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 공동주택(아파트) 2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는 내년부터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가 올해보다 50%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20억 넘는 아파트 3채 지닌 자산가의 세 부담은 1억원에 이른다. 다주택자의 ‘보유세 폭탄’이 현실화됐다.
[공시제도 개편] 보유세 시뮬레이션 해보니 #강남구 아파트 3채 보유세 1억원에 달해 #은마 아파트 세금도 올해보다 50% 뛰어
보유세 계산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과 세율이 동시에 조정됐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17일 발표한 ‘2020년 부동산 가격공시 및 공시가격 신뢰성 제고방안’에 따르면 9억원 이상 아파트의 시세 대비 공시가 반영률(공시가격 현실화율)을 70~80% 선까지 끌어올렸다. 고가 주택 중 보유 비중(재고량)이 높은 9억~15억원 아파트 공시가격은 시세의 70%로 오른다. 현재 시세가 15억 아파트의 공시가격은 10억5000만원이 된다.
이뿐이 아니다. 초강력 ‘12ㆍ16 부동산 종합대책’으로 종합부동산세 세율도 최대 0.8%포인트 올랐다. 1주택자와 조정대상 지역 외 2주택 보유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세율은 기존보다 0.1%~0.3%포인트 상승했다. 또 3주택 이상 다주택자나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율은 0.2%~0.8%포인트 인상된다.
한마디로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서울 강남에 아파트 2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는 ‘세금 폭탄’을 맞을 위기다.
강남 2채 보유자 '세금 폭탄'
정부의 세금 시뮬레이션 결과 A씨가 서울 강남구에 전용 84㎡ 은마아파트(시세 23억5000만원)와 전용 84㎡ 래미안대치팰리스(시세 29억1000만원)를 갖고 있다면 내년 보유세(추정치)는 6558만6000만원으로 올해(3047만5000만원) 부담한 세금보다 115% 이상 오른다. 종합부동산세 세율이 2.5%가 부과된 데다 올해 부동산 가격 상승분이 공시가격에도 반영됐기 때문이다. 내년 1월 공시가격은 39억100만원으로 올해보다 46.9% 오를 것으로 추정된다.
강남권에 20억원 상당의 아파트 3채를 보유한 다주택자 B씨의 보유세 부담은 더 커진다. 예컨대 그가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와 래미안대치팰리스와 함께 전용 50㎡ 개포주공1단지(시세 21억6000만원)를 보유했다고 하자. 공시가격은 올해 아파트 3채 가격이 오른 만큼 시세(74억2000만원)의 75% 수준인 55억500만원까지 덩달아 치솟는다. B씨가 내년 부담해야 세금은 1억179만8000원으로 올해보다 92.8% 늘었다.
서울 강남뿐 아니라 마포ㆍ용산ㆍ성동구 등 강북의 인기 지역도 비상등이 켜졌다. 예컨대 16억원(전용 84.39㎡ 기준) 상당의 서울 마포구 랜드마크인 ‘마래푸(마포 래미안푸르지오)’를 소유한 1주택자의 보유세는 368만7000만원에 이른다. 올해 낸 245만8000만원보다 50% 뛴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10년 보유한 다주택자 '파는'게 유리
이번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는 보유 주택을 팔 수 있도록 다주택자의 퇴로는 열어줬다. 현재 조정대상 지역 내 다주택자가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을 파는 경우 양도세 중과(2주택자 10% 포인트, 3주택자 20% 포인트)를 내년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유예해준다. 세 부담이 더 늘기 전에 다주택자는 내년 상반기까지 서둘러 집을 팔라는 메시지다.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의 원종훈 세무팀장은 ”이번 대책으로 세율과 공시가격 인상은 물론 세 부담안전장치였던 상한선조차 200%에서 300%로 높아지면서 내년도 보유세 부담은 크게 늘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수도권 조정대상지역에 공시가격 6억원 이상 주택을 10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는 매각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그간 공시가격 6억원 주택은 임대주택 등록을 해도 혜택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퇴로가 열렸을 때 주택을 정리하는 게 유리하다는 의미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