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비건 방한 직전 동창리 도발···북·미 마지막 반전 이룰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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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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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열흘 앞두고 북·미가 비핵화 협상의 반전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까.

북한, 비건 대표 방한 맞춰 동창리 '중대한 시험' 압박 #북·미 판문점 접촉 여부가 한반도 정세 분수령 될 듯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15일 서울에 도착했다. 비건 대표는 17일까지 2박 3일간 한국에 머물며 판문점 등에서 북측과 접촉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북한은 비건 대표 방한에 맞춰 13일 서해 위성발사장(평안북도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을 진행하며 대미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당국은 장거리 로켓 발사를 위한 엔진 연소시험을 지난 7일에 이어 또 한 차례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북한, ‘대화냐, 대결이냐’ 양자택일 압박

북한 국방과학원 대변인은 14일 오후 3시 20분쯤 담화를 내고 “13일 22시 41분부터 48분까지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이 또다시 진행되였다”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믿음직한 전략적 핵전쟁 억제력을 한층 강화하는데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7시간여 뒤 북한군 서열 2위인 박정천 총참모장도 “최근 진행한 국방과학연구시험의 새로운 기술들은 미국의 핵 위협을 확고하고도 믿음직하게 견제, 제압하기 위한 또 다른 전략무기 개발에 그대로 적용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2012년 12월 장거리 로켓 '은하 3호'가 발사되는 모습. [연합뉴스]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2012년 12월 장거리 로켓 '은하 3호'가 발사되는 모습. [연합뉴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의 산실로 알려진 국방과학원이 두 번째 ‘중대한 시험’을 하고, 박 총참모장이 “전략무기 개발”을 언급한 점에서 미국에 ‘ICBM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미국에 대화에 나설 것인지, 대결할 것인지, 양자택일하라는 압박”이라고 분석했다.

마지막 ‘반전’ 마련될까

이런 가운데 비건 대표의 방한 기간 북·미 접촉이 이뤄질지가 연말 한반도 정세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비건 대표는 14일 출국 직전 미 워싱턴 D.C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판문점에서 북측 접촉 가능성 질문에 “지금은 할 말이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방침은 변한 게 없으며 북한도 그것을 알고 있다”며 북한에 비핵화 요구를 계속할 것임을 강조했다.

비건 대표는 16일부터 일정에 본격 돌입한다. 이날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을 예방하고,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약식회견을 연다. 이 자리에서 대북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도 예방한다. 비건 대표는 17일 오후 일본으로 출국 예정인데 판문점 등에서 북측과 접촉한다면 16일 늦은 오후와 17일 오전 사이에 이뤄질 것으로 점쳐진다. 이례적으로 만 하루의 시간 여유가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건 대표를 급파한 건 북한과 대화하려는 데 주안점이 있다고 봐야 한다”며 “비건 대표가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북측에 전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예상했다.

북한 입장에서도 ‘연말 시한’을 앞두고 비건 대표의 방한은 북한 앞마당에서 미측을 대면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외교가에선 박 총참모장의 담화에서 “우리를 자극하는 그 어떤 언행도 삼가해야 년말(연말)을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한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거꾸로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 연말을 편하게 지낼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돼서다. 일각에선 지난해 연말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 외교’로 북·미 간 대화 분위기가 조성된 것처럼 이번에도 '친서'가 오가면서 실무협상 재개 수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9월 11일 오후 청와대에서 방한 중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만나 환담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9월 11일 오후 청와대에서 방한 중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만나 환담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서울의 한 대북 소식통은 “지난 10월 초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북한은 제재 완화 등 구체적인 비핵화 상응 조치를 기대했는데 미국은 북한의 ‘밝은 미래’란 두루뭉술한 대가를 거론해 협상이 깨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미국이 이번에 진전된 상응 조치를 제시하지 않는 한 북·미 접촉이 성사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유환 교수는 “북·미가 연내 한번은 대화를 시도할 것”이라면서도 "북한은 북·미 접촉이 여의치 않거나 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예고대로 노동당 정치국 전원회의를 열어 ‘새로운 길’을 천명하고 이후 인공위성 발사 또는 ICBM 도발 수순으로 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백민정·이유정 기자 baek.minjeong@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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