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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도 몰아닥친 ‘감원 칼바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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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장정훈
장정훈 기자 중앙일보 팀장
장정훈 산업2팀장

장정훈 산업2팀장

연말을 맞아 40~50대 직장인이 ‘감원 칼바람’을 맞고 있다. 내년 경기 전망을 어둡게 보는 기업, 특히 대기업들이 대거 몸집 줄이기에 착수하면서다. 감원 한파는 자동차부터 철강, 디스플레이, 항공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덮치고 있다. 당장 대한항공이 6년 만에 희망퇴직을 받고 있고, CJ, GS, 르노삼성·쌍용 차, 두산중공업, 삼성·LG디스플레이 등 일일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기업들이 감원 작업에 돌입했다.

정부의 고용지표를 보면 일자리가 늘었다는 데, 왜 기업에선, 그것도 대기업에서 감원 한파가 거센 걸까.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 성장률을 2.0%, 내년 2.3%로 전망했다. 또 통계청은 11월 취업자가 30만명 이상 늘었고, 고용률은 23년 만에 최고치라는 통계를 내놨다. 하지만 이는 기업이나 직장인들이 체감하는 경기와는 괴리가 커도 너무 크다. 올 성장률만 해도 기업들은 “2.0%는 정부의 희망 사항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이미 1% 성장을 기정사실로 여긴다. 정부 얘기대로 2.0% 성장한다 한들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노트북을 열며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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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전망은 더 어둡게 본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06개 기업을 조사했더니 내년에 투자를 줄이겠다는 곳이 40%에 달했다. 늘리겠다는 곳은 채 20%가 안 된다. 내년 경영계획도 긴축(47%)하거나 현상유지(34%)가 목표일 뿐, 확대(22%)하겠다는 곳은 소수다. 대부분이 “저성장에 대비해 투자도 축소하고 인력도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대기업보다 더 어려운 기업들은 이미 하반기부터 인력을 줄여왔다. 당장 지난 10월만 봐도 제조업에서 8만명, 금융업에서 5만명이 줄었다. 특히 제조업 일자리는 20개월째 계속 쪼그라들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정부는 최근 3개월간 매달 30만~40만개의 일자리가 늘었다니 생뚱맞을 뿐이다. 정부가 늘었다는 30만~40만개의 일자리는 17시간 이하만 근무하는 단시간 근로자나, 60세 이상의 임시직일 뿐이다. 흔히 말하는 좋은 일자리와는 거리가 멀다.

정부도 뒤늦게나마 현실을 인식했는지 40대 맞춤형 고용지원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법석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엊그제 “40대의 고용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매우 아프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이나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획일적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주 52시간제 같은 정책을 전환하지 않는 한 좋은 일자리 창출은 요원하다. 공연히 40~50대 일자리 만든다고 또 세금만 퍼붓고 17시간 이하 단시간, 임시직 일자리만 만드는 상황이 재연돼선 안 된다.

장정훈 산업2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