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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이언맨’ 처럼…VR로 신형 K5 디자인 검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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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현대·기아차가 지난 17일 자동차의 품질을 높이면서 개발 속도와 수익성도 함께 향상할 수 있는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본격 가동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연구원들이 VR(가상현실)을 활용해 가상의 공간에서 설계 품질을 검증하는 모습. [사진 현대·기아차]

현대·기아차가 지난 17일 자동차의 품질을 높이면서 개발 속도와 수익성도 함께 향상할 수 있는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본격 가동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연구원들이 VR(가상현실)을 활용해 가상의 공간에서 설계 품질을 검증하는 모습. [사진 현대·기아차]

영화 ‘아이언맨’에선 아이언맨 슈트를 만들 때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한다. 허공에 손을 휘저으면 필요한 부품을 갖다 붙일 수도 있고 불필요한 부분을 뗄 수도 있다. 실제 구동과 같은 시뮬레이션도 가능하다.

현대·기아차 ‘버추얼 개발실’ 공개 #고글 쓰고 실제 자동차 보듯 작업 #센서로 1㎜ 단위 움직임까지 감지 #설계 이어 생산에도 활용키로

영화에서나 보던 AR·VR 기술이 자동차 산업에도 적용된다. 현대·기아차는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지난 17일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경기도 화성시 남양연구소의 ‘버추얼 차량개발실’을 공개했다.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는 VR 기기를 착용하고 실물 자동차를 보는 것처럼 외부 디자인의 좋고 나쁨을 평가하거나 실제 차 안에 탄 것처럼 경험할 수 있는 체계다.

디자이너들이 VR을 활용해 자동차의 헤드 램프를 디자인하는 모습. [사진 현대·기아차]

디자이너들이 VR을 활용해 자동차의 헤드 램프를 디자인하는 모습. [사진 현대·기아차]

현대·기아차가 공개한 VR 디자인 품평장은 150억원을 들여 마련했다. 최근 기아차가 출시한 신형 K5 제작에 이 기술이 적용됐다. 품평장 안에는 36개의 모션 캡처(사람 몸에 센서를 달아 실제 움직임을 데이터화하는 장비) 센서를 설치했다. VR 장비를 착용한 평가자의 위치와 움직임을 1㎜ 단위로 정밀하게 감지한다.

독일 BMW그룹은 지난 4월 VR·AR 기술을 활용한 생산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양산차 라인을 가동하기 전에 작업자들의 훈련 과정에 적용한다. 실제 조립현장에선 이상 유무를 체크하는 역할도 한다. 독일 프라운호퍼연구소와 공동 개발한 이 애플리케이션은 양산 전 조립 숙련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과거엔 실제 부품을 가져다 작업자들을 훈련해야 했지만 VR 과정으로 간단히 해결한 것이다.

올해 출시된 신형 8시리즈는 생산과정에도 AR 기술을 적용했다. 태블릿 PC에 AR 앱을 설치해 조립 불량 여부를 가려낸다. 컨베이어 벨트 위에 달린 카메라로 점검하는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품질 점검이 가능하다.

현대·기아차는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앞으로 설계 품질 검증에 이어 생산·조립 라인 설계까지 확장할 예정이다. 설계 품질 검증 시스템은 지난 6월부터 시범운영 중이다. 가상의 3차원(3D) 디지털 자동차를 통해 부품이 잘 맞는지, 부품 간의 간섭은 없는지, 냉각 성능 등을 검증할 수 있다.

현대·기아차는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연구개발(R&D) 모든 과정에 도입하면 신차 개발기간은 약 20%, 개발비용은 연간 15% 정도 줄일 것으로 기대한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장(사장)은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는 품질과 수익성을 높여 R&D 투자를 강화하고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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