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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구멍 나 버려진 양말이 예술품으로…각종 폐기물에서 다양한 소재 찾아봐요

중앙일보

입력

소중 학생기자단은 여러 물품을 분해하고 소재별로 분류해 소재은행에 기증했다. 왼쪽부터 김은비·허태훈·맹서후 학생기자.

소중 학생기자단은 여러 물품을 분해하고 소재별로 분류해 소재은행에 기증했다. 왼쪽부터 김은비·허태훈·맹서후 학생기자.

컴퓨터·키보드·장난감·시계·옷·우산·선반…. 혹시 고장 났거나 더 이상 쓰지 않는 물건이 주변에 있나요. 쓰레기통에 넣지 말고 ‘소재은행’에 가져가보면 어떨까요. 서울 성동구에 있는 ‘서울새활용플라자’ 지하1층에는 소재은행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안 쓰는 물건을 분해하고 소재별로 분류해 다른 사람이 쓸 수 있도록 기증할 수 있어요. 반대로 소재가 필요한 사람은 이곳에서 원하는 소재를 찾아 구입할 수 있죠. 소중 학생기자단이 소재은행을 찾아가 어떤 곳인지 자세히 살펴봤어요.

새활용플라자센터 사업팀의 최병욱 선임이 김은비·맹서후·허태훈 소중 학생기자를 반갑게 맞았습니다. 소재은행 입구로 향하는 복도에는 벽면 가득 온갖 물건들이 붙어 있어요. 과자봉지·볼펜·빨래집게·숟가락·이어폰·넥타이·도마·안경…. 쓰레기에서 얻을 수 있는 갖가지 소재들을 전시한 ‘새활용 소재 라이브러리’죠. 최 선임은 “새활용 소재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고 말했어요. 일상생활에서 흔히 버리는 물건에서 얻을 수 있는 생활 새활용 소재, 상점들에서 나오는 쓰레기로부터 얻는 사업장 새활용 소재, 건축물을 허물면 나오는 건설 새활용 소재 등이죠.

소재 라이브러리를 살펴보고 있는 소중 기자단. 일상생활·상점·건축물 등에서 나오는 쓰레기와 여기에서 구할 수 있는 소재들을 보여준다.

소재 라이브러리를 살펴보고 있는 소중 기자단. 일상생활·상점·건축물 등에서 나오는 쓰레기와 여기에서 구할 수 있는 소재들을 보여준다.

“생활 쓰레기는 종류가 무척 다양하지만 그 양은 전체 쓰레기의 14% 정도에 그쳐요. 사업장 쓰레기가 약 30%, 건설 쓰레기가 약 40%를 차지하죠. 그동안 땅에 묻어 버려온 이런 쓰레기들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기 위해 만든 전시 공간이에요.”

소재 라이브러리를 지나 복도 끝에 있는 문을 열어보니 그곳엔 옷이 한가득 쌓여있는 트럭이 있었어요. 작업자들이 트럭에 실린 옷가지들을 열심히 내리고 있었죠. 수거한 옷 중 입을 만한 것은 아름다운가게(중고 물품 판매를 통해 공익 활동을 하는 단체)로 보내고, 못 입는 옷은 공장에서 기름을 닦는 데 쓰는 등 사용될 수 있는 곳을 찾거나 소재은행 창고로 들어간다고 해요. 수거해 오는 폐기물은 옷뿐만 아니라 가방·장난감·책·전자제품 등 다양하죠. 최 선임은 “1톤 분량을 실을 수 있는 트럭으로 하루에 20대 이상 폐기물을 싣고 온다”며 “우리나라 전체에서 하루에 나오는 쓰레기는 40만 톤에 달한다”고 말했습니다.

소재은행은 여러 소재 샘플을 직접 확인하고 구입할 수 있는 공간, 소재 새활용 작품을 전시한 공간, 소재 해체 및 분류 작업을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재은행은 여러 소재 샘플을 직접 확인하고 구입할 수 있는 공간, 소재 새활용 작품을 전시한 공간, 소재 해체 및 분류 작업을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제 소재은행 내부로 들어가 볼 차례. 먼저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선반마다 칸칸이 정돈된 소재 샘플들이 눈에 띕니다. 시민 누구나 소재은행을 찾아와 이곳에 보유하고 있는 소재의 샘플을 눈으로 직접 보고 만져본 후 구입할 수 있어요. 만약 예술작품을 만들기 위해 페트병 1만 개가 필요하다면 어디서 구해야 할지 막막할 거예요. 반대로 1만 개의 페트병을 대량으로 버려야 한다면 버리는 방법도 까다롭고 비용도 많이 들겠죠. 소재은행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중개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소재은행 홈페이지(www.seoulup.or.kr)에서는 구입할 수 있는 소재의 종류와 가격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고, 소재 공급을 신청할 수도 있어요.

최 선임은 학생기자단을 제일 안쪽 공간으로 안내했어요. 유리문을 통과해 들어가니 높은 선반에 각종 소재들이 창고처럼 쌓여 있었죠. 다른 한쪽에는 커다란 세탁기들이 보였어요. “이곳은 분류 작업장에서 소재은행으로 넘어온 것들을 해체하고 세척하고 보관하는 곳이에요. 여기 통에 담긴 동그란 고무줄 같은 것들이 뭘까요? 바로 양말목이에요. 여러분이 신는 양말에는 모두 이런 양말목이 들어가요. 이걸 잘 엮으면 예쁜 예술품이 될 수 있어서 요즘 사람들이 많이 찾는 소재예요. 그동안에는 이것들을 다 버렸으니 참 아깝죠.”

서울새활용플라자의 최병욱 선임이 소재은행에 전시된 새활용 제품 중 책·잡지로 만든 그릇을 들어 보이고 있다.

서울새활용플라자의 최병욱 선임이 소재은행에 전시된 새활용 제품 중 책·잡지로 만든 그릇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번에는 전시 공간을 둘러봤습니다. 새활용 소재들을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지 예시를 보여주는 곳이죠. 음료수 포장지를 이용해서 만든 가방, 신문지로 만든 컵받침, 책과 잡지로 만든 그릇, 우산 천으로 만든 방수 가방, 자동차 타이어로 만든 스피커 등 아이디어가 빛나는 제품들이 많았어요. 소중 기자단은 요모조모 살펴보며 신기해했어요. 최 선임은 “이렇게 조그만 플라스틱 병뚜껑이 하나만 있을 땐 그냥 쓰레기지만 이걸 모아서 모자이크 작품으로 만들면 자원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20세기의 디자인은 그저 예쁘게 만들면 최고였어요. 하지만 지금은 얼마나 적은 쓰레기를 만드는 디자인인지도 중요해요. 이를 위해 물건을 해체해 보는 거죠. 저기 보면 자전거를 전부 해체해서 모든 부품을 떼어놓은 전시물이 보이죠? 해체를 해보면 어떤 부분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쓰레기를 줄이려면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알 수 있어요. 시민들이 직접 물건을 해체해보는 ‘소재구조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이유예요.”

작은 플라스틱 병뚜껑도 한데 모으면 예술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소재가 될 수 있다.

작은 플라스틱 병뚜껑도 한데 모으면 예술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소재가 될 수 있다.

소중 학생기자단도 소재구조대를 체험해 봤습니다. 집에서 못 쓰는 물건을 가져와도 좋지만 이곳에 비치된 물건을 분해해볼 수도 있어요. 서울 신촌 거리에서 매년 열리는 물총 축제가 끝난 후 버려진 물총들, 고장 난 키보드와 장난감들이 쌓여 있었죠. 은비는 물총을, 서후는 키보드를, 태훈이는 로봇 장난감을 하나씩 골라 해체에 도전했어요. 앞치마를 입고 장갑을 낀 후 여러 가지 공구를 이용해 나사를 풀고 뜯어내기 시작했죠.

꽉 잠긴 나사를 드라이버로 풀어내느라 낑낑대기도 하고 손가락이 아플 때까지 키보드 자판을 하나하나 뜯어내기도 했어요. 은비가 물총의 나사를 풀어 열자 내부에 고무관과 플라스틱 링 등이 보였어요. 서후가 해체한 키보드에서는 실리콘 조각과 가느다란 철사, 전자 회로판 등이 발견됐고요, 태훈이의 로봇 장난감에서 여러 가지 색깔의 플라스틱 조각들과 조그만 나사들이 나왔죠. 분해한 조각들은 소재의 종류별로, 같은 소재라면 색깔별로 구분해서 모아줍니다. 분류한 후엔 이름표가 붙은 통으로 가져가 해당 소재를 각각 담았어요. 마지막으로 소중 기자단은 소재은행에 대한 궁금증을 풀었습니다.

맹서후 학생기자가 키보드를 해체한 뒤 나온 소재들을 종류별로 분류해 통에 넣고 있다.

맹서후 학생기자가 키보드를 해체한 뒤 나온 소재들을 종류별로 분류해 통에 넣고 있다.

재활용과 새활용의 차이가 뭔가요.
“만약 유리병을 부수고 녹여서 다시 쓴다면 재활용, 병을 얇게 눌러서 접시로 만들어 쓴다면 새활용이라고 할 수 있어요. 재활용된 유리는 처음 만들어졌던 유리보다는 품질이 낮아지기 때문에 ‘다운사이클링’이라고 해요. 하지만 접시라는 새로운 용도를 만들어서 가치를 높이는 건 ‘업사이클링’이죠. 업사이클링을 우리말로 표현한 게 새활용이에요.”

소재은행은 왜 만들어졌나요.
“우리가 ‘쓰레기’로 부르는 것들을 어떻게 이용하면 상품화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폐자원은 개인이 모으기 힘든 부분이 있기 때문에 공공기관 차원에서 모으고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판매하기로 한 거예요. 소재 수급을 대신해주는 거죠.”

여러 가지 소재가 있는데 가장 처리하기 힘든 소재는 뭔가요.
“원단이나 종이는 생각보다 가공하기 쉬워요. 하지만 플라스틱이나 철은 녹이거나 갈아야 해서 일반 사람들이 처리하기가 힘들죠. 이런 소재들을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소재은행에서도 고민하고 있어요.”

모든 폐기물을 소재로 활용할 수 있나요.
“뭐든지 가능해요. 분해해서 다른 상품으로 만들 수 있죠. 예를 들어, 고장 난 장난감은 플라스틱을 갈아서 틀에 넣고 레진이라는 재료로 굳히면 예쁜 액세서리가 될 수 있어요.”

자전거를 해체해 따로 떼어낸 각 부품을 보여주는 전시물. 쓰레기가 되는 소재는 어떤 것인지, 재활용할 수 있는 소재는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자전거를 해체해 따로 떼어낸 각 부품을 보여주는 전시물. 쓰레기가 되는 소재는 어떤 것인지, 재활용할 수 있는 소재는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서울 외에도 소재은행이 또 있나요.
“지금은 서울에만 있어요. 조만간 대구·제주도 등 우리나라 각 지역에 소재은행과 같은 시스템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해요. 소재은행은 다른 나라에는 없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도입한 시스템이에요.”

어린이들이 할 수 있는 소재 새활용 방법이 있을까요.
“가위와 바늘, 아이디어만 있으면 의류 리폼을 해볼 수 있어요. 안 입는 스웨터로 쿠션 커버를 만들거나 반려동물 옷으로 만들 수 있죠. 한 번 쓰고 버릴 것을 두 번, 세 번 쓰는 것도 지구를 지키는 방법 중 하나예요. 쓰레기를 분리해서 잘 버리는 것도 중요하죠. 집에 못 쓰는 물건이 있다면 소재은행에 가져와서 분해하고 소재들을 기부하세요.”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소재와 새활용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기회가 되었습니다. 직접 키보드와 물총을 분리해 보면서 소재와 내부 구조를 알아보는 유익한 시간이었어요. 새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워서 집에서도 직접 새활용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분이 좋았죠. 이제부터는 분리수거도 더 꼼꼼하게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은비 학생기자

무척 다양한 소재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소재은행은 제가 알던 그냥 은행과는 달랐죠. 그렇게 많은 소재들이 자기 자리에 정리되어 있다니, 그리고 누구나 필요한 소재를 얻을 수 있다니 정말 놀라웠어요. 재활용도 좋지만 저는 새활용이 더 마음에 들었어요. 다음에는 친구들과 다시 찾아와서 소재 구출 작전에 참여하고 싶어요. 맹서후 학생기자

재활용은 다운사이클링, 새활용은 업사이클링이라고 한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어요. 저는 워낙 새활용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여러 물건들의 용도와 출처를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도 모르는 게 있었죠. 자원순환 2030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처음 알았어요. 직접 소재를 분해해보는 체험도 유익하고 재밌었죠. 허태훈 학생기자

글=최은혜 기자 choi.eunhye1@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김은비(서울 동산초 5)·맹서후(서울 중대초 4)·허태훈(서울 을지초 5)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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