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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7명 목숨 앗아간 블랙 아이스, 제대로 된 경보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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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 14일 오전 경북 군위군 소보면 상주-영천고속도로 양방향에서 각각 연쇄추돌 사고가 발생해 7명이 숨지고 32명이 다쳤다. [사진 경북소방본부]

지난 14일 오전 경북 군위군 소보면 상주-영천고속도로 양방향에서 각각 연쇄추돌 사고가 발생해 7명이 숨지고 32명이 다쳤다. [사진 경북소방본부]

지난 14일 오전 3시 48분 경북 군위군에 땅이 살짝 젖을 정도의 ‘가랑비’가 내렸다. 기상청에 기록된 강수량은 0.7㎜. 기온은 영하 1.5~0도였고 바람은 시속 4.7㎞로 불었다. 땅에 내린 비는 곧장 살얼음으로 변했다.

상주~영천 고속도로서 다중추돌 #빙판길 사망률, 눈길보다 높은데 #방지 기술 예산 없어 상용화 못해 #결빙 구역 정보 얻기도 쉽지 않아

한 시간쯤 뒤 군위군 소보면 달산리 상주-영천고속도로 영천 방향 상행선(상주 기점 26.4㎞). 화물트럭 등 차량 28대가 ‘쾅’하는 굉음을 내며 연쇄 추돌했다. 앞서 달리던 차량이 순간적으로 도로를 달리다 미끄러지면서 후미에 있던 다른 차량이 연이어 추돌 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고로 차량 8대에 불이 붙었고 운전자 등 6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빚어졌다.

블랙아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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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각 사고 지점에서 4㎞ 정도 떨어진 고속도로 하행선에서도 차량 22대가 같은 형태로 연쇄 추돌해 1명이 목숨을 잃었다. 두 사고로 인한 부상자도 32명에 달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이 추정한 사고 원인은 ‘블랙 아이스(Black Ice),’ 즉 도로 등 물체의 표면에 생기는 반질반질한 얼음이다. 블랙 아이스는 겨울철에 자주 발생해 ‘도로 위의 암살자’, ‘도로 위의 검은 저주’로 불린다. 위험성이 커 한번 사고가 터지면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최근 3년(2016~2018년)간 노면 상태별 교통사고 발생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블랙 아이스 등의 빙판길 사고는 일반 사고나 눈길 사고보다 치사율(교통사고 100건당 사망자 수)이 1.5배 정도나 높다.

눈 쌓인 도로에서는 2207건의 사고로 38명이 사망해 치사율은 1.72%였다. 반면 서리·결빙 같은 빙판길에서는 3863건의 교통사고가 발생 105명이 사망해 치사율이 2.72%에 달했다.

시속 50km 주행 중 빙판길 제동거리 실험결과.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시속 50km 주행 중 빙판길 제동거리 실험결과.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블랙 아이스 사고 예방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블랙 아이스 정보수집 기술은 지난해 초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도로연구소에 의해 개발된 상태다. 차 바퀴가 빙판길에 미끄러져 헛돌면 가속도 등 다양한 차량 센서가 이를 감지한 뒤 위칫값을 포착하고 실시간으로 주변 차량에 공유할 수 있다. 하지만 관련 제도가 미비해 상용화 길은 막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로 포장재 내부에 열선이나 온수 파이프 등을 넣는 등의 블랙 아이스 방지 기술도 존재하지만, 예산 확보가 어려워 현실화하지 못하고 있다.

블랙아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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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이달부터 시범적으로 행정안전부와 SK·카카오·맵퍼스 등 3대 내비게이션 운영사가 손잡고 전국 제설 취약구간(1288곳), 결빙교통사고 다발지역(136곳)을 안내 중이지만 이번 참사를 막지는 못했다.

◆급제동 대신 브레이크 나눠 밟아야=곽상구 한국교통안전공단 부교수는 “결빙된 노면에서는 급제동을 피해야 하며 브레이크를 두 번, 세 번씩 나눠서 밟아야 한다. 차가 미끄러지면 운전대를 차가 미끄러지는 방향으로 조작해서 스핀 현상(차가 회전하는 현상)을 방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구·군위=김윤호·백경서 기자, 김민욱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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