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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본토 콧털' 건드린 홍콩…첫 위구르 지지 시위 벌였다

중앙일보

입력

홍콩 시민이 22일 중국 본토의 신장 자치구 위구르족을 지지하는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이 시민이 든 깃발은 무슬림인 위구르족의 깃발이다. [AFP=연합뉴스]

홍콩 시민이 22일 중국 본토의 신장 자치구 위구르족을 지지하는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이 시민이 든 깃발은 무슬림인 위구르족의 깃발이다. [AFP=연합뉴스]

홍콩 시위대가 22일 중국 신장 자치구의 위구르족 주민을 지지한다는 시위를 열었다가 경찰과 충돌했다. 중국 서쪽에 거주하는 무슬림인 위구르족은 중국의 또 다른 아킬레스건이다. 홍콩과 달리 중국 본토에 있는 데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가 인권 탄압 의혹을 수년간 제기해왔기 때문이다. 홍콩 시위가 중국 본토의 위구르족을 끌어들이며 시위의 새로운 동력을 마련하려는 모양새다.

지난 6월 본격화한 홍콩 시위는 경찰과 시 만들 간의 충돌이 격화하면서 반중 색채가 뚜렷해진 양상이다. 홍콩 시위대가 위구르족 지지를 표명하기 위한 시위를 별도로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위구르를 해방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했다. 그러다 시위대 한 명이 홍콩 시청의 중국 오성홍기를 제거하려 하자 경찰이 총기를 조준하면서 긴장이 높아지기도 했다.

22일 위구르족 지지 시위는 중국 본토를 겨냥했다는 점에서 홍콩 시위대의 또다른 승부수로 읽힐 수 있다. [AFP=연합뉴스]

22일 위구르족 지지 시위는 중국 본토를 겨냥했다는 점에서 홍콩 시위대의 또다른 승부수로 읽힐 수 있다. [AFP=연합뉴스]

영국 BBC와 미국 블룸버그, 싱가포르의 채널뉴스아시아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홍콩 시내 에딘버러 광장엔 약 1000명의 시민이 모였다. 일부는 푸른색 위구르족 깃발을 새긴 마스크를 착용하고 지지 구호를 외쳤다. 웡씨라고 자신을 밝힌 한 시민은 블룸버그에 “홍콩뿐 아니라 모든 곳의 사람들이 기본적 자유와 독립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며 시위 참여 이유를 밝혔다.

중국 서쪽의 자치구인 위구르는 무슬림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으며, 수년 전부터 중국 당국이 현지 주민들을 탄압하고 있다는 보도가 뉴욕타임스 등 외신을 통해 나왔다. 중국 당국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위구르 이슈는 미ㆍ중 협상에서도 중요 변수다. 지난 10월엔 미국 상무부가 위구르족 인권 탄압에 관련된 중국 기관과 기업이라며 28곳을 적시해 제재하겠다는 명단을 발표했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공안국 등이 소수민족을 감금하며 ‘재교육’을 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인권 탄압을 했다는 게 요지다. 중국 정부는 관련 사실을 부인하며 “내정 간섭”이라고 발끈했다.

홍콩 시위대는 경찰과 충돌하면서 반중 색채를 확고히 해왔다. 홍콩 도심 건물의 벽이나 기둥 등에는 중국(CHINA)과 나치(NAZI)를 합친 '차이나치(CHINAZI)' 등의 반중 구호가 곳곳에 적혀 있다. [연합뉴스]

홍콩 시위대는 경찰과 충돌하면서 반중 색채를 확고히 해왔다. 홍콩 도심 건물의 벽이나 기둥 등에는 중국(CHINA)과 나치(NAZI)를 합친 '차이나치(CHINAZI)' 등의 반중 구호가 곳곳에 적혀 있다. [연합뉴스]

이번 홍콩의 위구르 시위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홍콩 보란 듯 마카오를 방문해 일국양제의 모범사례로 평가하고 각종 선물 보따리를 안긴 직후 이뤄졌다. 시 주석은 마카오에 홍콩의 자치 정부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도 불렀다. 마카오를 금융 허브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히며 반 년간의 시위로 경제 상황이 어려운 홍콩에 공개 경고장을 보냈다.

그러나 홍콩 시위대는 물러서지 않을 기색이다. 홍콩 시위대가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시위는 24일에 이어 29~31일까지 홍콩 전역에서 이어질 예정이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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