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포세대'와 '오포세대' 등으로 일컬어지며 '헬조선'을 외치는 젊은이들에게 가장 간절하고 중요한 건 일자리였다. 집과 결혼은 그다음 순위였다. 구직과 내 집 마련은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서울에 살기를 원했다.
18일 발표한 서울시 청년 실태조사 결과를 통해 엿본 청년들의 마음은 이랬다. 서울시는 만 19세부터 39세 청년 1만명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했다. 이번 조사에는 경기도와 인천에 살면서 서울로 출퇴근하거나 서울에 있는 학교에 다니고 있는 청년 1000명도 참여했다.
삶의 우선순위에는 일자리가 놓였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묻는 말에 청년들은 '원하는 일자리(28.3%)를 갖는 것'을 제일 먼저 꼽았다. '원하는 주거에서 사는 것(28.2%)'이 그 뒤를 이었다. 직장과 집이 삶의 우선순위 최상단에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팍팍한 현실, 고단한 일상에 '사랑'은 사치로 여겨졌다. '연애와 결혼(16.2%)', 그리고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9.8%)'을 선택한 응답자들은 많지 않았다.
청년의 오늘은 일, 일
학업과 취업이란 과제를 품고 사는 청년들이 꼽은 '취업'의 성공 요인은 뭘까. 첫손에 꼽힌 것은 이른바 '학벌'인 '학력 또는 명성 있는 대학 졸업(33.5%)'이었다. 업무 관련 자격증(23.4%)이나 인턴·아르바이트 등 직무 경험(13.9%)은 그 뒤를 이었다.
서울 청년들은 취업 준비를 위해서 휴학을 하고(30.7%),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인턴을 해본 것(30%)으로 나타났다. 공시 시험 준비를 해본 사람은 19.9%에 달했다.
취업 준비와 관련해 눈에 띄는 것은 본인의 경제적 지위 인식이었다. 경제적으로 '상층'에 속한다고 답한 서울 청년은 휴학(37.5%)과 인턴(39.2%), 공시 준비(27%)를 해봤다는 응답자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반면 본인이 경제적으로 '하층'에 있다고 답한 청년들의 경우 휴학(27.1%) 경험을 비롯해 인턴십(25.5%)과 공시 준비(17.5%)에서 모두 상층에 속하는 청년층보다 10% 포인트 이상 낮았다.
어렵게 취업에 성공해도 일자리에 크게 만족하지는 않았다. 서울 청년의 67.2%가 이직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61.3%의 응답자가 이직의 이유로 '더 나은 보수(복지)'를 꼽았다. 서울 청년들의 첫 월급은 169만 7000원이었다. 청년들의 현재 급여는 271만 6000원으로 조사됐다.
어쩌다 캥거루, 그래도 서울
부모의 경제 계층이 높다(상층)고 답한 청년과 낮다(하층)고 답한 청년의 급여는 44만원 차이가 났다. 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고 답한 청년 중 절반 이상이 아파트(56.7%)에 살고 있었다. 자가(46.3%)인 경우가 전세(31.1%)보다 높았고 월세(20.5%)도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부모와 함께 살지 않는 경우 집을 소유한 경우는 29.9%에 불과했다. 부모님과 함께 살지 않는 청년세대들의 주거비 부담은 3.57점(5점 만점·보통 3점) 다소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내 집 마련'에 대한 자신감은 2.64점으로 낮은 편으로 분석됐다. 특히 25~29세 여성 청년들의 자신감이 2.46점으로 가장 낮았다.
청년들은 그래도 서울에 살기를 바랐다. 계속 살겠다는 답은 69.9%에 달했다. 경기와 인천에서 서울로 출퇴근하거나 통학하는 청년들의 서울 이주 의향(42.8%)도 높게 나타났다.
어려운 결혼
서울 청년들에게 결혼은 어려운 일이다. 결혼(3.68점)과 출산(3.58점)에 관해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성세대는 청년세대보다 결혼(2.79점)과 출산(2.74점)에 대해 상대적으로 부담이 낮았다. 앞으로 출산 의향이 있느냐는 항목에 대해서는 청년의 39.7%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대체로 남성이 여성보다 출산 의향이 높았지만 35~39세(34.6%)의 남성의 응답이 가장 낮은 것도 눈에 띄었다.
기댈 수 있는 친구?
서울 청년은 어려움에 부닥칠 때 기댈 수 있는 사람으로 부모(52.4%)를 가장 먼저 꼽았다. 기댈 수 있는 친구는 3.3명,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말한 응답자도 11%에 달했다.
한편 서울시는 이번 조사를 계기로 청년의 시정 참여를 확대하고 시정 전반에 세대 간 형평성 개념을 도입하기 위해 '세대균형 지표 개발'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