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설치 땐 분신하겠다” 창원 홍등가에 무슨 일이…

중앙일보

입력 2019.12.18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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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10일 창원 성매매 집결지 CCTV 설치를 놓고 공무원·업주 등이 마찰을 빚었다. [연합뉴스]

10일 창원 성매매 집결지 CCTV 설치를 놓고 공무원·업주 등이 마찰을 빚었다. [연합뉴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가 최근 폐쇄회로(CC)TV 설치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창원시와 경찰이 최근까지 3차례에 걸쳐 CCTV 설치를 시도했지만, 업주 등이 분신위협까지 하며 반발해 무산되면서다.

시, 성매매 억제 위해 CCTV 추진
업주·종업원 반대로 세 차례 무산
먼저 설치했던 대구 자갈마당은
실제로 성구매자 줄며 문 닫기도

17일 창원시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전 창원시 공무원 50여명이 사다리차를 동원해 성매매 집결지 입구 양쪽 전봇대에 CCTV 6대를 설치하려고 했다. 만약을 대비해 경찰 100여명도 나왔다. 그러나 업주 등이 사다리차 설치를 몸으로 막았다. 한 업주는 인화성 물질을 자신의 몸에 뿌리는 등 분신 위협까지 했다.

결국 공무원들은 CCTV 설치를 포기하고 오전 11시쯤 철수했다. 창원시 관계자는 “무리하게 CCTV 설치하다 사고가 날 수 있어 일단 물러났다”며 “하지만 이곳에 CCTV를 설치하겠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고, 12월 중에 CCTV를 설치할 것이다”고 말했다. 창원시는 지난 10월 30일과 11월 15일에도 CCTV 설치를 시도했다. 그러나 그때도 업주와 종업원들이 몸으로 막아 실패했다.

창원시 등이 업주와 종업원들의 반발에도 이곳에 CCTV 설치를 추진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 창원시는 지난 2015년 만들어진 ‘성매매 집결지 대책 마련 태스크포스(TF)’를 지난 10월 18일에 ‘성매매 집결지 폐쇄 TF’로 전환했다. 사실상 3년 내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 폐쇄 수순에 들어간 것이다. 1905년 마산~삼랑진 철도 신설 시기에 일본인 성매매 여성들이 몰려들면서 형성된 이곳은 현재 25개 업소에 90여명의 여성이 있다.

창원시는 CCTV 성격을 ‘방범용’이라고 하지만 ‘성매매 억제용’이라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창원시 TF 관계자는“앞으로 성매매 집결지 내 무허가 건축물이나 국유지 무단 사용 등에 대해서도 행정 집행을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반면 업주들은 “이곳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CCTV 설치, 무허가 건축물이나 국유지 무단 사용 문제 등에 대해 추가 행정 조치를 추진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그럼 CCTV가 설치되면 성구매자 감소로 이어질까. 대구의 성매매집결지인 이른바 ‘자갈마당’은 2017년 CCTV 4대 설치 이후 성구매자가 줄다 올해 폐쇄됐다.

CCTV 설치 등 자갈마당 주변 정비사업이 이뤄지자 업소 종사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대구시청 앞에서 300명 규모의 집회를 수차례 열고 자갈마당과 주변 주택가에서 거리행진을 진행했다. 하지만 2004년 62곳 350여 명이던 업소와 종사자 수는 올해 4월 기준 10여곳 30여 명으로 줄어들었다. 지난 6월 4일 첫 번째 건물 철거를 시작으로 지금은 폐쇄됐다.

‘햇볕 정책’으로 효과를 본 곳도 있다. 전북 전주의 선미촌이 대표적이다. 전주시가 집창촌을 문화·예술촌으로 바꾸는 ‘서노송예술촌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2016년 8월 기준 성매매 업소 49곳, 성매매 여성 80여 명에서 3년 만에 3분의 1로 줄었다. 성매매 업소를 일방적으로 내쫓는 ‘불도저 방식’이 아니라 주변 환경부터 매력적인 공간으로 가꿔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들게 하는 방식이어서 창원시가 참고해 볼 만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30여 년 성매매에 종사한 창이(50대·가명) 인천 옐로하우스 이주대책위원회 대표는 “솔직히 그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일방적으로 CCTV를 설치한다고 하면 사생활 등 여러 면에서 반대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성매매 여성들도 여러 고민이 많은 만큼 시에서 밀어붙이기식 일방적 대책을 내놓기보다 적극적으로 대화 창구를 만들어 상생 방안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성욱·김정석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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