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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한복판 공사장서 싱크홀···전날까지 사람들 지나다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공사장에서 발생한 지반침하(싱크홀) 현장. 안전 펜스 바로 근처로 사람들이 지나다닐 수 있다. 이우림 기자.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공사장에서 발생한 지반침하(싱크홀) 현장. 안전 펜스 바로 근처로 사람들이 지나다닐 수 있다. 이우림 기자.

“무슨 구멍이 저렇게 커. 공사 중인가 봐.”

22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제금융로2길 앞 도보를 지나가던 한 시민이 멈춰선 채 말했다. 시민이 서 있던 공사 펜스 바로 뒤쪽엔 가로 2m, 세로 3m 정도로 보이는 대형 구멍이 있었다. 시민 대부분은 이곳을 공사 중인 곳으로만 인식했다. 해당 현장은 7시간 전 대형 싱크홀로 공사 중이던 인부 1명이 추락해 숨진 곳이었다.

영등포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21분쯤 이곳 공사 현장에서 아스팔트 지반이 붕괴하면서 지상에서 근무 중이던 A씨(54)가 지하 2.5m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소방 당국은 신고를 받고 4분여 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매몰된 곳의 잔여물을 제거하느라 시간이 지체됐다. 오전 9시 8분쯤 사고를 당한 인부를 구조했고 곧장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A씨는 끝내 숨졌다. 건설사 측은 “지하에 있던 상수도관이 누수돼 흙이 쓸려 내려간 것으로 보인다. 이것 때문에 지반이 약해져서 붕괴가 온 것 같다”면서 “정확한 원인은 23일 경찰의 현장 감식을 통해 확인해봐야 한다”고 했다.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공사장에서 발생한 지반침하(싱크홀) 현장서에 작업자들이 싱크홀에 방수포를 덮고 있다. [뉴스1]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공사장에서 발생한 지반침하(싱크홀) 현장서에 작업자들이 싱크홀에 방수포를 덮고 있다. [뉴스1]

인근 건물 관리인에 따르면 사고가 난 지역은 전날까지 사람들이 지나다니던 인도였다고 한다. 잘못하면 더 큰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었던 부분이다. 이날 오전 인부 1명이 숨졌지만 사고 이후에도 ‘안전불감증’은 계속됐다. 사고 현장 근처에 복합쇼핑몰이 있어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었지만 특별한 안내판이나 경고 문구 없이 안전 펜스 하나를 두고 사람들의 통행이 계속 이어졌다.

10살과 7살 아들과 함께 사고 현장 바로 앞의 한 음식점을 찾은 위세승(44)씨는 “아까 아이들이 (싱크홀을 보고) 뛰어놀고 있었는데 그 사고 현장인지 전혀 몰랐다”면서 “사고가 났으면 접근 금지를 표시해 놓아야 하는데 정말 상식 이하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이라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에 현장에 있던 구청 직원은 “2차 사고 방지를 위한 안전장치를 하고 있다. 문제가 없다”고 했다.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공사장에서 발생한 싱크홀 현장에 마련된 인도. 이우림 기자.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공사장에서 발생한 싱크홀 현장에 마련된 인도. 이우림 기자.

해당 지역의 싱크홀 사고는 이번 한 번뿐이 아니었다. 이 공사는 지난해 5월 말 시작된 것으로 여의도역과 서울국제금융센터(IFC)를 연결하는 지하보도를 여의도 복합단지인 ‘파크원’까지 연결하는 공사인데 지난 9월에도 폭우로 인해 공사장 인근에 싱크홀이 발생했다. 당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인근 빌딩의 변압기가 충격을 받아 2분 45초가량 정전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에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최근 일어난 싱크홀 사건을 개별 사건으로 보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4년도에 잠실 석촌호수 쪽에서 싱크홀이 발생하고 작년엔 백석동에서, 올해 또다시 백석동과 영등포에서 싱크홀이 발생했다”면서 “공통점은 전부 해당 지질이 옛날 강가 자리라 모래로 된 지역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 지역에 맞는 공법 적용을 해야 하는데 지질 정보 자료망이 구축돼 있지 않은 것이 근본 원인이다. 정부가 전문적인 지질 데이터를 구축해서 인허가와 사후 관리 등 모든 부분에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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