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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는 다 우울하다?···'암밍아웃'으로 편견 깬 유튜버 뽀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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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암 환자는 항상 피곤해할 거야, 업무에서도 많이 힘들어하겠지, 민머리에 야위고, 누워만 있겠지… 암 환자는 암뿐만 아니라 암에 대한 지독한 편견과도 싸워야 합니다. ‘ 나 암인데 정말 잘살고 있어’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조윤주씨는 24살에 난소암 3기 판정을 받았다. 완치를 6개월 앞두고 암이 재발해 지금도 호르몬 치료를 받고 있다. '암밍아웃'을 통해 유쾌하게 암 환자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다는 윤주씨가 소중하게 아끼는 물건들과 함께 누웠다. 독자들로부터 받은 편지, 힘들 때 친구가 선물해준 책, 호르몬 약, 항암치료때 사용했던 가발, SNS 컨텐츠 제작을 위한 노트북 등이 함께했다. 장진영 기자

조윤주씨는 24살에 난소암 3기 판정을 받았다. 완치를 6개월 앞두고 암이 재발해 지금도 호르몬 치료를 받고 있다. '암밍아웃'을 통해 유쾌하게 암 환자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다는 윤주씨가 소중하게 아끼는 물건들과 함께 누웠다. 독자들로부터 받은 편지, 힘들 때 친구가 선물해준 책, 호르몬 약, 항암치료때 사용했던 가발, SNS 컨텐츠 제작을 위한 노트북 등이 함께했다. 장진영 기자

[눕터뷰]

조윤주(31) 씨는 24살에 난소암 3기 진단을 받았다. 수술과 항암 치료를 거쳐 완치판정 6개월을 남기고 암이 재발해 지루한 투병 생활이 다시 시작됐다. 그는 암 환자를 향한 ‘남 걱정’은 가족들로 충분하다고 했다. 조 씨는 현재 항암 치료를 마치고 추적관찰 중인데 3개월마다 생명을 ‘연장’ 받는 기분이라고 했다. 유쾌한 ‘암밍아웃(암과 커밍아웃의 합성어)’으로 암 환자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다는 그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24살에 암에 걸렸다. 억울하지는 않았나 
솔직히 별생각이 없었다. 그땐 암이라는 게 직접 다가오는 나이는 아니었다. 암 통보를 받고 수술대에 오른 게 아니었다. 간단한 혹 제거 수술인 줄 알았는데 열어보니 암이었다.
지난 2016년 5월 암 재발 당시 머리카락이 빠진 모습. [사진 조윤주]

지난 2016년 5월 암 재발 당시 머리카락이 빠진 모습. [사진 조윤주]

열어보니 암이었다고 
30분짜리 혹 제거 수술을 받으러 갔다. 열어보니 많은 부위로 암이 퍼진 상태였고 8시간의 대수술을 거쳐 눈떠보니 중환자실이었다. 난소암 3기였다. TV에서 본 것처럼 의사가 “당신 암입니다”라고 했으면 마음의 준비라도 했을 텐데.  
투병생활이 힘들었겠다 
6차에 걸친 항암 치료를 마치고 검사 결과가 계속 좋았다. 경과가 좋아 3개월에서 6개월로 검사 주기도 계속 늘려나갔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겉으로 보기에는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건강해 보였었다. 항암 마치고 5년간 별다른 이상이 없으면 완치다. 스물 아홉살 12월이 완치 판정받는 날이었다.  
그래서 스물 아홉살의 연말을 행복하게 맞이했나 
완치 판정 6개월 남기고 암이 재발했다.  
그때 기분이 어땠나 
병원 가는 길이 기억난다. 자유로를 달리는 차 안, 세상이 멈춘 거 같았다. 의사한테 ‘재발’ 통보받는 순간 너무 억울했다. 열심히 나를 가꾸면서 살아왔는데… 벽보고 소리도 쳐보고... 남자친구한테도 헤어지자고 했다. 뭔가 신변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진로, 취업 강사로 활동중인 윤주씨가 지난 7월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하는 모습. [사진 조윤주]

진로, 취업 강사로 활동중인 윤주씨가 지난 7월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하는 모습. [사진 조윤주]

이후 치료과정은 
수술에 들어갔는데 복막 전체에 암이 퍼져있어 그대로 닫았다. 항암 치료 먼저 시작했다. 이번엔 9차까지 했다. 경과가 좋았었는데 갑자기 암 수치가 900까지 올라갔다. 원래 35가 정상인데. 다시 12번의 항암이 시작됐다. 지금도 좁쌀만 한 암들이 몇 개 남아있다. 추적관찰 하면서 호르몬 약을 먹고 있다. 3개월마다 검사받고 ‘생명 연장’ 하고 있다.
생명 연장을 한다고 
의사가 "다음에 봅시다"라고 말하면 3개월 더 살 수 있는 거다. 3개월 단위로 삶이 연장되는 기분이다. 완치를 기다리지 않는다. 처음 발병했을 때 정말 기다렸던 날을 맞이하지 못하니까 상실감이 컸다. 완치되면 먹고 싶고,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었기에. 지금은 버킷리스트를 작성해놓고 ‘연장’받을 때마다 하나씩 실행하고 있다. 현재 내년 1월 말까지 연장받은 상태다.
다시 연장받으면 무엇을 하고 싶나 
치맥이 먹고 싶다. 물론 무알코올 맥주로.
윤주씨는 암 환자의 투병기와 소소한 일상의 모습 등을 유튜브에 연재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암환자 뽀삐 캡처]

윤주씨는 암 환자의 투병기와 소소한 일상의 모습 등을 유튜브에 연재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암환자 뽀삐 캡처]

’암밍아웃’을 하면서 유튜브에 암 환자의 일상을 공개하고 있다 
처음엔 내 모습을 남기기 위해 시작했다. 혹시라도 내가 떠나게 되면 주변 사람들이 나를 추억할 수 있도록. 친한 친구 2명과 함께 시작했는데 그들과 함께하니까 밝은 모습이 많이 기록됐다. 그런 모습을 보고 '같은 암 환잔데 희망을 얻고 있다'는 반응들이 있어서 본격적으로 암 환자의 삶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9월 유튜브 '암환자 뽀삐'를 함께 만들고 있는 친구들과 함께 제주도 여행중에. 왼쪽부터 윤주씨, 김이슬씨, 신소희씨. [사진 조윤주]

지난 9월 유튜브 '암환자 뽀삐'를 함께 만들고 있는 친구들과 함께 제주도 여행중에. 왼쪽부터 윤주씨, 김이슬씨, 신소희씨. [사진 조윤주]

어떤 콘텐츠들을 만들고 있나 
추적검사기, 입원준비물, 유서 쓰기 등과 여행기, 먹방, 라이브 방송도 진행한다. 2명의 친구(신소희, 김이슬)와 수다 떠는 형식으로 만든다. 소희는 어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셔서 ‘암 환자 보호자’의 역할을 맡고 있고, 이슬이가 촬영과 편집을 한다. 가족 외에 내가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존재들이다. 가족들에게는 속상해할까 봐 솔직하게 맘속에 있는 것들을 말하지 못하는데 친구들은 내 힘든 점들을 2배로 부풀려서 말해도 다 날려버릴 수 있게 받아주는 존재다.  
윤주씨가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독자들로부터 받은 편지. 장진영 기자

윤주씨가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독자들로부터 받은 편지. 장진영 기자

지난 4월 윤주씨가 신나게 스윙댄스를 추는 모습. [사진 조윤주]

지난 4월 윤주씨가 신나게 스윙댄스를 추는 모습. [사진 조윤주]

반응이 어떤가 
암 환자나 그들의 가족들이 많이 보는데 응원과 격려를 많이 해 주신다. “우리 엄마 완치 판정받았어요”라는 댓글이 가장 기분 좋았다. 그 댓글에 다른 사람들의 축하도 이어졌고.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해주고 싶기에 혹시라도 암이 다시 찾아올까 봐 겁난다.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상처 받을까 봐.    
악플도 많지 않나 
"나 같으면 안락사하러 스위스 갔다"라는 댓글이 기억에 남는다. 암을 희화화한다는 반응들도 있었다. 처음에는 악플 달리면 온종일 그 생각만 했는데 지금은 괜찮다. 그냥 웃고 넘겨버린다. 창의적인 악플도 많아서 그것들을 모아 ‘악플 읽기’라는 콘텐츠를 만들기도 했었다. 아픈 사람이라 그런지 다른 유튜버들보다는 악플이 적은 편이다.
윤주씨는 '완치'를 기다리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3개월 마다 찾아노는 '생명 연장'을 충분히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윤주씨는 '완치'를 기다리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3개월 마다 찾아노는 '생명 연장'을 충분히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앞으로 하고 싶은 것이 있는지 
예전에는 감추고, 혼자 끙끙대며 살았다. 외줄 타듯이 안간힘을 쓰며 살았다. 암밍아웃을 통해 많은 것을 내려놓게 되었다. 삶의 균형을 맞추며 적당히 살고 있다. 여성이 많이 걸리는 암중에서 유방암은 정보가 많은데 부인과 암은 가려져 있는 것들이 많다. 편견도 더 심한 거 같고. 부인과 암 환우들을 위한 연대를 만들고 싶다. 정보를 얻고 위로도 나눌 수 있는. 주변에서 함께 하자는 제안이 있다. 내년 1월에 생명 연장받으면 본격적으로 준비해볼 생각이다.  

사진·글·동영상 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 [동영상 제공=조윤주]

눕터뷰

'누워서 하는 인터뷰'의 줄임말로, 인물과 그가 소유한 장비 등을 함께 보여주는 새로운 형식의 인터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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