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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의 에코파일] “국민은 절박한데…국회가 미세먼지특별법 미뤄 답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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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또다시 ‘미세먼지 공포’가 시작됐다. 지난 10일 중국발 오염물질 유입과 대기 정체로 수도권과 충북에 올겨울 첫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가 시행됐다. 이튿날엔 수도권과 부산·대구·충남·충북·세종·강원 등으로 저감 조치가 확대 발령됐다.

장영기 수원대 교수 #“노천소각·직화구이도 심각 #소규모 공장 배출도 관리해야” #서왕진 서울연구원장 #“1만 명씩 조기사망하는데 #국회는 절박함 못 느끼는 듯” #송상석 녹색교통 사무처장 #“인천과 경기도까지 나서야 #미세먼지 시즌제 효과 거둬”

중앙일보는 미세먼지 계절 관리제 시행과 관련,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오염원 관리와 저감 대책 등을 진단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연구원 회의실에서 열린 좌담회에는 장영기 수원대 건설환경에너지공학부 교수, 서왕진 서울연구원장, 송상석 녹색교통 사무처장이 참석했고, 강찬수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가 사회를 맡았다.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좌담회에 참석한 송상석 녹색교통 사무처장, 서왕진 서울연구원장, 장영기 수원대 교수(왼쪽부터). 김상선 기자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좌담회에 참석한 송상석 녹색교통 사무처장, 서왕진 서울연구원장, 장영기 수원대 교수(왼쪽부터). 김상선 기자

지난 1일부터 미세먼지 시즌제(계절관리제)가 시작됐다. 서울시는 녹색교통지역(사대문 안 16.7㎢)을 지나는 5등급 차량에 대해 과태료 25만원을 부과하고 있다.
▶서왕진 원장="문제가 발생하고 난 후 단기적으로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올 1월부터 미세먼지 시즌제를 본격 연구했다. 핵심 중의 하나는 배출가스 5등급 차량통행 규제다. 하지만 미세먼지특별법이 국회에 계류 중이어서 수도권 내 5등급 차량 상시 통행제한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바로 시행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조례를 미리 발의했다. 녹색교통지역 과태료 25만원도 사실은 궁여지책이다. 5등급 차량 운행제한을 검토하다 서울시가 찾은 게 지속가능교통물류법이었다. 환경부가 아니라 국토교통부와 협의했다. 사대문 안에서만 단속이 이뤄져 효과가 크다고 보기 힘들지만, ‘앞으론 5등급 차량을 갖고 다니기 힘들겠구나’라는 메시지는 줄 수 있다.”

▶송상석 처장="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지는 12월부터 이듬해 2~3월까지 특별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상식적인 접근이다. 차량 등급이 명확해진 것은 의미가 있다. 강제 2부제보다 오염물질 배출이 많은 차량 운행을 억제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문제는 서울시만 앞서간다는 점이다. 인천과 경기도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미세먼지특별법이 개정되면 과태료를 10만원으로 낮출 수 있다. 얼마 전 국무회의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문재인 대통령에 과태료 25만원과 관련해 시행령 변경을 요청하지 않았나. 문 대통령도 호응해준 거로 안다.”

시민들로서는 중국 영향이 큰데 애꿎게 불편을 겪는다고 불만이다.
▶장영기 교수="최근 한·중·일 공동연구를 통해 국내에서 발생한 초미세먼지(PM2.5) 가운데 중국발 영향이 약 32%라는 결과가 발표됐다. 그게 맞느냐 여부는 이견이 있지만, 세 나라가 공동으로 상호 영향에 대해 연구했다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다. 문제는 고농도 시기다. 이때는 (중국 영향을) 60~80%까지 본다. 그런데도 중국 기여도를 단기적으로 어떻게 하기가 힘들다. 높으면 높은대로, 낮으면 낮은대로 국내 배출량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서 원장="국외 기여도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근거로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중국-국내 영향 복합적 원인이든, 국내 정체가 원이든 줄이는 만큼 효과가 있어 그 자체로 중요하다. 그래서 시즌제가 중요하다. 적어도 4개월 정도는 집중적으로 노력하는 것과 고농도가 닥쳤을 때 긴급 대응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차이가 있다. 미세먼지 때문에 조기 사망하는 사람이 1년에 1만 명이 넘는데 우리 국회는 절박감이 약하다. 대통령부터 국회, 지방정부가 모두 나서야 한다.”

사업장 관리도 중요한 이슈다.
▶장 교수="수도권 이외 지역은 사업장 관리 문제가 심각하다. 대기오염 배출 업소만 6만여 개다. 미등록·무허가 업소를 더하면 10만 개에 이른다. 중소형 사업장은 실태 파악조차 어렵다. 지자체엔 담당 부서도, 인력도 없다. 지방에서는 교통보다 노천소각 등 생물성 연소에서 미세먼지가 발생하는 비중이 높다. 폐목재나 폐어망·폐가구에는 방부제·접착제가 들어있어 인체에 유해하다.”
소형 경유차에도 매연여과장치(DPF)를 다는데, 대형 음식점 규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장 교수="특히 직화구이가 문제다. 화덕도 은근히 많다. 화덕의 재료가 장작이다. 규제로는 한계가 있다. 국민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이젠 ‘불맛’을 포기할 때가 됐다고 본다.”
미세먼지를 줄이려면 시민들도 고통을 나눠야 하지 않을까.
▶송 처장="미세먼지가 심한 날이면 학부모들은 자녀에게 마스크를 씌우지만, 정작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등교시킨다.”

▶장 교수="대기 문제는 행정구역의 문제 아니다. 권역의 문제다. 서울은 수도권의 20분의 1에 불과하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성과엔 한계가 있다. 함께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강제해야 한다.”

▶서 원장="그동안 미세먼지 얘기만 나오면 남 탓이라고 지적하거나 면피만 해왔다. 그것도 중국 쪽으로만 향했다. 선도적인 정책에 대해 비판보다는, 뒷짐 지고 있는 쪽을 끌어오는 방향으로 여론이 바뀌어야 한다. 이대로 가다간 국제적인 비난은 물론 경제적인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

정리=이상재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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