는 걸 절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돈 빌려달라는 전화를 여럿 받았다는 발언도 이 대목에서 나왔다.

SCMP에 따르면 모조 장신구 업체로 유명한 신광(新光)그룹 저우샤오광(周曉光) 회장이 올해 파산 신청을 했으며, 모터사이클 왕으로 불렸던 리판(力帆)그룹의 인밍산(尹明善) 회장과 2년 전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 15억 달러를 쾌척했던 허챠오뉘(何巧女) 둥팡(東方)원림그룹 회장 등도 빚에 쪼들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 기업인이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마윈은 20일엔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열린 후베이상회 행사에도 참석해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자신의 견해도 밝혔다. 그는 “많은 사람이 미·중이 1단계 무역합의 소식에 안도하는 것 같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이는 진정한 변화의 시작이다”라고 주장했다. 세계의 전통적인 무역 모델이 새로운 규칙과 틀로 전환되고 미·중 1단계 무역합의는 국제 무역의 새로운 시대를 선포한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세계가 격변의 시대에 들어가고 중국 경제는 거대한 구조 조정에 직면해 있다”며 “기업인은 자신감을 갖고 전면적인 변화에 적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윈은 희망도 말했다. “중국이 수출 공장에서 소비 대국으로 전환하면서 100년 만에 한 번 올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이 거대 내수 시장으로 변하면서 무한 기회가 창출될 것이란 주장이다. 경제 평론가 류샤오보(劉曉博)는 “재무가 건전하고 유동성이 좋은 기업이 많은 기업을 싼 돈으로 사들이는 대합병의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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