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50년 '무노조 경영' 변화 불가피…연말 인사도 안갯속

중앙일보

입력 2019.12.17 18:14

업데이트 2019.12.17 19:40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조원들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1심 판결 선고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조원들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1심 판결 선고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법원이 지난 13일 에버랜드에 이어 17일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까지 삼성그룹의 ‘조직적 노조 와해’를 인정했다. 1969년 창립 이후 50년간 비노조 경영원칙을 고수해 온 삼성전자의 경영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사회 의장 법정구속, 임직원 유죄 판결에 ‘충격’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사장)과 인사팀 강경훈 부사장을 포함해 현직 임원 4명이 자회사의 ‘노조와해 공작’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다. 유죄를 받은 삼성그룹 계열사 전·현직 임직원이 모두 26명이다. 삼성전자는 대외적으로 “재판부의 판단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상훈 의장을 비롯해 강 부사장이 법정구속 되자 충격을 받은 기색이 역력했다. 삼성 내부에선 “지난 에버랜드 노조 사건 때에는 반론권 보장 차원에서 구속까지는 하지 않았는데 당황스럽다”, “그동안 불구속 상태로 재판과 압수 수색을 받았는데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니 예상치 못한 결과다” 등의 얘기가 나왔다.

‘불법’ 된 비노조 경영…불확실성·상생 가능성 혼재

정금용 삼성물산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 와해 관련 1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며 삼성물산 금속노조 삼성지회 조합원들에게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정금용 대표는 이날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명령 120시간을 선고받았다. [뉴시스]

정금용 삼성물산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 와해 관련 1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며 삼성물산 금속노조 삼성지회 조합원들에게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정금용 대표는 이날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명령 120시간을 선고받았다. [뉴시스]

비록 1심이긴 하지만 법원이 삼성전자서비스와 에버랜드 노조와해 사건 모두를 ‘유죄’로 판결하면서 삼성의 노사관계와 경영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삼성엔 이미 4개의 노조가 있다. 하지만 그중 3개는 모두 합쳐도 조합원 수가 수십명에 불과해 존재감이 미미하다. 지난달에 설립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노총) 산하 삼성전자 노조가 사실상 삼성전자의 첫 노조로 분류되는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무노조, 비노조를 고수한 데에는 ‘직원들이 노조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급여·복지·근로 환경 수준을 업계 최고로 만들어주자’는 경영 철학이 밑바탕에 있었던 것"이라며 “하지만 이번 판결로 그런 방침이 오해의 소지를 넘어 불법이 됐으니 노사 관계도 변화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앞으로 삼성 내 노조 규모가 확대되면 경영에 불확실성이 더 커질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상생 추세에 맞춰 새로운 노사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직 임직원도 대거 유죄…정기인사 해 넘길 듯 

예년보다 이미 늦어진 삼성의 연말 정기인사는 해를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익명을 요구한 삼성 관계자는 “실형을 받은 분들이 있고 집행유예라 해도 현행 업무를 계속 맡을 수 있느냐는 문제가 있어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 굳이 서둘러 인사를 해야 할 필요는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사장단 인사의 경우 이사회에 보고한 뒤 주주총회 의결 사항으로 안건을 올려야 하는데 의장이 법정 구속된 만큼 역할을 할 수 없게 된 점이 고민이다. 삼성 내부에선 다른 이사회 멤버 가운데 새로 의장을 선출하거나 대행을 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이사회 의장 구속에 ‘삼성 신뢰도’ 타격  

한편 이번 판결로 삼성의 신뢰도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글로벌 금융기관 관계자는 “이사회는 주식회사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데 COB(Chairman Of the Board, 이사회의장)가 구속됐다는 것은 해외 투자자나 파트너들에겐 심각한 사안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삼성의 신용과 신뢰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