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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쯔강서만 연 146만톤···中 토해낸 쓰레기, 세계로 퍼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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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중국 상하이 빈장 산림공원. 양쯔강과 황푸강 하류가 합류하는 지점이자 중국을 기준으로 동쪽 바다와 맞닿는 곳이다. 생태 숲과 식물 군락, 습지식물관, 강변과 해안가 관광지로 알려진 곳이다. 입장료도 받는 곳이다.

지난달 26일 상하이 빈장 산림공원의 한 나무에 비닐 쓰레기들이 엉켜 있다. 진창일 기자

지난달 26일 상하이 빈장 산림공원의 한 나무에 비닐 쓰레기들이 엉켜 있다. 진창일 기자

강과 바다가 만나 해양 쓰레기 토해 내

하지만 이곳 강변 산책길은 걸어도 걸어도 쓰레기뿐이었다. 나무 한 그루는 잎사귀 대신 비닐 쓰레기를 걸치고 있었다.

<플라스틱 아일랜드> 2. 쓰레기 맴도는 동북아 바다

조약돌보다 스티로폼 조각이 많아 보였다. 플라스틱 페트병도 섞여 있었다. 방파제의 구조물 사이에도 쓰레기가 가득했다.

지난달 26일 찾은 상하이 빈장 산림공원 강변 산책길에 폐스티로폼, 플라스틱 등을 비롯한 각종 해양 쓰레기가 쌓여 있다. 진창일 기자

지난달 26일 찾은 상하이 빈장 산림공원 강변 산책길에 폐스티로폼, 플라스틱 등을 비롯한 각종 해양 쓰레기가 쌓여 있다. 진창일 기자
지난달 26일 찾은 상하이 빈장 산림공원 강변 산책길에 폐스티로폼, 플라스틱 등을 비롯한 각종 해양 쓰레기가 쌓여 있다. 진창일 기자
지난달 26일 찾은 상하이 빈장 산림공원 강변 산책길에 폐스티로폼, 플라스틱 등을 비롯한 각종 해양 쓰레기가 쌓여 있다. 진창일 기자
지난달 26일 찾은 상하이 빈장 산림공원 강변 산책길에 폐스티로폼, 플라스틱 등을 비롯한 각종 해양 쓰레기가 쌓여 있다. 진창일 기자

이곳이 '쓰레기 산책길'로 변한 것은 바다에 다다른 양쯔강과 황푸강이 품고 있던 쓰레기를 토해 낸 탓이다. 지난 8월 중국의 환경단체들이 강변과 해안가를 청소했지만, 강과 바다가 만나는 물길 탓에 약 3개월 만에 다시 쓰레기가 쌓였다.

멸종위기종 보호구역도 쓰레기 투성

상하이에서 차로 약 2시간 떨어진 동탄 인근 양쯔강변도 마찬가지 사정이었다. 중국 정부가 지정한 '국가급 새 보호구역'으로, 낚시나 배의 정박은 물론 사람의 거주·출입도 제한된 곳이다.

지난달 26일 찾은 양쯔강 하구 중국 철갑상어 보호구역에 해양 쓰레기 투기와 조업 등을 금지하는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진창일 기자

지난달 26일 찾은 양쯔강 유역 동탄 지역의 &#39;국가급 새 보호구역&#39;에 낚시와 배의 정박, 사람이 사는 것을 금지하는 표지판이 설치돼 있었다. 진창일 기자

동탄은 '중화쉰'이라는 불리는 중국 철갑상어의 보호구역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는 멸종위기종인 중화쉰을 보호하기 위해 담당 기관을 세워 5~9월 동안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찾은 양쯔강 유역 동탄 곳곳에 쓰레기가 있었다. 이곳은 중국 정부가 지정한 &#39;국가급 새 보호구역&#39;이다. 진창일 기자

지난달 26일 찾은 양쯔강 유역 동탄 곳곳에 쓰레기가 있었다. 이곳은 중국 정부가 지정한 &#39;국가급 새 보호구역&#39;이다. 진창일 기자
지난달 26일 중국 동탄의 중국 철갑상어 보호구역에 쓰레기들이 버려져 있다. 진창일 기자
지난달 26일 중국 동탄의 중국 철갑상어 보호구역에 쓰레기들이 버려져 있다. 진창일 기자
지난달 26일 중국 동탄의 중국 철갑상어 보호구역에 쓰레기들이 버려져 있다. 진창일 기자
지난달 26일 중국 동탄의 중국 철갑상어 보호구역에 쓰레기들이 버려져 있다. 진창일 기자

하지만 이곳 역시 강가 곳곳에 쓰레기가 널려 있었다. 곳곳에서 어구로 사용된 듯한 조각난 스티로폼이 보였고, 사람이 버린듯한 생활 쓰레기도 쌓여 있었다.

양쯔강 하구 강변 떠도는 쓰레기 

지난달 25일 상하이 인근 양쯔강 하구 난후이의 강변에서 찾은 쓰레기들. 진창일 기자

지난달 25일 상하이 인근 양쯔강 하구 난후이 지역에서 찾은 플라스틱 쓰레기들. 진창일 기자
지난달 25일 상하이 인근 양쯔강 하구 난후이 지역에서 찾은 플라스틱 쓰레기들. 진창일 기자
지난달 25일 상하이 인근 양쯔강 하구 난후이의 강변에서 찾은 쓰레기들. 진창일 기자
지난달 25일 상하이 인근 양쯔강 하구 난후이의 강변에서 찾은 쓰레기들. 진창일 기자
지난달 25일 상하이 인근 양쯔강 하구 난후이의 강변에서 찾은 쓰레기들. 진창일 기자

지난달 25일 방분한 '난후이'도 상하이에서 차로 약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양쯔강 하구 지역이다. 이곳엔 과자 봉지와 통조림, 플라스틱 바구니, 정수기용 물통, 페트병, 살충제 용기, 페인트 통 등 생활쓰레기가 많았다. 전날 비가 온 탓인지 뭍으로 쓸려 온 갈대 사이에 조각조각 찢긴 비닐 껍질이 가득했다.

지난달 25일 양쯔강 하구 난후이 지역 강변에 쌓여있는 어민들의 스티로폼 어구. 양쯔강 유역에서 조업하는 어민들은 조각난 폐스티로폼을 그물에 담아 부표로 쓴다. 진창일 기자

지난달 25일 양쯔강 하구 난후이 지역 강변에 쌓여있는 어민들의 스티로폼 어구. 양쯔강 유역에서 조업하는 어민들은 조각난 폐스티로폼을 그물에 담아 부표로 쓴다. 진창일 기자
지난달 25일 양쯔강 하구 난후이 지역 강변에 쌓여있는 어민들의 스티로폼 어구. 양쯔강 유역에서 조업하는 어민들은 조각난 폐스티로폼을 그물에 담아 부표로 쓴다. 진창일 기자
지난달 25일 양쯔강 하구 난후이 지역 항구에 어민들이 쌓아둔 어구들. 폐스티로폼을 그물에 담아 사용하고 있다. 진창일 기자

어민이 사용하는 물건도 쌓여 있었다. 물고기를 잡을 때 쓰는 그물과 스티로폼이 담긴 그물이 가득했고, 몇 번 사용하지 않은 듯한 새하얀 밧줄도 있었다. 엉킨 폐그물과 조각난 어구가 버려져 있었다.

지난달 25일 양쯔강 하구 난후이 강변에 엉킨 폐그물이 버려져 있다. 진창일 기자

지난달 25일 양쯔강 하구 난후이 강변에 엉킨 폐그물이 버려져 있다. 진창일 기자

2016년부터 투기 단속 나서

중국 당국도 해양 쓰레기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는 듯했다. 난후이 강변 곳곳에서 쓰레기 투기를 금지하는 표지판이 눈에 띄었다.

지난달 25일 양쯔강 하구 난후이 강변 곳곳에 설치돼 있던 &#39;쓰레기 투기&#39; 금지 표지판. 진창일 기자

지난달 25일 양쯔강 하구 난후이 강변 곳곳에 설치돼 있던 &#39;쓰레기 투기&#39; 금지 표지판. 진창일 기자

쓰레기 투기 금지 표지판은 2016년 이후 설치됐다고 한다. 그해 7월 중국을 뒤흔든 쓰레기 투기 사건이 영향을 줬다. 상하이에서 약 200㎞ 떨어진 장쑤성 인근 양쯔강 유역에 수만톤의 쓰레기가 버려진 게 드러났다.

지난달 25일 상하이 인근 양쯔강 하구 난후이 지역 어민들이 강변에 쌓아둔 어구들. 진창일 기자

지난달 25일 상하이 인근 양쯔강 하구 난후이 지역 어민들이 강변에 쌓아둔 어구들. 진창일 기자
지난달 25일 상하이 인근 양쯔강 하구 난후이 지역 어민들이 강변에 쌓아둔 어구들. 진창일 기자
지난달 25일 상하이 인근 양쯔강 하구 난후이 지역 어민들이 강변에 쌓아둔 어구들. 진창일 기자

올해엔 양쯔강 전역의 쓰레기 투기를 적발하는 특별 단속도 진행됐다. 주민 왕광린(38)씨는 "예전엔 사람들이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렸었다"며 "이곳도 쓰레기가 많았는데 지금은 정부 단속으로 많이 좋아진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변에 쌓아둔 어구들도 정부에서 치우라고 통보할 것이이라 곧 치워질 것이다"며 "중국 어민들도 과거와 달리 쓰레기 문제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고 했다.

양쯔강 쓰레기 치우는 공공 일자리도 

지난달 25일 양쯔강 하구 난후이 강변에서 쓰레기를 치우고 있는 동궈신(66)씨. 지난 7월부터 중국 정부에 고용돼 400m 구역을 매일 청소하고 있다. 진창일 기자

지난달 25일 양쯔강 하구 난후이 강변에서 쓰레기를 치우고 있는 동궈신(66)씨. 지난 7월부터 중국 정부에 고용돼 400m 구역을 매일 청소하고 있다. 진창일 기자

난후이의 또 다른 강변에선 쓰레기를 치우는 사람이 눈에 띄었다. 동궈신(66)씨는 "정부로부터 돈을 받고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지난 7월부터 시작했다"고 했다. 한국의 공공근로 일자리처럼 그도 하루에 90위안(약 1만5000원)을 받으며 강변에서 쓰레기를 줍는 일을 하고 있었다.

지난달 25일 중국 상하이 양쯔강 하구 난후이 지역 강변에 밀려든 쓰레기들. 진창일 기자

지난달 25일 중국 상하이 양쯔강 하구 난후이 지역 강변에 밀려든 쓰레기들. 진창일 기자
지난달 25일 중국 상하이 양쯔강 하구 난후이 지역 강변에 밀려든 쓰레기들. 진창일 기자

난후이 지역 양쯔강변에는 400m마다 한명씩 쓰레기를 처리하는 사람이 배치돼 있다. 동 씨는 매일 20㎏들이 마대 자루로 2포대 정도의 쓰레기를 줍는다. 매일 쓰레기를 줍고 있지만, 밀물 때마다 쓰레기가 다시 밀려든다. 비가 온 다음 날은 쓰레기가 많아 5포대 정도 치운다고 했다.

지난달 25일 중국 상하이 인근 양쯔강 하구 난후이 지역 강변 모래를 체로 걸러내자 스티로폼과 플라스틱 쓰레기 조각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진창일 기자

지난달 25일 중국 상하이 인근 양쯔강 하구 난후이 지역 강변 모래를 체로 걸러내자 스티로폼과 플라스틱 쓰레기 조각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진창일 기자

눈에 띄는 쓰레기는 치우고 있지만, 크기가 작은 미세 플라스틱은 강변에 숨어 있다. 난후이 지역 모래를 퍼 5㎜ 이상 이물질을 걸러 내자 하얀색 폐스티로폼 조각 알맹이가 가득했다. 1㎜ 이상 이물질들을 걸러내자 모래 속에서 하얗게 빛나는 알갱이가 확인됐다. 미세 현미경으로 관측한 알갱이는 1㎜ 이하 크기의 미세 플라스틱이었다.

플라스틱 쓰레기 세계 최대 양쯔강

플라스틱을 바다로 많이 유출하는 10대 강. 그래픽=신재민 기자

플라스틱을 바다로 많이 유출하는 10대 강. 그래픽=신재민 기자

중국은 해양 쓰레기의 발원지로 지목 받고 있다. 독일 헬름홀츠 환경 연구소는 지난 2017년 10월 환경 저널 '환경 과학과 기술'에 게재한 논문에서 플라스틱 쓰레기 유입이 가장 많은 강으로 중국의 양쯔강을 지목했다.

논문에 따르면 플라스틱을 바다로 많이 유출하는 강 10곳 중 3곳(양쯔강·황하강·하이허강)이 중국에 있다. 모두 서해로 흘러온다.

중국 강이 품고 왔던 쓰레기가 바다에 도착하면 동북아 각국을 떠도는 해양 쓰레기가 되는 것이다. 전남도가 사단법인 '동아시아 바다공동체 오션'에 의뢰한 '해양 쓰레기 발생량 조사 최종보고서'는 중국 육상에서 발원한 쓰레기가 연간 1만3000톤씩 전남 해역으로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국경 없는 해양 쓰레기, 갈등보다 공동 해결책부터"

지난달 26일 중국 내 환경 NGO인 상하이 렌두의 류용롱 이사장이 전 세계 각국의 해양 쓰레기 해결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진창일 기자

지난달 26일 중국 내 환경 NGO인 상하이 렌두의 류용롱 이사장이 전 세계 각국의 해양 쓰레기 해결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진창일 기자

중국 환경 NGO는 해양 쓰레기 문제를 가해자와 피해자 개념으로 나누는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환경단체 상하이 렌두의 류용롱(46) 이사장은 "바다 위 쓰레기는 해류를 타고 국경을 넘어 이동한다"며 "한국의 쓰레기가 일본으로 넘어가기도 하고 2011년 일본 쓰나미 때는 일본의 쓰레기가 미국과 캐나다로도 갔었다"고 말했다.

모두가 가해자 혹은 피해자가 될 수 있는 해양 쓰레기 문제를 놓고 책임만 따지다 보면 갈등만 계속될 뿐 해결책을 만들 수 없다는 생각이다.

류 이사장은 "해양 쓰레기를 국경을 기준으로 가해자의 문제로 나누면 국가 간 공동의 해결책을 만들기 어렵다"며 "이미 한국, 일본 학자들과 함께 쓰레기 문제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중국도 해양 쓰레기가 사라지길 바란다"고 했다.

상하이=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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