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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택자도 안전하지 않다…12·16 부동산대책 키워드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최환석의 알기쉬운 부동산(25)

16일 정부는 예상에 없던 부동산 대책을 추가로 발표했다. 이른바 ‘12·16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이다. 크게는 6·19대책(2017년, 주택시장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선별적 맞춤형 대응방안), 8·2대책(2017년, 실수요 보호와 단기 투기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과 9·13대책(2018년, 주택시장 안정대책)에 이은 네 번째의 대규모 종합대책이며 연장선에 있었던 후속 대책들까지 포함하면 18번째에 달한다.

정부는 어느 정도 안정세를 유지했던 주택가격이 최근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서 국지적 과열현상이 재현되고 있는데, 이 배경으로 투기적 성격이 강한 강남권의 고가주택(9억 초과) 거래와 갭투자·전세대출 등 금융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기적 매수를 지적했다. 아울러 이런 국지적 과열이 주변부로 퍼질 수 있다는 우려와 정부의 정책 의지와 가용수단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 이번 대책 발표의 주된 이유다.

이번에 발표한 대책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1) 투기적 대출수요를 차단하기 위한 대출규제, 2) 주택의 보유세 부담 강화 및 양도소득세 보완, 3) 거래질서 확립으로 규정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확대 및 거래조사·청약규제 강화, 4) 공급 확대를 위한 내용 등 크게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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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투기적 대출수요를 차단하기 위한 대출규제
대출규제는 서울을 주요 타깃으로 하는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 적용하는 대출규제와 갭투자를 방지하기 위한 전세대출 규제로 나눌 수 있다. 이번 대출규제의 특징은 주택담보대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규제(15억원 초과 시)가 나왔다는 점이다. 이외에도 9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주택담보대출비율(LTV) 한도를 일부 축소(9억 초과분 LTV 20% 적용)하기도 했다. 특히 실수요자는 시가 9억원이 넘는 주택을 새로 취득하거나 갈아타기를 하는 경우 1년 이내에 전입 및 기존 주택의 처분 조건으로만 대출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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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발표문에서 정부는 갭투자에 의한 투기적 수요의 차단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서 전세대출을 받은 이후에 9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을 매입하거나 2주택 이상을 보유하는 경우 전세대출을 회수할 예정임을 명확히 했다. 전세자금대출을 통해 조달된 자금이 갭투자에 악용되는 사례를 차단하고자 한 것이다. 기존에 이와 같은 방법으로 갭투자를 한 경우에는 향후 대출연장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과 이와 관련한 규제는 지역·지구를 특정하지 않았다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

2) 주택의 보유세 부담 강화 및 양도소득세 보완
이번 대책의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부분은 역시나 세금이다. 보유세의 경우 종합부동산세의 세율을 전반적으로 0.1~0.8%p 상향 조정하는 안이 제시됐다. 공시가격의 현실화를 통해 종합부동산세 외 재산세에도 영향이 있을 것임을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17일 이에 대한 로드맵으로 ‘2020년 부동산 가격공시 및 신뢰성 제고방안’을 추가로 발표하기도 했다.

양도소득세 제도 보완 내용에서는 1세대 1주택자의 혜택을 축소한 것이 눈에 띈다. 특히 최대 80%에 이르는 장기보유특별공제 요건에 거주 기간을 새로 추가함으로써 9억원을 초과하는 1주택자의 경우에도 거주 기간이 짧을 경우 양도소득세가 상당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수요자가 갈아타기 전략으로 자주 활용했던 일시적 2주택 비과세 혜택의 경우에도 조정대상 지역에서는 이제 1년 이내에 기존주택 매각과 함께 새로운 주택에 전입해야만 가능하도록 축소했다.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양도할 경우 2020년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및 장기보유특별공제 적용한 것은 대부분 규제에 집중된 이번 대책에서 완화된 내용 중 하나다. 다주택자 중과에 따른 매물 잠김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출구전략을 제시함으로써 현장에서 거래 가능한 매물을 늘리고자 했다. 다만, 이 유예제도의 적용은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3)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확대 및 거래조사·청약규제 강화
11월 초 강남4구 포함 8개구 27개동을 지정했던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은 이번에 322개동으로 확대(서울 13개구 272개동 및 광명, 과천, 하남 13개동)했다. 서울 모든 지역이 분양가상한제의 사정권에 들어간 모양새로 정밀한 핀셋규제 일성이 다소 무색해진 상황이다. 투기과열 지구에서 9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을 구입할 시 자금조달계획서의 증빙 자료제출을 의무화, 청약거주요건의 강화(거주요건 2년), 청약 재당첨 제한기간(분양가상한제/투기과열지구 10년, 조정대상지역 7년)에 대한 내용도 유의해야 한다.

4) 공급 확대를 위한 내용
대출규제와 세금 부담 강화 등에 비해 실수요자를 위한 공급확대 내용은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는 원론적인 수준에서 머물렀다. 다만, 공공성 요건을 충족한다는 전제하에 가로주택정비사업(구역 확대, 분양가상한제 적용 제외)과 준공업 지역(복합건축 면적 확대 및 주거용 오피스텔 공급 허용, 소규모정비사업 활성화) 제도개선 방안은 공급 촉진을 위한 방안으로 향후 투자를 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은 정부 정책과 시장의 치열한 힘겨루기 속에서 당분간 보합 흐름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수도권의 가격 상승세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한다. [중앙포토]

서울은 정부 정책과 시장의 치열한 힘겨루기 속에서 당분간 보합 흐름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수도권의 가격 상승세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한다. [중앙포토]

이번에 발표된 부동산 대책은 대출규제부터 공급에 대한 내용까지 무려 30개가 넘는 세부 항목들로 인해 대규모 대책에 해당한다.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대부분 기존의 규제를 좀 더 강화하고 보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번 대책의 특징은 무엇일까? 1) 세분화를 통한 위계의 구분 2) 1주택자의 과세 강화 3) 실거래가 중심 체계의 본격화 등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1) 세분화를 통한 위계의 구분
조정대상지역의 등장으로 인해 불분명해졌던 규제지역의 구분을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 분양가상한제 적용과 함께 대출규제를 차등 적용해 규제지역들에 대한 위계를 명확히 했다. 또 기존에는 9억원을 기준으로 일반주택과 고가주택으로 구분해 대책들을 적용했다면 이번에는 15억원을 초과하는 초고가 주택에 대해 주택담보대출(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을 원칙적으로 금지함으로써 ‘일반주택 < 고가주택 < 초고가주택’의 구분을 명확히 했다는 점이다.

일부에서 ‘현금부자 아니면 서울에 집 사지 말라’는 것이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서울지역 내 아파트 중위가격이 9억원에 근접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부득이 필요한 조치가 아닐까 싶다. 향후 나오는 대책들 또한 이번에 세분화한 위계를 기준으로 수립될 것이 예상된다.

2) 1주택자의 과세 강화
기존의 정부대책과 가장 달라진 내용을 꼽으라면 1주택자에 대한 과세 강화다. 정확히 말하면 혜택의 축소겠지만, 장기보유특별공제 적용에 거주기간 요건을 추가하고 조정대상지역의 경우 일시적 2주택 적용 기간을 1년으로 단축한 것은 그동안 정부의 정책에 순응했던 1주택자 또한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3) 실거래가 중심 체계의 본격화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던 공시가격의 현실화 문제는 이번 대책의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통해 더욱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짧게는 다주택자의 보유부담(종합부동산세) 증가를 목표로 하지만, 재산세 또한 자연스럽게 인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큰 틀에서 관련 제도들이 실거래가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이 점차 빨라질 것이다.

12·16 부동산 대책에 시장은 어떻게 반응할까?

이번 대책의 영향으로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한 초고가 아파트(15억 초과)가 많이 있는 강남4구와 준 강남지역은 다시 한번 거래절벽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또한 목동, 분당 등 강남 외 지역을 중심으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활용하기 위한 다주택자의 매물 출현이 예상된다.

서울의 경우 정부 정책과 시장의 치열한 힘겨루기 속에서 당분간 보합 흐름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수도권의 가격 상승세는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서울의 아파트 시장은 당분간 소강상태에 접어들겠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부동산 대책의 약효가 약해질 것이다. 여전히 풍부한 유동성과 실수요자의 불안 심리가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으로 재편된 내년의 아파트 시장의 향배를 가를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KEB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 팀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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