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깟 배달앱 ‘배민’이 4조원? 움직이는 건 모두 돈 된다

중앙일보

입력 2019.12.20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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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배달 앱이 뭐기에 4조8000억원이나 해?’

수억명 가입자 빅데이터가 밑천
동남아 그랩도 단순 호출앱 이상
음식배달·페이서 더 많은 수익

지난 13일 독일계 음식배달 플랫폼 업체 딜리버리히어로(DH)가 4조8000억원에 국내 음식배달 플랫폼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합병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사람들이 던진 질문이다.

돈이 움직이는 데엔 다 이유가 있는 법. 모빌리티(이동성) 업계에선 ‘서비스로서의 모빌리티(MaaS·Mobility as a Service)’가 이미 현실이 됐기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배민

배민

기업가치 140억 달러(약 16조8000억원)에 달하는 ‘데카콘’(기업가치가 100억 달러를 넘는 스타트업) 그랩은 택시호출 사업으로 시작해 지금은 각종 라이드 헤일링(Ride Hailing·탈 것 호출) 사업과 음식·택배 배송 플랫폼으로 확장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올해 그랩의 매출 가운데 음식배달 플랫폼과 파이낸스 분야의 매출이 50% 이상을 차지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음식배달 플랫폼인 ‘그랩 푸드’, 통합 결제시스템인 ‘그랩 페이’와 ‘그랩 카드’ 등 파이낸스 분야가 본업인 모빌리티를 넘어섰다는 의미다. 그랩은 이달 초 마스터카드와 손잡고 신용카드 번호가 없는 ‘그랩페이 카드’를 선보였다.

그랩이 폭발적인 영토 확장에 나서는 건 1억5000만 명에 달하는 가입자 덕분이다. 앱 하나로 사람들의 이동부터 수요, 교통 상황, 고객 행동에 이르는 빅데이터를 모았고, 이를 분석해 이른바 ‘서비스로서의 모빌리티(매스)’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다.

‘움직이는 건 모두 돈이 된다’는 말이 나오는 건 이 빅데이터의 중요성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의 모빌리티 ‘유니콘’ 고젝 역시 대규모 가입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음식 배달, 택배, 라이드 헤일링과 각종 상거래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버 역시 음식배달 플랫폼 ‘우버이츠(Uber Eats)’를 통해 매스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모빌리티 기업들은 이미 지역별 재편이 완료된 상태다.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주도하는 ‘비전 펀드’는 디디(중국)·우버(미국, 유럽)·그랩(동남아)의 대주주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가운데에선 중국 인터넷 기업 메이투안(美團)이 본거지인 중국을 넘어 영토 확장을 노리고 있다. 중국 최대 IT기업 중 하나인 텐센트가 대주주다. 텐센트는 고젝에도 전략적 투자를 한 상태다.

유럽에선 음식배달 플랫폼 업계 1위인 영국의 저스트잇(Just Eat)이 2위인 네덜란드 테이크어웨이닷컴과 합병을 추진 중이다. DH가 ‘배달의 민족’을 인수한 것도 결국 자본력을 무기로 한 영향력 확대 싸움이다. DH는 독일 기반 음식배달 플랫폼이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큰 손’ 내스퍼스가 최대주주다. 내스퍼스가 비전펀드, 텐센트와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셈이다. 결국 ICT 기업과 모빌리티 기업이 한 시장에서 만나 한판 뜨는 형국이다.

결국 모빌리티와 연계된 모든 서비스를 장악하겠다는 게 이들 기업이 꿈꾸는 미래다. 한국에선 최대 완성차 업체인 현대자동차그룹이 ‘매스’ 시장 도전에 나섰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지만 방향은 명확하다.

현대차그룹은 내년부터 서울 은평 뉴타운 지역에서 ‘수요응답형 모빌리티 서비스’를 한다. 이 서비스의 플랫폼과 모바일 앱을 제작한 건 그룹 내 인공지능연구소인 ‘에어랩’이다. 김정희 에어랩 실장은 “고객의 이동과 수요 등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터넷 기업이 하는 모든 서비스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랩이 이미 구체화한 금융·상거래 등이 우선 대상이 될 전망이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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