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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있었던 몸의 존재, 어떻게 되찾아야 할까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한순의 인생후반필독서(21)

사실 나는 전략적인 인간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인생의 어떤 수를 놓았다고 생각하고, 그 수에 상대가 넘어갔다고 생각하는 그 오만함이 싫어서다. 그러고 보니 내 인생은 언제나 맹탕 같은 느낌이 들고, 뭔가 모자란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느낌이 늘 있다. 주변 사람들이 나이 들어가면서 세 치 혀로 사람을 부리고 있는 듯이 착각하는 모습은 유쾌하지 않을뿐더러 불쌍한 느낌까지 든다.

굴러왔든 걸어왔든 엎어지며 기어왔든 나이만큼의 연륜이 있는 사람들은 귀도 눈도 오감도 다 9단들이다. 그래서 나이 들면 더 입을 단속해야 한다. 쓸데없는 겉발림 칭찬, 이유 없는 부추김, 내가 세상의 중심에 선 발언 등이 그것이다.

위 현상들은 머리로 사는 인간들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효율’이라는 단어를 인식하고 삶의 무게에 눌려 최대의 성과를 누리려다 보니 머리가 자꾸 구르고, 몸과 마음과 말하는 입이 따로 노는 것이다. 이러한 분리 현상은 여러 가지 건강의 문제를 일으키고,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살게 한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몸챙김’을 통해 분리되었던 마음과 몸의 통합을 시도해보려고 한다. [사진 pixabay]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몸챙김’을 통해 분리되었던 마음과 몸의 통합을 시도해보려고 한다. [사진 pixabay]

“중년은 몸의 이상 신호와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위장 장애가 심해졌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가고, 한 번씩 가슴의 격통이 나타났습니다. 당장 생활하는 데 문제가 없었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많은 일을 해내는 것이 유능함이라고 여겼던 터라 몸을 돌보는 것은 늘 순위 밖이었습니다.”

최근에 집어 든 이 책은 『이제 몸을 챙깁니다』 (문요한 지음, 해냄)다. 책을 만들고, 책을 읽다 보니 나만의 취향이 조금 생겨났다. 내가 좋아하는 글은 본인의 성찰이 담겨 있고, 진실한 고백이 들어간 책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통과했을 법한 효율적 삶의 끝을 체험한 작가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육중하게 한 발 한 발 들어온다.

“어른이 되면서 잃어버린 것이 많습니다. 그중에 하나는 몸입니다. 우리는 매일 몸과 함께 살아가지만, 특별히 아플 때를 제외하면 몸의 존재를 잊고 살아갑니다. 내 몸이 어떤 자세로 있고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느끼지 못합니다.”

의심도 없이 정신 우위의 삶을 살아온 나에게 몸이 말을 건다. 나에게 나이도 묻고, 내 몸이 여기 있는데 알고 있느냐고 묻고, 정신만 그리 바삐 간다고 진짜 앞으로 간다고 생각하느냐고도 묻는다. 이런 시기에 만난 이 책은 몸과 마음의 통합을 위한 귀한 책이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몸챙김’을 통해 분리되었던 마음과 몸의 통합을 시도해보려고 한다.

『이제 몸을 챙깁니다』 (문요한 지음, 해냄). 누구나 한 번쯤은 통과했을 법한 효율적 삶의 끝을 체험한 작가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육중하게 한 발 한 발 들어온다. [사진 한순]

『이제 몸을 챙깁니다』 (문요한 지음, 해냄). 누구나 한 번쯤은 통과했을 법한 효율적 삶의 끝을 체험한 작가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육중하게 한 발 한 발 들어온다. [사진 한순]

“몸챙김이란 말은 그 의식의 주의점이 어디인지 보다 명확하게 표현한 것입니다. 몸챙김은 생각이나 감정 혹은 외부의 자극 이전에 몸의 감각을 알아차리는 게 그 초점입니다. 이러한 몸챙김은 당연히 비판단적일 수밖에 없으며 그 명확한 초점으로 인해 ‘알아차림’의 힘을 길러내는 데 효과적입니다.”

종교에서 말하는 ‘알아차림(awake)'과 상당히 닮아있다.

“온종일 바위를 바라보고, 강물에 주의를 기울인다고 해서 바위나 강물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주의를 우리 내면에 기울이게 되면 생각하지 못했던 변화가 일어납니다. 게다가 냉철한 관찰이 아니라 따뜻한 주의를 기울이면 몸은 자기 치유, 자기 사랑, 자기다움의 통로가 됩니다. 결국 몸을 챙기는 것은 마음을 챙기는 것이고, 삶을 챙기는 것이 됩니다.”

자기 집 앞마당도 청소하지 않는 사람이 나라를 구하겠다고 뛰어다닌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나이 들어가면서 좋은 것이 있다면 보다 더 내실을 구한다는 것이다. 또 몸과 마음의 괴리를 떠나 통합된 통로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내가 뭐 그리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는 인식도 나를 편하게 한다.

저자는 정신 우위의 삶이든, 효율적 삶이든 자신이 갈 데까지 가본 체험을 미화하지 않는다. 솔직한 고백과 체험으로 그의 학문을 견고히 하고 이제 통합된 몸으로 뜨끈하게 몸을 디민다. 자신의 분야에 대해 재지 않고, 전략도 없어 보인다. 그런 그의 글은 바로 몸과 마음으로 와 닿는다.

도서출판 나무생각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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