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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블프'로 키워라···'코세페' 중 하루는 부가세 환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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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상황 ‘돌파’,  투자 활성화 ‘총력 매진’, ‘과감한’ 규제 혁신….

[2020년 경제정책방향]

19일 정부가 발표한 ‘2020년 경제정책 방향(이하 경방)’ 곳곳에 있는 핵심 제목 내용이다. 다소 공격적인 문구만큼이나 경방에는 전방위적인 경기 살리기 내용이 포함됐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대외 여건이 개선될 내년에 우리 경제를 정상 성장 궤도로 복귀시켜야 한다는 기조에서 경방을 만들었다”며 “투자ㆍ소비ㆍ확장재정ㆍ수출 네 가지 영역에서 정책 효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투자·SOC·주택 공급 확대

18일 서울 장지동 '수서역세권 신혼희망타운' 홍보관을 찾은 시민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신혼희망타운은 무주택 서민 신혼부부를 위해 정부가 공급하는 주택 단지다. [뉴스1]

18일 서울 장지동 '수서역세권 신혼희망타운' 홍보관을 찾은 시민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신혼희망타운은 무주택 서민 신혼부부를 위해 정부가 공급하는 주택 단지다. [뉴스1]

구체적으로 ‘100조원’이란 투자 확대 규모부터 내걸었다. 공공기관 투자가 60조원 규모로 가장 크다. 올해(55조원)보다 5조원 늘렸다. 기업 투자에선 10조원을 추진하고, 15조원을 추가 발굴한다. 민자사업에선 5조2000억원을 집행하고 10조원을 발굴한다.

철도ㆍ항만ㆍ도로 같은 사회간접자본(SOC)에 23조2000억원을 투자한다. 올해 대비 3조5000억원 늘린 규모다. 파주 운정-경기 동탄을 잇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A 노선(83.3㎞)을 비롯한 광역 교통망 확충에 6조원, 노후 SOC 개선에 5조5000억원을 각각 투자한다. 노후 수도시설 정비에 참여하는 지방자치단체엔 특별교부금 지원 등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대출ㆍ세제를 꽉 틀어쥔 부동산 대책과 별개로 서민 대상 주택 공급은 확대한다. 부진을 겪는 건설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주거복지 로드맵’에 따른 105만2000호 주택 중 8만2000호를 내년 중 착공하기로 했다. 특히 1만호는 당초 계획보다 3개월 이상 앞당겨 추진한다.

'코세페'를 美 블랙 프라이데이처럼 

'코리아 세일 페스타' 개막을 앞둔 지난 10월 서울 명동에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앞줄 왼쪽 둘째)와 홍보모델 강호동(앞줄 가운뎨)씨가 홍보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리아 세일 페스타' 개막을 앞둔 지난 10월 서울 명동에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앞줄 왼쪽 둘째)와 홍보모델 강호동(앞줄 가운뎨)씨가 홍보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수 진작에도 역점을 뒀다. 내수 경기 ‘바로미터’인 근원물가지수(계절 요인에 따라 물가가 들쭉날쭉한 농산물ㆍ석유류 등 제외한 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0.6%로 1999년 이후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을 정도로 소비가 얼어붙은 상황에서다.

눈에 띄는 건 ‘코리아 세일 페스타(코세페)’을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로 키우는 내용이다. 블랙 프라이데이는 미국의 쇼핑 대목이다. 올해 추수감사절인 11월 28일(현지시간) 이튿날인 29일 블랙프라이데이 온라인 매출은 74억 달러(약 8조6000억원)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정부는 불규칙한 코세페 기간 중 하루를 정해 특정 상품 구매 시 부가가치세를 환급하는 대책을 추진한다. 10년 이상 노후 차를 폐차하고 신차(경유차 제외)를 살 경우 개별소비세를 70% 깎아준다.

해외여행 대신 국내 여행을 떠나라는 취지의 대책도 마련했다. 국내 여행 숙박비에 대해 도서ㆍ공연비와 같은 수준의 신용카드 소득공제율(30%)을 적용한다. 제주도를 포함한 산업 위기 지역 소재 회원제 골프장을 이용할 경우 개별소비세 75%를 감면해 준다.

기업 투자를 북돋는 내용도 포함했다.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5G 경쟁에서 치고 나가기 위해 망 투자 세액공제 확대, 주파수 이용대가 개편, 신설 무선국 등록면허세 완화를 추진한다. 신수종 산업인 바이오 연구개발(R&D) 투자는 2025년까지 연 4조원 이상으로 늘린다. ‘데이터 경제’를 키우기 위해 금융ㆍ공공ㆍ바이오ㆍ국세 정보 공개도 확대한다.

"규제 원점서 재검토해 걷어내라" 

2020년 경제정책방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020년 경제정책방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단골 지적사항으로 언급되는 규제 혁신도 경방에 넣었다. 바이오헬스ㆍ금융ㆍ공유경제 등 10대 규제산업 규제를 원점에서 검토한다. 김용범 차관은 “해당 분야는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만큼 내년 상반기 중 규제 개선을 위한 핵심 원칙부터 제시해 사회적 합의 도출을 앞당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존 규제 개선 대책보다 더 나아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규제를 얼마나 원점에서 재검토해 걷어내느냐에 정책 성패가 달렸다”고 말했다.

정부 핵심 기조인 취약계층 포용은 계속 가져간다. 60세 이상 노인 일자리는 올해 61만개에서 내년 74만개로 늘린다. 소득 하위 40% 어르신에게 주는 기초연금을 월 25만원에서 30만원으로 인상한다. 저소득층 근로장려금 최소지급액도 월 3만원에서 10만원으로 올린다. 실직 전 평균임금의 50%만 지급하던 실업급여는 60%로 올리고, 지급 기간은 기존(90~240일)보다 30일 늘린다.

부부 동시 육아휴직, '민식이법' 공감 

[연합뉴스]

[연합뉴스]

내년 2월부터 부부가 동시에 육아 휴직(최대 1년)을 쓸 수 있도록 바뀐다. 기존에는 같은 자녀에 대해 부부가 육아 휴직을 겹쳐 쓸 수 없었다. 부부 모두 육아 휴직을 쓰려면 부인이 먼저 육아 휴직을 사용하고, 남편이 뒤이어 사용하는 식이었다. 육아 휴직 대체 인원을 늘리기 위해 정부가 기업에 주는 대체인력 지원금을 현행 60만원에서 80만원으로 확대한다.

안전은 한 걸음 더 들어간다. ‘민식이법’ 국회 통과로 주목받은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안전 강화가 대표적이다. 내년에 1100억원을 들여 해당 구역 내 CCTVㆍ신호등 설치를 확대한다. 응급실 내 자살 고위험군 전담 요원은 기존 143명에서 307명으로 늘린다. 미세먼지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 지원을 강화한다.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6곳은 21년까지 문을 닫도록 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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