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석달 전, 송병기 수첩엔 ‘BH 회의’…靑 비서관 이름도

중앙일보

입력 2019.12.18 00:05

업데이트 2019.12.18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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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송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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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송철호 울산시장의 지난해 지방선거 캠프에서 활동할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과 수차례 접촉한 정황이 검찰에 포착됐다. 검찰이 확보한 송 부시장의 업무수첩에는 ‘BH 회의’ ‘BH 방문’ 등 청와대 관계자와의 접촉을 의미하는 일정 내용이 적혀 있다고 한다.

검찰, 지방선거 석달 전 기록 확보
청와대 관계자 수차례 만난 정황
송철호 시장도 실제 접촉했나 조사
김기현 “내 공약 방해까지 논의”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는 최근 송 부시장의 집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업무수첩을 확보해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

30여장에 달하는 송 부시장의 업무수첩에는 송 시장 선거캠프 내부 회의내용과 일정 등이 적시돼 있다고 한다. 검찰은 송 부시장이 업무수첩을 일기처럼 작성해 온 만큼 수첩에 적혀 있는 회의 등이 실제로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송 부시장의 업무수첩에는 ‘2018년 3월 BH 회의’라는 문구와 함께 이모 당시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의 이름이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시점은 지난해 6월 지방선거가 치러지기 3개월여 전이다. 검찰은 송 시장 측이 청와대와 접촉해 울산시장 선거공약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정책 사항 등을 파악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업무수첩 등에는 이 비서관 이름이 2017년 10월의 일정에도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 부시장 수첩에는 다른 청와대 관계자들의 이름과 날짜도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송 시장과 송 부시장은 실제 지난해 1월 당시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 소속 장모 선임행정관을 서울에서 만나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출마 예정자의 공약을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라 대통령 공약을 설명하는 자리였다”고 밝혔다. 송 시장 측과 청와대의 접촉 사실은 인정한 것이다.

검찰은 송 부시장 수첩에 적힌 회의 내역을 선거 준비 중이던 송 시장과 청와대 인사들의 접촉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정황으로 보고 실제로 당시에 만남이 성사됐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최근 송 부시장이 포함된 송 시장 선거캠프의 전신인 ‘공업탑 기획위원회’ 구성원들을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이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송 부시장 업무수첩 등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의 사실관계를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송 시장 측과 청와대 인사들의 만남이 실제로 이뤄진 것으로 밝혀질 경우 당시 송 시장 측이 청와대 관계자들과 선거 공약을 논의했다는 정황이 될 수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지난해 송 시장과 선거에서 맞붙었다가 낙선한 김기현 전 울산시장은 검찰 소환 조사 후 “검찰이 산재모(母)병원과 관련해 여러 차례 물었다. 송 시장 선거캠프가 청와대와 여러 차례 접촉하면서 자신들의 공약 협의는 물론이고 상대 후보의 공약을 방해하는 것까지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김 전 시장은 산업재해 특화 병원인 ‘산재모병원’ 건립을 공약으로 내세웠으나 지방선거 직전인 지난해 5월 28일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하지 못해 무산됐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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