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도쿄서 10시간 머리 맞댄 한일 "조만간 수출규제 추가 협의"

중앙일보

입력 2019.12.16 22:24

업데이트 2019.12.16 22:49

이달 말 중국에서 개최될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16일 도쿄에서 열린 산업당국간 국장급 정책 대화에서 양국은 "가까운 시일내에 정책대화를 서울에서 추가로 열자"고 합의했다.

3년반만 열린 국장급 정책대화
한국 "수출규제 원상회복" 요구
일본 "추가대화로 더 확인할 필요"
가까운 시일내 서울서 협의 개최
일본측 "이해 깊어진 부분 있다"

이호현 산업통산자원부 무역정책국장은 일본 경제산업성에서 오전 10시부터 10시간여 동안 이어진 마라톤 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에서 "이번 정책대화를 통해 양국은 수출관리제도 운용에 대해 전문적 관점에서 상호 이해를 촉진할 수 있었다"며 "다음 수출관리정책대화는 가까운 시일내에 서울에서 개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16일 도쿄의 경제산업성 회의실에서 양국의 대표인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국장(왼쪽)과 이다 요이치(飯田陽一) 경제산업성 무역관리부장(오른쪽)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16일 도쿄의 경제산업성 회의실에서 양국의 대표인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국장(왼쪽)과 이다 요이치(飯田陽一) 경제산업성 무역관리부장(오른쪽)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이날 정책대화는 불화수소 등 반도체 관련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절차 강화(7월), 무역상의 우대조치를 제공하는 화이트국가에서의 한국 배제(8월) 등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 조치에 관해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 국장에 따르면 한국측은 "일본이 취한 수출규제 강화 조치 이전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조속한 원상회복을 요청했지만 일본측은 "한국측이 설명한 수출관리 제도나 운영에 대해 실무차원에서 확인과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한다.

상호간 인식과 이해를 높이는 효과는 있었지만, 일본측은 수출 규제 완화를 위해선 추가적인 정책 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이 국장은 "향후 문제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대화를 계속하기로 한 것이 이번 대화의 의의"라며 "가까운 시일내에 다음 정책대화를 서울서 개최해 일본측이 확인하고 싶다는 부분을 논의키로 했다"고 밝혔다.

24일 전후로 중국에서 개최될 한일정상회담을 계기로 일본이 수출 규제를 철회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 국장은 "향후에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해선 확정된 게 없으며, 상황 변화에 따라 신속하고 충분한 의견교환,핫라인 등에 대한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 했다"고만 밝혔다.

국장급 정책대화는 2016년 6월이후 3년반만이다. 한국 정부가 지난달 22일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종료 결정의 효력을 정지하고,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된 WTO(세계무역기구)제소 절차를 중단하면서 이번 협의가 열리게 됐다.

한국측에선 이 국장 등 8명이, 일본 측에선 이다 요이치(飯田陽一) 경제산업성 무역관리부장 등 8명이 나섰다.

일본측 브리핑도 한국측 브리핑과 유사했다.

이다 부장은 "이해가 깊어진 부분도 있었지만, 더 상세하게 확인할 필요도 있다","이해가 깊어진 부분도 있고, 신뢰 회복을 항해 전진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다음 정책대화가 언제 열릴지, 언제쯤 수출규제가 완화 또는 해제될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한국은 이번 정책 대화를 통해 수출 규제 철회를 이끌어내겠다는 목표였지만 애초부터 일본의 입장은 "수출관리는 상대국과 협의해서 결정할 성질이 아니다"(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국장급 대화에서 곧바로 결론이 나오지는 않을 것”(가지야마 히로시 경제산업상)이었다.

한일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 규제 완화의 키는 일단 아베 총리가 쥐고 있다.

그동안 일본 정부내에선 “한·일관계 악화의 근저에 있는 징용문제에서 뚜렷한 진전이 없는 한 수출 규제를 풀기는 어렵다”는 입장이 대세였다.

하지만 최근들어 총리관저내부 분위기에 약간의 변화도 느껴진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징용 문제 해결을 위한 법안 제출을 앞두고 있고, 미·중 마찰 속에서 5G(제5세대 이동통신)분야 등에서의 한일간 경제협력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한국과의 관계를 풀어야 한다"는 기류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도쿄의 정부 소식통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벚꽃 모임 스캔들 등으로 국내정치적위기에 직면한 아베 총리로선 외교측면에서 점수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아베 총리가 정상회담 개최 자체에만 의미를 둘지, 아니면 수출 규제 조치 해제 등 진전된 조치까지 취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16일 도쿄의 경제산업성 회의실에서 한일 산업당국간 국장급 정책대화가 열렸다.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국장 등 한국측 8명, 이다 요이치(飯田陽一) 경제산업성 무역관리부장 등 일본측 8명이 참석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16일 도쿄의 경제산업성 회의실에서 한일 산업당국간 국장급 정책대화가 열렸다.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국장 등 한국측 8명, 이다 요이치(飯田陽一) 경제산업성 무역관리부장 등 일본측 8명이 참석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창고'에서 '호텔'로 바뀐 회의장=국장급 정책대화는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강화 직후인 지난 7월12일 도쿄서 열렸던 과장급 협의때와는 분위기가 천양지차로 달랐다.

당시 회의장이던 경제상업성 별관 10층의 사무실은 정식 회의실이 아니었다.

한켠엔 의자가 쌓여있었고, 바닥엔 검은 먼지가 떨어져 있어 '창고'와 같은 분위기였다.  음료수도 없었고, 참석자들 사이의 악수도 없었다.

하지만 16일 국장급 대화가 열린 경산성 본관 17층의 '제1특별회의실'엔 20명 이상이 앉을 수 있는 대형 테이블이 놓여있었다.

모든 자리에 마이크가 설치돼 있었고, 회의장내엔 커피나 물도 준비됐다.

쌀쌀하기만 했던 7월과 달리 이번엔 양국 수석대표가 악수도 나눴고,"굿모닝"(이 국장) "웰컴, 플리즈"(이다 부장)라는 영어 인사도 했다.

회의실에 먼저 도착한 일본측은 한국측이 입장할 때까지 서서 기다렸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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