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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성평등, 르완다보다 못한 108위"···다른 쪽선 10위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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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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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0위 vs 세계 108위’  

최근 국제 기구가 잇따라 발표한 세계 성(性) 불평등 지수에서 한국의 순위가 극명하게 갈렸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17~18일 이틀에 걸쳐 보도참고자료로 전한 순위가 이처럼 달랐다.

어떤 평가에서는 한국이 유럽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인 아시아 최고의 성 평등 국가였지만 다른 평가에서는 저개발국가인 르완다ㆍ필리핀보다 한참 떨어지는 성 불평등 국가로 나타났다. 같은 시점에 같은 내용을 평가한 결과는 극과 극으로 달랐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르완다ㆍ필리핀ㆍ라오스보다 못한 한국 ‘성(性) 격차지수’      

한국이 성 불평등 국가에 속한 세계경제포럼(WEF)의 '2020년 세계 성 격차지수 보고서'(Global Gender Gap Report 2020)부터 살펴보자. 한국의 성 격차지수(GGIㆍGender Gap Index)는 0.672점으로 지난해(115위/149개국)보다 7계단 상승한 108위(153개국 대상 평가)를 기록했다. 르완다(9위), 나미비아(12위), 필리핀(16위), 라오스(43위), 방글라데시(50위)보다도 한참 낮은 순위다.

WEF는 지난 2006년부터 매년 각 국의 경제 참여 기회, 교육, 건강과 생존, 정치적 권한 등 4개 분야의 통계를 이용해 성별 격차를 지수화 한 GGI를 발표했다. GGI는 1에 가까울수록 남녀가 평등하고 0이면 완전 불평등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라별로 4개 분야, 14개 지표로 평가해 점수를 매긴다.

한국은 올해 4개 분야 중 2개 분야에서는 순위가 상승했고 2개 분야의 순위는 소폭 하락했다. 순위가 오른 분야는 건강과 생존(87위→1위), 정치적 권한(92위→79위)이고 떨어진 분야는 경제참여 및 기회(124위→127위), 교육적 성취(100위→101위)다.

[여성가족부]

[여성가족부]

WEF가 꼽은 성 격차가 적은 국가는 아이슬란드(1위, 0.877점), 노르웨이(2위, 0.842점), 핀란드(3위, 0.832점), 스웨덴(4위, 0.820점) 등 예년처럼 북유럽 국가의 순위가 높았다. 아시아 주요 국가의 경우 싱가포르(54위, 0.724점)를 제외하고는 말레이시아(104위, 0.677점), 중국(106위, 0.676점), 일본(121위, 0.652점) 등 100위권 밖에 포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정애 여가부 성별영향평가과장은 ”GGI는 각 국의 정치ㆍ경제ㆍ사회적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4개 분야의 남녀 격차(Gap)를 중심으로 상대 평가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성 격차지수가 개선됐는데도 순위는 낮게 나타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아시아 최고의 성평등 국가”라는 UNDP

반면 유엔개발계획(UNDP)이 발표한 ‘성불평등지수(GIIㆍGender Inequality Index)’에 따르면 한국의 GII는 0.058점으로 지난해와 같은 10위였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순위가 가장 높았다. 전 세계 189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9년 인간개발보고서(Human Development Report 2019)’에서 공개한 내용이다.

GII는 UNDP가 2010년부터 각 국의 성불평등 정도를 측정해 발표하는 지수다. ①생식 건강 ②여성 권한 ③노동참여 영역에서 여성의 수준과 성별 간 격차를 고려해 산정한다. 점수가 ‘0’이면 완전 평등하고 ‘1’이면 완전 불평등으로 점수가 낮고 순위가 높을수록 성평등하다는 의미다.

부문별 세부 현황을 살펴보면 한국의 경우 여성의원 비율(17.0%)과 중등교육 이상 교육받은 여성 비율(89.8%)로 구성된 여성권한 영역은 전년도와 동일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52.2%에서 52.8%로 개선됐다.

생식건강 영역에서 모성사망비는 전년도와 같았고, 청소년 출산율(1.6명 → 1.4명)으로 다소 감소해 불평등이 줄어든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번 조사에서는 스위스(0.037점)가 1위를 차지했고, 스웨덴ㆍ덴마크(공동 2위, 0.040), 네덜란드(4위, 0.041점), 노르웨이(5위, 0.044점)가 뒤를 이었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한국(10위, 0.058점)이 제일 높고 싱가포르(11위, 0.065점)와 일본(23위, 0.099점), 중국(39위, 0.163) 순으로 조사됐다.

[여성가족부]

[여성가족부]

UNDP(GII)와 WEF(GGI)의 지수 간 격차가 크게 나타난 가장 큰 이유는 지수를 구성하는 지표와 산출방식에 차이가 있어서다. 여가부 박 과장은 “GII는 일부지표의 절대 값을 측정하고 다른 일부지표는 성비로 측정하지만, GGI는 각 지표별 성별 격차(Gap)를 중요하게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GII에서 절대 값으로 반영되는 생식건강부문(모성사망률, 청소년출산율)이 타 국가보다 월등히 높아 우리나라의 GII 순위가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인데 취학률 격차 107위?

[여성가족부]

[여성가족부]

국제 비교 평가이다보니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도 눈에 띈다. GGI 평가 결과를 보면 교육적 성취 분야에서 한국은 101위의 낮은 순위를 차지했다. 이 분야는 ① 문해율 ② 초등학교 취학률 ③ 중등교육 취학률 ④ 고등교육기관 취학률을 본다.

이 중 올해 순위가 하락한 지표가 2가지인데 바로 초ㆍ중등학교 취학률이다. 초등 취학률(1위, 1.000→84위, 0.998), 중등 취학률(1위, 1.000→107위, 0.996) 등 점수와 순위 모두 1년 만에 세계 최고 수준에서 낙제점을 받은 정도로 급전직하했다.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인 한국 교육제도에 비춰볼 때 남녀 학생의 취학률 격차가 나타난다는건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여가부 박 과장은 이에 대해 “대부분의 나라가 해당 지표에서 만점을 받다보니 0.004점 깎였는데도 순위가 나빠졌다"며 "WEF가 유네스코를 통해 통계를 수집하기 때문에 정확히 어떤 통계를 활용해 평가했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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