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경제정책방향]분배→성장···경기 반등 절박감이 '우클릭' 불렀다

중앙일보

입력 2019.12.19 11:50

업데이트 2019.12.19 16:16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0년 경제정책방향'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0년 경제정책방향'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임기 반환점을 지난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기조가 내년에 분배에서 성장으로 ‘우클릭’한다. 정치·경제적으로 경기 반등이 절박해서다. 이를 위해 공공ㆍ민간에서 100조원 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발굴ㆍ추진한다. 바이오ㆍ금융같이 진입장벽이 높은 산업 분야에선 규제를 더 풀기로 했다. 소비 불씨를 지피기 위해 ‘코리아 세일 페스타’ 때는 부가가치세 환급을 추진한다.

[2020년 경제정책방향]

정부가 19일 발표한 ‘2020 경제정책방향(이하 경방)’에 이런 내용이 포함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잠재성장률 하락에 따른 대응이 시급하다”며 “경방을 통해 내년 상반기 중 경기를 반등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경방은 정부가 내년 나라 경제를 어떻게 운영할지 짠 ‘계획표’다. 이번 계획표의 큰 틀은 ‘1+4(경제상황 돌파+혁신동력 강화, 경제체질 개선, 포용기반 확충, 미래 선제대응)’다. 따로 떼 앞세운 1개 정책방향(경제상황 돌파)이 핵심이고, 따라붙은 4개가 부속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 반등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정부 의지가 도드라진다”고 분석했다.

계획표의 목차도 바꿨다. 투자 활성화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 내수 진작이 맨 앞으로 나왔다. 8대 핵심 과제 중 6개가 성장을 촉진하는 내용이다. 기존 기조를 고집해선 단기간에 승부를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구체적으로 내년에 공공기관 투자 60조원, 대규모 기업투자 25조원, 민자사업 15조원 등 100조원 규모 투자를 발굴ㆍ집행한다. SOC엔 올해보다 3조5000억원 늘어난 23조2000억원을 투자한다.

이런 정책 기조 변화는 최근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50% 아래로 떨어진 핵심 원인이 경제 문제에 있다는 반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회복 기미를 보인 세계 경제 흐름에 빨리 올라타지 못하면 앞으로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더해졌다.

뒤로 밀리긴 했으나 현 정부 색깔을 지우진 않았다. 청년고용장려금 지급 확대(올해 20만명→내년 29만명), 노인 일자리사업 확대(61만개→74만개), 사회서비스 일자리 9만5000개 확충, 소득 하위 40% 어르신까지 기초연금 30만원 지급 같은 내용이다.

정책의 실탄은 지난 10일 국회를 통과한 512조원 규모 ‘슈퍼 예산’이다. 역대 최고수준(상반기 62% 집행) 재정 살포가 준비되고 있다. 그러나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경기 부양책을 쏟아냈지만 ‘100조원 투자 발굴’은 현실성이 떨어지고, SOC 투자는 이전 정부와 다른 내용이 없는 건설 경기 부양책”이라고 지적했다.

2020년 경제전망.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020년 경제전망.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경방에 드러난 정부의 경제 전망은 ‘낙관’에 가까웠다. 정부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올해(2%)보다 개선된 2.4%로 전망했다. LG경제연구원(1.8%)이나 국제통화기금(IMFㆍ2.2%)은 물론  OECDㆍ한국은행ㆍ한국개발연구원(2.3%) 같은 국내외 연구기관보다 높은 성장률을 제시했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내년에 글로벌 경기가 나아질 거란 기대, 가용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목표한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와 절박감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체감할 정도로 혁신하지 않으면 모순은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 규제를 풀겠다면서도 ‘타다’는 서비스할 수 없도록 하는 식의 엇박자가 우려된다. 김 차관은 “‘소득주도성장(가계 임금ㆍ소득을 늘리면 소비가 늘어나 경제도 성장) 기조는 바꾸지 않고 그대로 가져간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제가 대표적인 소주성 대책이다. 그래서 “’어정쩡한‘ 우클릭”이란 지적(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요한 건 기존 경제정책 기조를 돌려 성장에 ‘올인’하겠다는 정부의 시그널을 시장에 더 분명하게 보내는 것”이라며 “소주성 정책의 실패를 보완하고 혁신적인 규제 완화, 노동 개혁을 추진해 민간 성장 동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허정원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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