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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조원 벌금 맞고도···페북 이번엔 2억6700명 정보유출 사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4월 정보유출 청문회에서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굳은 표정으로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4월 정보유출 청문회에서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굳은 표정으로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페이스북이 또다시 대규모 정보 유출 사고를 일으켰다. 이용자 정보를 부적절하게 사용해 미 정부로부터 정보기술(IT) 기업 사상 최대 벌금을 부과받은 지 고작 5개월 만이다. 고객 정보를 보호할 의지가 없는 것인지, 기술이 없는 것인지 비판 여론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위기의 페이스북' 정보 유출 사고 또터져 #페이스북 사업 구조 상 해킹 막기 어려워 #미 FTC, 5조원 벌금 부과…IT업계 최고액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영업이익률 41% #"사용자 직접 페북에 정보 삭제 요청해야"

20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2억6700만개 이상의 페이스북 사용자의 이름·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지난 4일부터 2주간 인터넷상에서 공개됐다, 유출 정보의 99%는 미국인 사용자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베트남 사용자다. 이 같은 사실은 영국 보안업체 컴패리테크의 폭로로 밝혀졌다. 페이스북은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해당 정보는 페이스북이 개인정보 보호 강화 대책을 마련하기 전에 유출됐을 수 있다”며 입장을 밝혔다.

컴패리테크는 “베트남 출신 해커일 가능성이 있다”며 “유출된 정보는 대규모 스팸 문자메시지(SMS) 전송과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등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페이스북 사용자는 당분간 정보 공개 설정을 ‘친구’ 혹은 ‘모든 이용자’에서 본인만 볼 수 있도록 변경하라고 조언했다.

페이스북의 정보 유출 사고는 지난해 3월 처음 불거졌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한 교수가 페이스북을 통해 총 8700만명 사용자의 정치 성향을 수집했고 이를 데이터 회사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에 무단 제공했다. 이에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지난 7월 페이스북에 50억 달러(약 5조9000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의 보안사고는 끊이질 않았다. 지난해 두 차례 비공개 게시물과 사진이 자동으로 전체 공개된 버그(오작동) 사태가 발생한 데 이어 이용자 2900만명의 정보가 유출되는 초유의 해킹 사고가 터졌다. 당시 한국인 피해 계정도 3만4891개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페이스북의 정보 유용 관행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변호사는 “페이스북은 구글 등 다른 IT 기업보다 근본적으로 개인정보 보안에 대한 인식이 낮다”며 이용자의 데이터를 수집해 기업 마케팅 광고에 활용하는 사업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해커가 정보를 훔치는 유형은 본사 창고에 해당하는 서버를 털거나, 정보가 이동하는 통로에서 빼가는 두 가지 방식이 있는데, 후자가 훨씬 쉽다”며 페이스북이 정보를 다른 기업과 공유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주로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페이스북이 완벽하게 해킹 사고를 막기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고학수 서울대 교수 겸 한국인공지능법학회 회장은 “전산 보안과 해킹 기술은 공격과 수비로 나누어지는 군비 경쟁에 비유할 수 있다”며 “쫓고 쫓기는 게임이 무한 반복되기 때문에 보안에 취약한 페이스북의 해킹 사고는 앞으로도 주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개인정보 유출 홍역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은 여전히 거칠 것 없이 ‘잘 나가는’ 소셜네트워크(SNS) 플랫폼이다. 페이스북은 지난 3분기 순이익 60억9100만 달러(약 7조원)를 기록, 월스트리트 전망치 평균(55억 달러)을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했다. 매출액은 176억5200만 달러(약 20조56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41%에 이른다. 북미는 물론 아시아에서 유입되는 이용자들이 많아지며 일간 활성 이용자는 16억2000만명, 월간 활성 이용자는 24억5000만명으로 집계됐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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