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강갑생의 교통돋보기

스쿨존과 민식이법

중앙일보

입력 2019.12.19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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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강갑생 기자 중앙일보 교통전문기자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어린이 보호구역, 이른바 ‘스쿨존(school zone)’이 국내에 처음 도입된 건 1995년이다. 교통사고 위험에서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초등학교와 유치원, 특수학교, 어린이집 등의 주변 도로 중 일정 구간을 스쿨존으로 지정한다. 이렇게 정해진 스쿨존에선 자동차는 시속 30㎞ 이내로 달려야 하고, 과속방지턱 등 각종 교통안전 시설물도 설치된다.

또 스쿨존에서 속도위반, 신호위반 등 각종 법규 위반을 하는 경우에는 범칙금과 벌금이 일반도로보다 더 많다. 그만큼 어린이 보호라는 중요성을 강조한 측면이 강하다. 하지만 스쿨존 내 교통사고는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일명 ‘민식이법’이 등장한 것도 안타까운 교통사고가 계기가 됐다. 9살 김민식 군이 지난 9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로 숨졌다. 이후 ▶스쿨존 내 신호등과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 의무화 ▶스쿨존 내 안전운전 의무 부주의로 사망 또는 상해사고를 일으킨 가해자 가중 처벌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민식이법’이 발의됐다.

가중 처벌 조항을 놓고 ‘형평성’ 논란이 벌어지고 있지만 어쨌든 스쿨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만은 분명하다. 그런데 처벌 강화만으로 교통사고가 근절되기는 어렵다. 보험사기단을 제외하곤 교통사고를 일부러 내는 운전자는 없을 것이다. 잠깐의 부주의로 사고가 나는가 하면, 불가항력적인 상황도 있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게 학교 정문 주변의 불법 주정차 차량이다. 상당수는 자녀를 데리러 온 학부모가 가져온 자가용 또는 아이들을 학원으로 태워가려는 셔틀차량이다.

이들 차량이 횡단보도 주변에 서 있으면 주변을 지나는 운전자의 시야가 상당히 제한된다. 이럴 때 아이들이 갑자기 도로로 튀어나온다면 아무리 제한속도를 지키고 진행하더라도 사고를 피하긴 어렵다. 그래서 강한 처벌만이 상책은 아니다. 스쿨존의 불법 주정차 단속을 강화하고, 학교·학원에서도 교통안전교육을 지속해서 해야 한다. 다각적인 노력이 병행돼야만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다. 그게 진정한 ‘스쿨존’을 만드는 길이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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