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신굿 명인의 죽음…강사법 문제? 한예종은 "해고통보 안해"

중앙일보

입력 2019.12.15 21:30

업데이트 2019.12.15 21:56

동해안 별신굿 전수교육조교인 고 김정희 씨. 4대째 별신굿을 세습하는 집안에서 태어났으며 중요무형문화재 제82호 김석출의 조카다. [사진 연합뉴스]

동해안 별신굿 전수교육조교인 고 김정희 씨. 4대째 별신굿을 세습하는 집안에서 태어났으며 중요무형문화재 제82호 김석출의 조카다. [사진 연합뉴스]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에서 20년 학생을 가르쳤고 동해안별신굿 전수교육조교인 김정희(58)씨가 13일 세상을 떠난 데 대해 한예종은 15일 “강사법 이후 해고를 통보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올해 1학기까지 한예종 전통예술원에서 강의를 했다. 전통예술원이 설립된 1998년부터 20년째였다. 고인의 유족과 제자들은 “8월 강사법(개정 고등교육법)이 시행되면서 고인의 학력이 기준에 못 미친다는 이유로 강사 해촉 통보를 받았고 생활고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해 숨졌다”고 전했다.
고인은 국가중요무형문화재 82-1호인 동해안 별신굿의 전수교육조교다. 무형문화재 전승자는 전수장학생, 이수자, 전수교육조교, 보유자로 나뉘며 전수교육조교는 보유자 전 단계다.

고인과 함께 활동했던 한 전통예술인은 “굿은 가야금이나 거문고 연주자와 달리 생계 수단이 거의 없다. 개인레슨을 할 수도 없고 요새는 굿도 별로 없기 때문에 전수교육조교에 대한 월 60여만원의 지원금으로 생활해야 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고인은 평소에 말도 별로 없고 조용한 편이었는데 학교를 떠나야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어떻게 하루 아침에 이럴 수가 있느냐’며 굉장히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고 덧붙였다. 고인과 함께 음악 작업을 했던 다른 음악인도 “4대째 무업을 계승하고 있는데 아버지가 그를 국민학교만 졸업시켰다. 더 배우면 오히려 굿을 못한다고 했다는데 그런 이에게 학력 기준을 적용해 생활고로 내몬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부, 한예종의 입장은 이와 다르다. 교육부는 15일 “한예종은 고등교육법에서 ‘각종학교’에 해당하며 각종학교는 학위가 없는 전문가 임용의 필요성으로 교원임용을 유연하게 할 수 있다”고 해명자료를 냈다. 한예종은 “고 김정희씨는 겸임교수가 아니라 시간강사 신분이었고 강사법에 따라 강사 공모에 (다른 지원자와 동일하게) 지원을 해야하는 상황이었다”고 발표했다. 따라서 김씨가 재임용이 안된 것은 해고 통보 때문이 아니라는 뜻이다. 한예종은 또 “올 6월 낸 공개채용에는 대학교원 자격기준을 전문대 졸업 이상으로 요구했으나 8월 재공고에서는 학력 제한을 두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예종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지 파악된 바로는 고인이 두 번 다 지원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6월 전문대 졸업 이상을 기준으로 이미 공고가 났던만큼 김씨가 지원을 하기는 어려웠을 가능성이 있다. 한예종과 교육부는 고인의 죽음이 강사법과 직접 관련이 없다고 보는 상황이지만 진실공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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