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비 걱정하는 은퇴부부, 왜 주택연금 꺼리나 했더니…

중앙일보

입력 2019.12.21 09:00

업데이트 2019.12.21 21:08

[더,오래] 박영재의 은퇴와 Jobs(60) 

변영호 씨(65세)는 지난달 정년퇴직 후 두 번째 직장에서 퇴직했다. 변 씨는 7년 전에 구청 산하 시설관리공단에서 사무직으로 정년퇴직했다. 결혼이 늦었기 때문 자녀를 늦게 가졌으며, 퇴직 시점에 큰아이가 대학 2학년, 작은 아이가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 정년을 마치고 퇴직했지만, 어떤 방법으로든 경제활동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공공기관 특성상 퇴직 후 관련된 회사로 재취업도 힘들었는데, 공단에서 관리업무만 했기 때문에 특별한 기술도 없었다.

실업급여 신청을 하면서 알게 된 베이비부머 훈련과정을 활용해서 한국폴리텍대학에서 전기와 관련된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부족한 부분은 전문 과정을 이수하면서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했다. 다행히 8개월 후에 작은 아파트 단지 전기실에 취업이 되었다. 아파트 단지의 특성상 전기실에서만 일하는 것이 아니고 주민들의 다양한 민원을 접하게 되는데, 주민들과의 갈등을 겪는 것이 변 씨의 성격에는 맞지 않았다. 결국 버티지 못하고 1년 만에 그만두게 되었고, 주변의 추천을 통해서 시내에 있는 빌딩 관리실에서 두 번째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큰 빌딩이 아니기 때문에 두 명이 교대로 하루씩 근무하는 조건이었는데, 잠이 부족하기는 했지만 곧 적응되었고, 전기와 관련된 기술이 있으니 상대적으로 대우받으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자녀들은 학교를 졸업했고, 취업해서 본인들의 역할을 하고 있으니 현재 있는 직장에 감사하면서 생활하고 있었다.

정년퇴직 후 실업급여 신청을 하면서 알게 된 베이비부머 훈련과정을 활용해 한국폴리텍대학에서 전기와 관련된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사진 pixabay]

정년퇴직 후 실업급여 신청을 하면서 알게 된 베이비부머 훈련과정을 활용해 한국폴리텍대학에서 전기와 관련된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사진 pixabay]

하지만 빌딩 소유주가 바뀌면서 새로운 관리회사가 들어오게 되고 이 과정에서 변 씨는 원치 않게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주변에서는 65세까지 일했으니 성공했다고 하지만, 변 씨에게는 걱정이 많다. 아내와 함께 생활비를 정리해보니 적어도 월 250만원은 써야 한다. 이제까지는 걱정이 없었지만 앞으로 생활비를 충당할 것이 걱정이다. 요즘 집값이 올라서 거주하는 아파트의 거래가격이 8억~9억원 정도는 된다고 한다. 변 씨도 낭비하는 성격은 아니었고 아내가 알뜰하게 살아서 아파트에 대한 대출금이 없기 때문에 특별히 나가는 금융비용은 없다. 국민연금과 가지고 있는 약간의 연금을 고려해도 월 100만원 수입에 불과하다. 이제까지의 생활을 유지하려면 매월 150만 원 정도의 수입이 있어야 하는데, 나이가 65세를 넘다 보니 과거처럼 새로운 직장에 대한 소개도 거의 없다.

우연히 전에 공단에서 함께 근무하던 선배를 만나 식사를 함께하면서 자연스럽게 본인의 고민을 이야기했다. 선배가 변 씨의 이야기를 듣더니 최근까지 일했다는 사실에 대해 매우 부러워하면서 생활비가 부족하면 좀 아껴서 쓰고, 살고 있는 집을 주택연금으로 갈아타라는 조언을 한다. 하지만 주택은 앞으로 더 오를 것만 같고, 또 자녀들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생각도 있다. 변 씨의 선배는 단호했다.

은퇴자들 대부분의 자산이 부동산에 묶여있다. 만일 노후 자산으로 활용할 금융자산이 충분하지 않다면 취업을 해서 생활비를 마련해야 한다 . [사진 pixabay]

은퇴자들 대부분의 자산이 부동산에 묶여있다. 만일 노후 자산으로 활용할 금융자산이 충분하지 않다면 취업을 해서 생활비를 마련해야 한다 . [사진 pixabay]

“만일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무조건 취업해서 생활비를 마련해라! 만일 나이 때문에 취업이 원활하지 않다면 그때는 그냥 받아들이고 돈 벌 생각하지 말고 하루하루를 즐겨라! 생활비는 어떻게 하느냐? 65세까지 열심히 일했고, 자녀들 컸고, 현재와 같은 자산을 만들었다면 더 이상 후배님이 스트레스받지 말자! 앞으로 어떻게 사는 것은 부인과 함께 현실적인 대안을 만드는 것이 방법이다!”

대한민국의 반퇴세대들은 가부장적인 제도 아래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러면서 은연중에 가장의 역할에 대한 관념이 상당히 강하게 형성되어 있다. 하지만 퇴직을 하면서 가장 중요했던 가장의 역할 중 경제의 주체로서의 역할이 약화되고 이에 대한 스트레스도 많이 받기도 한다.

반퇴 세대가 퇴직을 하면서 먼저 없어지는 것, 잃어버리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받아들여야 한다. 물론 이 과정이 매우 힘들다. 사회적으로 명성이 없어질 수도 있고, 가정에서는 가장으로서의 권위가 없어지기도 하고, 직함이 없어지고, 경제적인 능력이 없어지고……. 참 슬픈 이야기이지만 받아들일건 받아들이자. 그리고 현실에 타협하자.

위 사례자의 경우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고 우리나라 대다수의 반퇴세대들은 집에 대한 애착이 매우 크다. ‘2018년 가계금융복지조사결과’에 따르면 60세 이상 가구주의 저축자산은 15.8%에 불과하고 나머지 84.2%는 부동산과 관련된 실물자산과 전·월세 보증금으로 구성되어 있다. 은퇴자들 대부분의 자산이 부동산에 묶여있다는 점이다.

만일 보유하고 있는 자산이 많아서 노후 자산으로 활용할 금융자산이 충분하다면 걱정할 것이 없겠지만, 대부분의 가구는 그렇지 못하다. 60대 이상 가구주의 총자산은 4억2102만원인데 반해서 저축액은 6545만원에 불과하다. 이 금융자산으로 앞으로 30년~40년을 버텨야 한다.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앞으로 집에 대한 생각은 과감하게 바꿔야 할 것이다. 물론 은퇴 후 주거에 대한 대안으로 현재 사는 곳에서 늙어가는 것(Aging In Place, AIP)이 가장 좋다고 한다. 환경이 변하지 않으면서 현재 가지고 있는 사회적 관계망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만일 현재 가지고 있는 금융자산이 충분하지 못하다면 ‘주택연금’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주택연금은 현재 사는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데 일시금으로 받는 것이 아니고 그 집에 죽을 때까지 살면서(소유자가 아닌 배우자 기준이다) 평생을 연금형태로 받는 것이다.

현재 거주하고 있는 주택의 규모를 줄이고 그 차액을 노후자금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노후의 부부생활은 자녀 중심에서 부부 중심으로 바뀌게 된다. 자녀가 독립한 후 굳이 넓은 공간을 사용할 이유는 없다. 또 부부가 생활하는데 공간이 넓은 경우 관리하는 노력이 더 필요하고 관리 비용도 많이 지불된다.

주택연금은 현재 살고 있는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데 일시금으로 받는 것이 아니고 그 집에 죽을 때까지 살면서(소유자가 아닌 배우자 기준이다) 평생을 연금형태로 받는 것이다. [사진 pixabay]

주택연금은 현재 살고 있는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데 일시금으로 받는 것이 아니고 그 집에 죽을 때까지 살면서(소유자가 아닌 배우자 기준이다) 평생을 연금형태로 받는 것이다. [사진 pixabay]

만일 주택이 다세대주택이나 일반 주택이라면, LH공사의 ‘연금형 희망나눔주택’을 고려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 사업은 만60세 이상인 사람이 주택(아파트는 해당 없음)을 LH공사에 매도하면 LH공사에서는 매각대금을 주택매매대금에 이자를 더한 방식으로 최대 30년간 매월 연금방식으로 지급하고 무주택이 된 매도자는 매입임대 및 전세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도록 한다. 이 제도는 2018년부터 시행되었는데 만일 매입임대로 입주할 경우에는 주변 시세의 30% 수준에서 임대료가 산정되기 때문에 노후에 매우 저렴한 주거비용으로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대안들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에 굳이 집을 소유하지 않고 처분하고, 무주택 상태에서 공공임대주택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물론 공공임대주택이기 때문에 입주 자격에 제한이 있을 수 있고, 사용할 수 있는 면적이 좁을 수도 있지만, 부부만 생활한다고 가정하면 관리에 대한 수고를 덜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대한민국 반퇴세대들은 집에 대한 소유 욕구가 크다. 아마도 가장 대표적인 자산 형성수단이었기 때문이고, 또 자녀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욕구도 일부 있다. 중요한 것은 개개인의 가치인데, 집을 소유하는 것에 대한 욕구를 내려놓게 되면 다양한 노후생활의 대안들이 생긴다.

한국은퇴생활연구소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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