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성장 급한 정부, SOC에 23조 투자 “소주성 기조는 그대로”

중앙일보

입력 2019.12.20 00:02

업데이트 2019.12.20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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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에서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단 하나의 일자리, 단 한 건의 투자라도 더 만들 수 있다면 정부는 뭐든 다 할 수 있다는 각오로 여러분부터 앞장서 달라“고 말했다. 오른쪽부터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홍남기 경제부총리, 문 대통령,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에서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단 하나의 일자리, 단 한 건의 투자라도 더 만들 수 있다면 정부는 뭐든 다 할 수 있다는 각오로 여러분부터 앞장서 달라“고 말했다. 오른쪽부터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홍남기 경제부총리, 문 대통령,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청와대사진기자단]

임기 반환점을 지난 문재인 정부가 내년 경제정책의 초점을 ‘분배’에서 ‘성장’ 쪽으로 미세조정했다. 정치·경제적으로 경기 반등이 절박해서다. 이를 위해 공공·민간에서 100조원 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발굴·추진한다. 바이오·금융같이 진입 장벽이 높은 산업 분야에선 규제를 더 풀기로 했다. 소비 불씨를 지피기 위해 ‘코리아 세일 페스타’ 때는 부가가치세 환급을 추진한다.

2020 경제정책 방향
정부 “공공·민간 100조 투자 추진”
노인일자리 등 현금 퍼주기 확대
노동개혁 첫 언급…알맹이는 없어
문 대통령 “결실까진 인내심 필요”

정부가 19일 발표한 ‘2020 경제정책 방향(이하 경방)’에 이런 내용이 포함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잠재성장률 하락에 따른 대응이 시급하다”며 “경방을 통해 내년 상반기 중 경기를 반등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경방은 정부가 내년 나라 경제를 어떻게 운영할지 짠 ‘계획표’다. 큰 틀은 ‘1+4(경제상황 돌파+혁신동력 강화, 경제체질 개선, 포용기반 확충, 미래 선제대응)’다. 앞세운 1개 정책방향(경제상황 돌파)이 핵심이고, 따라붙은 4개가 부속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 반등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정부 의지가 도드라진다”고 분석했다.

2020년 경제전망.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020년 경제전망.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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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표의 목차도 달라졌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123쪽 분량의 자료에는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문구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투자 활성화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 내수 진작이 맨 앞으로 나왔다. 8대 핵심 과제 중 6개가 성장을 촉진하는 내용이다. 기존 기조를 고집해선 승부를 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구체적으로 내년에 공공기관 투자 60조원, 대규모 기업투자 25조원, 민자사업 15조원 등 100조원 규모 투자를 발굴·집행한다. SOC엔 올해보다 3조5000억원 늘어난 23조2000억원을 투자한다. 정책의 실탄은 지난 10일 국회를 통과한 512조원 규모 ‘수퍼 예산’이다. 역대 최고수준(상반기 62% 집행) 재정 살포가 준비되고 있다.

현 정부에서 처음으로 ‘노동개혁(혁신)’이란 용어가 등장한 것도 바뀐 변화다. 홍 부총리는 “경제구조 전반의 혁신을 이루기 위해 산업혁신 노력과 함께 노동혁신, 재정혁신, 공공혁신 등 분야별 구조혁신도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 정부에선 지난 2년 반 동안 노동 존중에 묻혀 “개혁의 ‘ㄱ’도 못 꺼낸다”(정부 고위 관계자)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이런 변화는 문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핵심 원인이 경제 문제에 있다는 반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회복 기미를 보이는 세계경제 흐름에 빨리 올라타지 못하면 앞으로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더해졌다.

하지만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이 많다. 이미 혁신성장전략회의 등에서 수차례 언급된 내용이 재탕·삼탕식으로 반복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경기 부양책을 쏟아냈지만 ‘100조원 투자 발굴’은 현실성이 떨어지고, SOC 투자는 이전 정부와 다른 내용이 없는 건설경기 부양책”이라고 평가했다.

‘성장’ 쪽으로 완전히 몸을 돌렸다고 보기도 어렵다. 뒤로 밀리긴 했으나 현 정부 색깔을 지우진 않았다. 청년고용장려금 지급 확대(올해 20만 명→내년 29만 명), 노인 일자리사업 확대(61만 개→74만 개), 사회서비스 일자리 9만5000개 확충, 소득 하위 40% 어르신까지 기초연금 30만원 지급 같은 내용이다. 야권에서 ‘현금 퍼주기 복지’ ‘세금으로 만든 일자리’ 등의 비난을 받는 정책을 더 강화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1년 만에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정책 변화의 효과가 나타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인내심을 가지고 결실을 맺는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직 (정책) 성과를 체감하지 못하는 국민이 많다”며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더욱 높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범 기재부 차관은 “‘소득주도 성장 기조는 바꾸지 않고 그대로 가져간다”고 강조했다.

노동개혁도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 발표에는 ‘직무능력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만 언급됐다. 문 대통령의 공약 사안이지만 노동계의 반발을 의식해 지난 임기 동안 말 한마디 나오지 않다 이제야 등장했다. 문제는 임금체계 개편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며 직무5등급제를 도입하는 형태로 임금체계를 일부 건드렸지만 이마저도 현장에선 불만이 팽배하다. 정부가 당장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나설지도 의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총선 전에는 노동존중을 표방하며 관리해 온 표밭(노동계)을 포기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 교수는 “국정 하반기가 돼서야 노동개혁이 등장한 것도 문제지만 구체적인 액션 플랜이 없다”며 “경제 현실에 대한 인식 개선은 고사하고, 노동 4.0으로 대변되는 산업과 직업 변화에 따른 시대정신이 읽히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현장에서 체감할 혁신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예컨대 규제를 풀겠다면서도 ‘타다’는 서비스할 수 없도록 하는 식으로 엇박자가 우려돼서다. 그래서 “‘어정쩡한’ 우클릭”(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이란 지적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요한 건 기존 경제정책 기조를 돌려 성장에 ‘올인’하겠다는 정부의 시그널을 시장에 더 분명하게 보내는 것”이라며 “소주성 정책의 실패를 보완하고 혁신적인 규제완화, 노동개혁을 추진해 민간 성장 동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허정원 기자,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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