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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m 도로가 폭삭…일산 또 땅꺼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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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21일 고양시 백석동 건물 신축공사장 옆 도로 20~30m 구간이 1m 깊이로 주저앉았다. [연합뉴스]

21일 고양시 백석동 건물 신축공사장 옆 도로 20~30m 구간이 1m 깊이로 주저앉았다. [연합뉴스]

‘땅밑 안전’에 대한 일산신도시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잇따른 ‘땅 꺼짐’ 사고 때문이다.

작년 열수관 터졌던 백석동 인근 #2년새 다섯 차례 도로균열·침하 #“지하수 등 전 지역 정밀조사해야”

22일 경기도 고양시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후 2시 30분쯤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1355번지 오피스텔 신축공사장 인근에서 왕복 4차로 도로와 인도 일부가 침하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알미공원 사거리의 지하 5층, 지상 10층 복합건물 신축공사 현장 옆 길이 20m, 폭 15m 구간 도로가 1m 깊이로 주저앉거나 노면에 균열이 생겼다. 해당 건물 지하 3층 바닥 콘크리트 타설 후 지하 4층 터파기 공사 중 발생한 일이다.

또 인도 쪽 오수관이 침하하면서 부서지고, 가로수 3그루와 가로등 1개도 넘어졌다. 인명 피해가 없었던 게 천만다행이었다. 고양시는 복합건물 신축 공사 현장 지하에서 흙막이 공사를 잘못해 발생한 사고로 추정하고 있다. 고양시 관계자는 “지하 4층 땅속 철근에 콘크리트를 부어 세운 흙막이 벽인 ‘슬러리 월’(slurry wall) 이음 부위로 물이 새 나온 게 확인됐는데 이게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사고가 발생하자 고양시와 경찰은 땅 꺼짐 구간 양방향 도로를 통제하고 응급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 고양시는 사고대책 본부를 꾸려 사고 현장과 주변 도로 및 시설에 대한 제2차 피해를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도로 지하시설물 등에 대해서는 도시가스·KT·한국전력 등 유관기관이 함께 현장 점검 및 복구를 진행 중이다.

일산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유사 사고가 너무 자주 발생하고 있어서다. 2005년 이후 일산에서만 10차례에 가까운 도로 침하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이번 사고 발생 지역인 백석동은 2017년 2월과 4월 총 4차례에 걸쳐 도로 균열과 침하, 지하수 유출 사고가 연속으로 발생한 곳이다. 당시에도 대형 건축현장 주변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아직 당시 사고와 이번 사고와의 연관성은 밝혀진 게 없다.

지난해 12월에는 백석역 인근 도로에서 지하 온수관 파열 사고가 발생해 뜨거운 물이 분출되는 바람에 1명이 숨지고 40여 명이 화상을 입는 참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장석환 대진대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한강 하구와 인접한 일산신도시 지역은 연약지반인 데다 지하수 수위가 상대적으로 높은 곳”이라며 “대형 건축공사를 할 경우 지하수 수위가 낮아지면서 지반 형태가 변경돼 도로 침하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당장 지자체가 나서서 일산 전 지역에 대한 지하수 수위 변화에 대해 정밀 조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채수천 고양시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회장도 “애초 도시를 만들 때 도로 등 기반시설 공사를 안전하게 했는지 의문이 든다. 일산 전체의 땅밑 안전 상황을 점검하고, 건축 허가와 건축공사 시 철저한 땅 꺼짐 방지 대책을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준 고양시장은 이날 현장에서 “향후 모든 건설 현장에서 지질검사를 철저하게 하는 등 대비책을 충분히 마련하라. 이번 사고가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고양=전익진·심석용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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