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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화염과 분노' 꺼내나…美공군사령관 "北 도발 대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군 고위 장성이 북한이 크리스마스 즈음에 장거리 로켓 발사와 같은 도발을 저지를 경우 군사 옵션을 사용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미국 공군의 전략 스텔스 폭격기인 B-2 스피릿. 한반도의 위기가 높아졌던 2017년 이 폭격기는 한국을 몰래 두어 차례 찾았다고 한다. [사진 미 공군]

미국 공군의 전략 스텔스 폭격기인 B-2 스피릿. 한반도의 위기가 높아졌던 2017년 이 폭격기는 한국을 몰래 두어 차례 찾았다고 한다. [사진 미 공군]

찰스 브라운 미국 태평양공군사령관은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국방담당 기자들과의 조찬행사에서 “우리의 역할은 외교적 노력을 지원하는 것”이라면서도 “만약 외교적 노력이 무너지면 우리는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태평양공군은 제7 공군(한국)을 비롯해 제5 공군(일본)과 제11 공군(알래스카)을 예하에 두고 있다. 제11 공군은 스텔스 전투기인 F-22 랩터를 보유하고 있다.

찰스 브라운 사령관은 “우리는 이미 대비하고 있었다. 2017년으로 돌아가 보면 우리가 당시 해놓았던 것들이 많이 있어서 꽤 빨리 먼지를 털어내고 이용할 준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ㆍ미사일을 고도화하던 2017년 당시 미군은 다양한 군사적 대처방안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그해 8월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대해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군 지휘부는 이미 북한을 상대로 한 군사작전을 세우고 있었다. 또 북한에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는 무력시위를 여러 차례 벌였다.

2017년 9월 23일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미국 공군의 폭격기인 B-1B 랜서가 출격하기 위해 활주로로 나서고 있다. 이날 이 폭격기는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2시간 동안 비행했다. [사진 미 공군]

2017년 9월 23일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미국 공군의 폭격기인 B-1B 랜서가 출격하기 위해 활주로로 나서고 있다. 이날 이 폭격기는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2시간 동안 비행했다. [사진 미 공군]

실제 2017년 9월 23일 괌에서 출격한 미 공군의 폭격기 B-1B 랜서가 오키나와에서 날아오른 F-15 전투기의 호위를 받으며 동해에 나타났다. 미 폭격·전투기 편대는 일제히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2시간을 비행한 뒤 NLL 남쪽으로 돌아왔다. 당시 미 국방부 대변인은 “21세기 들어 미 전투기들이 비무장지대(DMZ)에서 가장 북쪽까지 올라가 북한 해상을 비행한 것”이라며 “어떤 위협도 격퇴할 수 있는 많은 군사옵션을 갖고 있다는 미국의 결의와 메시지를 시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당시 레이더로 미 공군 편대를 포착하지 못해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고, 미국이 공개한 뒤에서야 NLL 이북 비행 사실을 알게 됐다고 국가정보원이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했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스텔스 전략폭격기인 B-2 스피릿도 2017년 두어 차례 한국을 찾았다”며 “이는 미국의 요청으로 공개하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2017년 11월 한반도 인근 해역에서 미국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3척이 합동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미 7함대]

2017년 11월 한반도 인근 해역에서 미국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3척이 합동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미 7함대]

2017년 11월 10~14일엔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3척이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 공동 훈련을 벌였다. 이 훈련에는 미 해군의 로널드 레이건함(CVN 76), 시어도어 루스벨트함(CVN 71), 니미츠함(CVN 68)이 동원됐다. 항모 한 척엔 70~80대의 전투기와 구축함 서너 척, 핵추진 잠수함 한두 척이 따라다닌다.

2017년 12월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에서 미국의 폭격기 B-1B 랜서 1대와 한국 공군의 F-16 2대, F-15K 2대, 미국 공군의 F-35A 2대, 미국 해병대의 F-35B 2대가 편대 비행하고 있다. [사진 공군]

2017년 12월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에서 미국의 폭격기 B-1B 랜서 1대와 한국 공군의 F-16 2대, F-15K 2대, 미국 공군의 F-35A 2대, 미국 해병대의 F-35B 2대가 편대 비행하고 있다. [사진 공군]

2017년 12월 4~8일 열렸던 한ㆍ미 연합 공군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엔 미 공군의 F-22 랩터 6대, F-35A 라이트닝II 6대, F-35B 라이트닝II 12대 등 스텔스 전투기 24대가 참가했다. 미국이 한반도에 전개한 스텔스 전투기 규모론 가장 많았다. 또 북한의 방공망을 파괴하는 능력을 갖춘 EA-18G 그라울러가 이들 스텔스 전투기를 지원했다.

군 관계자는 “2017년 당시 미군은 전면전을 포함한 다양한 대북(對北) 군사 옵션을 검토했다”며 “비핵화 협상이 완전히 결렬할 경우 미국은 단순 무력시위 차원에서 끝낼 것 같지 않다. 경제 제재를 집행한다는 명목으로 미국이 북한의 해상을 봉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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